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트의 애도일기 journal de deuil 을 읽고 있다. 그와 ‘죽음’에 대한 사유를 접하며 시대와 정신 상황 모두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내가 겪은 애도와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 밑줄을 그득하게 쳐 놓았다. 실로 오랜만에 쥔 바르트의 책이라 일종의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완결된, 저자가 손수 마무리한 책이 아니라는-글들은 바르트가 쓰고자 했을 어떤 책의 가정들, 그 작품을 완성하는데 도움을 주었고, 그래서 그 작품에게 빛을 던져주고 있는 텍스트이다’라는 서문에 짧고 긴 메모들이 담고 있을 글들이 더욱 궁금해졌다.
1977년 10월 25일, 롤랑 바르트의 어머니 앙리에트 벵제가 사망했다. 그 다음 날부터 바르트는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노트를 사등분해서 만든 쪽지 위에 주로 잉크로, 때로는 연필로. 그는 이 쪽지들을 세상에 내놓지 않고 책상 위의 작은 상자에 모아두었다.
기분이 즐거워진 ‘방심’ 상태들이 있다. 물론 정신은 여전히 말짱하지만. 그럴 때 나는 얘기를 하고, 어느 때는 농담도 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격렬한 감정 상태에 빠진다, 눈물 흘리고 말 정도로...한편으로는 별 어려움 없이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이런저런 일에 관여를 하고, 그런 내 모습을 관찰하면서 전처럼 살아가는 나. 다른 한편으로는 갑자기 아프게 찌르고 들어오는 슬픔. 이 둘 사이의 고통스러운 파열속에 나는 늘 머물고 있다.
바르트는 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겪는 ‘애도’, ‘슬픔’, ‘후회’, ‘괴로움’ 등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처럼 갑작스런, 또는 예고된 죽음은 나와 내 주변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책은 이를 반영한 감정들에 대한, 일상을 살아가는-전과 절대 같을 수 없는-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그의 말 처럼, 죽음의 어떠한 부분은 정확하고 날카로운 트라우마로 남기도 하고 어떠한 부분은 일상속의 파편으로 흩어져 날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한마디로 복합적이란 뜻이다.
죽음을 떠올리면 사회적 의식인 장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장례의 자사전적 의미로는 죽은 이를 저승으로 무사히 보내주기 위해 치러지는 의식이고, 반대로 망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몸을 베고 저승으로 가는 시기이다. 한국에서는 불교의 영향을 받아 치루는 49재 또한 가족이나 친지의 가족장을 장례를 치루고 난 후 산소 앞에서 치뤄본 경험이 있다. 미국 서부, 프랑스에서도 장례식을 한 번씩 가본 경험이 있다. 한 나라의 문화권에서 다루는 ‘탄생’과 ‘죽음’의 절차는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일일듯 하다.
바르트의 울부짖음이 적힌 텍스트들은 내게 죽음이란 뭘까를 사유하게 만들었다. 또한 특정 대상이나 감정에 관한 ‘일기’를 쓰는 것에 대해, 일정하고 집요한 무언가를 생성해 내는 것에 대해, 각자가 가진 애도의 방향성과 특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의 쪽지들이 세상에 나온건 30년이 흐른 2009년이다. 바르트의 지적 궤적은 어머니의 죽음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한다. 누군가의 죽음을 하나의 중요한 기호로 받아들인 작가의 마음은 어떨지 가늠하게 된다. 태어나면서 살아가고 또 죽는 일, 모두가 겪을 일들이지만 가장 사적이고도 일반적인 그런 일들. 한 작가의 친밀하고도 은밀한 방식으로 적은 기록을 엿 본 기분이다.
내게 가능한 길은 둘이다. 그러나 서로 반대되는 두 길 :
- 자유로워지기, 단단해지기, 진실을 따라서 살기 (과거의 나를 뒤집기)
- 순응하기, 편안함을 사랑하기(과거의 나를 더 강화하기)
2021.04.20
아니 프사를 왠 아이돌 사진으로???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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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카님이 그려주신 이미지는 좀 오래 되었어요. 사진은 제 책에 삽입된 프로필사진 입니다. 아이돌 사진이라뇨.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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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에 죽음은 단순히 육체가 소멸하는 것이었고
이십대에 죽음은 기억 속에 잊혀지는 것이었는데
삼십대 말미에 이르니 죽음은 산자와 망자 사이에
모든것이 되기도 하고 아무것도 아니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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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님의 글을 읽고 나니 죽음에 대한 각자의 정의를 듣는것도 좋은 공부가 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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