[My Drawing] 검은 손으로 그린 그림들

in kr-art •  7 years ago  (edited)



Charcoal on paper








검은 손으로 그린 그림

목  탄  드  로  잉







장르를 불문하고 창작을 하다보면 몇 년에 한 번쯤은 유레카! 를 외칠 때가 있다. 대단한 걸 발견했다고 착각했을 때 마구마구 결과물을 남겨야 한다. 그 시기가 지나면 발견은 시시해지고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진정한 새로움은 행위 속에서 탄생하기 마련이다. 행위를 추동하는 원인이 착각이라도 상관 없다. 뭐라도 하게 되면, 뭐라도 남게 되고, 계속 하다 보면 작업은 예기치 못한 순간으로 엇나가 돌연변이를 생성하며, 그 돌연변이가 '나만의 것'으로 발전하게 되는 경우가 99%이기 때문이다.


손이 검은색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무슨 그림을 그려도 새까만 색이었다. 목탄을 손처럼 사용하던 때였다. 그럴싸한 모델도 필요 없었고, 화려한 색깔도 필요 없었다. 그림의 소재는 눈 앞에 있는 무엇이든 상관 없었으며, 검은 색 하나면 부족함이 없었다. 이 때 그림을 돌아보면 특유의 설레임이 느껴진다. 눈 앞의 세상을 뼛속까지 그릴 수 있겠다는 착각이 만들어낸 그림들. 전시와 판매 등 아무 것도 고려하지 않고 순수한 궁금증으로만 흰 종이를 까맣게 채웠던 시절의 그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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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미대 실기실 풍경을 그렸으며, 마지막 그림은 집에서 선풍기 틀어놓고 앉아계시는 엄마와 오른쪽 아래는 엎드려 자고 있는 (지금은 하늘에 있는) 짱돌이.


덧) 오옷! @kyunga 님이 만들어주신 마크다운으로 타이틀 적용해봤는데 이거 너무 고급지고 간지 철철 난다. 경아님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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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탄, 뭔가 거친듯하면서도 부드러워요.

거칠게 그은 다음에 손가락으로 슥슥 문대면 막 괜시리 분위기 나고.. 얻어걸리는게 많은 도구입니다 ㅋ

그림들이 무슨 이야기거리들을 품고 있는 듯 하네요..
처음 그림이 젤 맘에 드는데 유일하게 어딘지 모르겠다는.... 하고 보니 실기실이었네요..ㅎㅎ

아무 생각없이 그린 그림인데 무슨 이야기를 품고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앗싸~ 개이득(?) 인 것이죠..ㅎㅎㅎ

목탄으로 검게 변했을 손도, 그림도 아름다워요:)
보고 있자니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이제 작업실과 잠자리가 분리되지 않는 곳에서 살고 있어서 목탄 그림은 그리고 싶어도 그릴 수 없는 처지가 되었네요. 역시 환경이 주어졌을때 마음껏 작업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엄마와 짱돌이 그림이 편안하고 정겨운것 같아요
짱돌이는 갔어도 그림속에 짱돌이는 영원히
엄마 옆에 누워있네요...

여름, 선풍기, 거실, 엄마, 짱돌이.. 정말 평화로운 풍경이죠? 그려놓길 참 잘했습니다.

와우! 분위기 예술입니다~ 온통 검어서 그런가 왠지 뭔가 엄청 깊어 보이네요.

어두운 그림이 갖는 장점 중에 하나가 괜히(?) 깊어 보인다는 데에 있습니다. ^^;;

우와.. 그림이 정말 멋있어요!
돌연변이가 결국 나만의 것을 만들어준다니. 저도 저만의 것을 만들기 위해 마구마구 시도해 보려고요.
멋진 그림과 글 잘 봤어요^^

아이디어 떠올랐다가 나중에 해야지~ 라고 생각하면 결국 다 안하게 되더라구요. 떠올랐을때 막 해보고 그 중에 뭔가 얻어걸리면 정말 기분 좋고 그렇더라구요 ㅎ

돌연변이가 어느덧 나만의 것으로 발전한다.
검은 손이 만들 돌연변이가 늦은밤 음악들과
잘 어울리네요.
즐기고 갑니다.좋은 밤 되세요.:)

감사합니다 ^^

대문 목탄그림 아주좋습니다. ^^
마크 다운 타이틀과 잘 어울리네요 ...ㅎㅎ 간지!!

raah님 안녕하세요! 그죠? 타이틀 마크다운 하나 바꿨을 뿐인데 엄청 정갈해졌네요. 앞으로 자주 애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목탄이 또 이렇게 매력적인 소재였네요.
색감이 없다는 게
색이 없다는 건 아니라는 걸 느끼고 갑니다.

보통 색감이 좋다 라고 표현할때 흑백을 제외한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사실 검은색도 엄연한 색이긴 하죠. 사실 가장 강력한 색이기도 하구요.

  ·  7 years ago (edited)

작업실이구나 동굴같아 ~ 그랬는데 비슷하네요^^
작업하시는 분들을 보니 영감이 오는건지 작업을 하고 싶어서 열정에 오한을 하는건지 그런 때가 있는 것 같아요.
귀한 작품에 감사드립니다.

아참 전 특히나 두번째 작품이 완전 좋으네요~

영감이 오면 참 좋기도 하지만 반대로 이걸 또 시간 내어서 연구하고 해야되는구나.. 라는 마음에 부담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깔끔하게 하던거 마저 다 완성한 후에, 조금 쉬는 시간도 갖고, 그 다음에 뭔가가 떠오르면 좋을텐데요..ㅎㅎ

그림들이 색이 없어서 더 독특한 분위기가 있네요:) 잘 구경하고 갑니다~

사실 검은색이 가장 풍부한 색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대표적으로 먹 색이 그렇구요.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매번 출동 감사합니다..

아, 목탄은 얼마나 매력적인지...저도 앞으로 목탄으로 끄적거려 보아야 겠습니다.

가장 자연 그 자체인 재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림이 묵직하네요

뭔가 중력 같은 것을 그려보고 싶었을 때였습니다.

목탄그림은 아무데서나 그릴 수는 없나요?
가루가 날려서인지..;;;
무지를 인증하는 질문이네요^-^;;

  ·  7 years ago (edited)

가루가 엄~~~~청 날립니다. 그걸 커버해줄 의상과 공간이 필요하죠. 안그랬다간.. 뒷처리 감당 못해요 ㅎㅎ

아~~목탄 그림은 학교 다닐 때 그려 봤는데...그 땐 그냥 작은 스케치북에 조금 그린 거라 가루가 엄청나게 날릴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작업실이 꼭 필요하겠군요!
집에서 했다간 엄마한테 등짝 스매싱! ㅎㅎ^_^;;

등짝스매싱 연타로 맞을듯요 ..ㅋ 마땅한 공간이 없다면 밖에서 그리는게 가장 맘 편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