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번째 산 feat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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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토일 이번주 주말은 독서를 하겠다고 마음 먹었고 파울로 코엘료 소설 시리즈를 다시 읽을 까 한다. 그 많은 책 중에 가장 낡아빠진 다섯번째 산 책이 눈에 들어왔다. 다섯번째 산 이 책이 신 번역이 2022년 나왔다고는 하는데 굳이 사러가긴 그랬고 집에 있는 구 번역 본을 다시 읽어 보았다. 번역이 이상한 부분이 많다고는 하는데 뭐 명사의 표기는 그렇다 치고, 전반적인 스토리 파악이나 심리 묘사 등을 이해하고 감정이입하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조금 어색한 부분에서 그 앞뒤를 다시 읽으며 화자에 대해 빠져들게 된 것 같다.

다섯번째 산은 기독교 구약의 엘리야에 대한 이야기(열왕기 17-18장) 를 소설로 만든 책이다. 화자 주인공 엘리야의 갈등과 고뇌 그리고 그 스토리가 중간 중간 감정 이입이 잘 되서 놀라웠다. 분명히 이전에 읽었던 책인대도 불구하고 [이전에는 무덤덤하게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번 독서에서는 운명에 대하는 주인공 엘리야의 자세와 그 고뇌가 이전보다 지금 더 잘 공감되어 몇번 울컥했었다.

구약에 나오는 몇문장을 소설로 풀어 낸 것이라 독자(나)는 이미 "선지자" 엘리야란 명칭으로 부터 결말이 어떻게 될 것이란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된다. 구약의 그 몇 문장을 이렇게 소설로 만들어 낸 작가의 상상력과 그 속의 입체적인 엘리야를 구성한 작가의 구성력이 놀랍다.

연금술사에서 간절히 원하는 것은 이루어진다고 했었던 저자는 이 책에서 엘리야를 통해 고난, 운명에 대처하는 선지자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다섯번째 산이라는 이름을 통해 또 그 산을 두번 오르는 과정에서 엘리야는 성장한다. 여기에 담긴 상징적 의미와 문학적 의미는 책을 다 읽고 난 뒤 생각해보면 정말 잘 짜여있다. 책 구조를 봤을 때 처음에 엘리야가 이스라엘을 탈출하는 장면에서 이 장면을 굳이 넣었어야 했는지 의구심이 들었었는데, 책을 끝까지 다시 읽고 맨 앞으로 돌아와 앞 장을 다시 읽으면 왜 이 앞부분을 넣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엘리야를 통해 코엘료는 운명에 대한 태도에 대해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운명, 고뇌, 실패.. 책을 읽으며 정리하는 와중에 베토벤이 떠올랐다. 베토벤의 교양곡 5번, 부제로 유명한 이 운명... 베토벤도 음악을 통해 운명과 맞서 투쟁했다. 26세 청각장애 판정을 받고 계속 숨겨왔다가 이제 귀가 거의 들리지 않게 된 1802년 32세의 베토벤, 치료를 위해 하인리겐쉬타트에 여섯달을 머물다 어느날 자살을 결심한 베토벤은 동생들에게 유서를 쓴다. 하인리겐쉬타트의 유서라고 알려진 편지에서 그는 동생들에게 재산 상속 등의 이야기를 하다가 말미에 다음과 같은 구절을 적는다

아아, 내가 의무라고 느낀 그 모든 것을 만들어내기 전까지 나는 세상을 떠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후 그는 자살을 포기하고 다시 작곡에 매진하여 여러 교양곡을 낸다. 유서라고 쓴 편지 속에서 그는 삶의 빛줄기를 다시 찾는다. 이후 교양곡 5번 운명을 작성하는 과정, 그의 작곡노트에 이런 구절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나 스스로 운명의 목을 조르고야 말겠다

하인리겐쉬타트의 유서 사건 이후 25년 뒤 (32+25) 베토벤은 타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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