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을 주는, 그 날의 이야기- 현진건 단편 소설 "운수 좋은 날" 감상

in kr-book •  6 years ago  (edited)

현진건의 소설에 푹 빠져 있던 때가 있었습니다.
당시엔 그 책을 읽지 않고 손에 들고만 있어도 행복했어요.
그 중에서도 '운수 좋은날' 이라는 소설은 내 맘에 박혀 빠지지 않았습니다. 마치 행복한 어느 날의 추억처럼.
그러나 수십번을 읽고 곱씹으며 , 내 마음의 감동은 무뎌져 갔습니다. 잊혀져 갔습니다.

책장에 꽂혀 날 기다리던 그 이야기.
수십번을 되새김질하듯 읽었던 그 이야기를 몇십개월 후에야 읽어보니 감상이 또 달라져 있었습니다. 내 감정도 성장해 있었지요.
많은것이 달라졌지만, 운수가 좋던 날의 김첨지의 이야기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독자를 맞이하던 김첨지, 여전히 바쁘게 인력거를 모는, 여전히 애처롭게 술을 권하는... 결국엔 울부짖고야 마는...

가수 김현식의 '내사랑내곁에' 라는 노래에는 쓸쓸하고 애처로운 감정의 진수를 보여주는 가사가 있습니다.

애써 웃음 지으며
돌아오는 길은
왜그리도 낯설고
멀기만한지
-김현식, 내사랑내곁에

김첨지가 인력거꾼으로서의 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의 기분이
이렇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 열심히 일하여 번 돈이 나의 마음을 더욱 허하게 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생각만이 마음을 아프게 하는 상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슬픈 운명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그런 상태.

이젠 현진건 작가님에 대하여 생각해 봅니다.
그의 모든 명작들을 읽고 있으면, 사랑받기에 부족함 없는 작품을 썼다는 생각이 들어요.
누가 그랬습니다. 가수 아이유에 대해 말하기를, 대중에게 사랑받는 법을 완벽히 알고있는 가수더랍니다.
저는 생각합니다. 현진건은 대중의 마음을, 감정을 잘 건드려 사랑받는 법을 아는 작가입니다.

그러나 또 생각합니다. 작가님에게 그런 평가는 실례라고.
사랑받기 위해서, 작품의 인기를 위해서 글을 썼다면 오히려 이런 명작이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그저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을 것이라고.
강하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혹시 운수좋은날 소설을 읽어보지 않은 분들은 길지 않으니 부담없이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
Sort Order:  

Congratulations @rlatks1131! You have completed the following achievement on the Steem blockchain and have been rewarded with new badge(s) :

You published your First Post
You got a First Vote

Click here to view your Board
If you no longer want to receive notifications, reply to this comment with the word STOP

Support SteemitBoard's project! Vote for its witness and get one more award!

Hello @rlatks1131! This is a friendly reminder that you have 3000 Partiko Points unclaimed in your Partiko account!

Partiko is a fast and beautiful mobile app for Steem, and it’s the most popular Steem mobile app out there! Download Partiko using the link below and login using SteemConnect to claim your 3000 Partiko points! You can easily convert them into Steem token!

https://partiko.app/referral/partik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