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가 마비라도 된 것일까. 여러곳의 원두를 사서 집에서 내려볼 때 마다 실망했다. 커피를 오랫동안 마셔왔는데, 뭔가 과도기에 봉착한 느낌이다. 어떤 것은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고, 어떤 것은 탄맛만 느껴질 뿐이다. 미디엄로스팅 원두 중 산미가 적당하고 고소한 맛을 찾아 원두를 선택하고, 웬만하면 직접 마셔본 후에 구매를 한다. 로스터리 카페에서 핸드드립으로 마시게 되면, 매우 풍미돋는 한 잔의 커피를 마셔볼 수가 있게 되는데, 드롱기는 그 모든 풍미를 걷어내고 하나의 맛으로만 필터를 끼운 듯 실망스러운 맛을 만들어낸다.
웃긴 건 처음 드롱기를 샀을 때, 그 향과 진항 풍미, 크레마가 너무 좋아서 에스프레소가 내려지는 장면을 턱을 괴고 바라봤었다는 거다. 코스트코에서 세일하는 스타벅스를 샀는데 그게 그렇게 고소할 수가 없었지만, 그 느낌과 맛은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더 좋고 유명한 곳에서 커피를 사도 스타벅스 매장에서 다른 원두를 사도 그저 쓰고 탄 맛일 뿐이다.
스타벅스, 테라로사, 앤트러사이트, 빈프로젝트 등등을 거쳤다. 요즘은 드롱기 탓일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지만, 애써 새로운 원두를 찾아나선다. 지금은 카페를 하고 있는 친구와 언뜻 이야기한 적이 있는 '빌리프커피로스터스'를 방문했다. 여러가지 원두의 향을 맡아보고 고민했다. 빌리프 블렌드와 싱글 오리진 중에 고민했고, 산미를 집에서 잘 즐길 자신이 없어 블렌드를 살까했다. 결정장애를 심하게 겪고 바리스타 분께 이것저것 꼬치꼬치 묻다가, 우선 마셔보기로 했다. 블렌드로 내린 아메리카노와 에디오피아 예가체프로 내린 핸드드립을 주문했다. 에디오피아가 풍미가 좋아서 그런지 블렌드에서 아무 맛이 느껴지지 않는 것만 같았다. (진짜 혀 마비된 것 아니겠지..)
커피 용품도 많았다. 필터 탓을 해보며, 카리타필터도 샀다. 킨토의 드리퍼를 보고 심쿵해서 또 살까말까를 거듭 고민했다. 글을 줄이지 못하는 병도 있지만, 킨토 제품을 보면 그저 사고 싶어하는 병이 있다. 그 심플함과 적절한 실용성은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들다.
이 곳은 이 곳이 유명하다.
계단식 자리가 인상적인데, 무한도전을 포함해서 여러 프로그램의 촬영 장소이기도 했다. 무한도전에서 여러번 이 곳에서 촬영했었는데, 내가 기억하는 장면은 정우성이 나왔던 장면 뿐이다. (왜 때문인가;) 너무 넓은 곳에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약간 뜨는 듯한 공기가 느껴졌다. 좋은 음악이 많이 들렸는데, 뜨는 공기에 둥둥 떠다녀 귀로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느낌..
누가 찍은 사진일까.
벽에 몇 장 걸려있는 사진을 보며, 나도 나만의 구도를 찾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 친구가 내가 찍은 사진은 예쁜 잡지에서 볼 것 같은 사진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어쩌면, 내가 시각적인 것에 민감에서 그런 걸 수도 있고 보여지는 것에 많은 신경을 써서 그럴 수도 있을 듯 하다. 많은 것을 보여주려하면, 오히려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전부를 담아내기보다 나만 담아낼 수 있는 하나만을 담아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미디엄 로스팅이 맞나요?"라고 질문하자, 알아듣기 어려운 전문적인 내용을 폭풍적으로 순식간에 설명해주셨다. 음, 자세힌 모르겠지만 미디엄 로스팅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 것 같고, 고기로 치면 '미디엄 웰던'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었다.
그렇게 미디엄웰던의 에디오피아 예가체프를 선택했다. 이번 커피...성공할 수 있을까. 음식은 몰라도 내가 끼고 사는 커피에 대해선 미식가가 되고 싶은데, 오히려 요즘은 미각을 잃은 기분이다.
저는 요즘에 빈브라더스 커피 원두를 주로 먹고 있어요. 매달 새로운 원두 2가지가 바뀌거든요. 매달 다른 커피 마시는 재미도 있구요. 어쩔 때는 좋을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구요. 최근에는 수수커피가 좋았던 것 같아요. 아니면 제가 로스팅 배운 데가 뉴웨이브 라는 곳인데, 카페는 아니고 주로 교육이랑 원두납품을 주로 하시거든요. 여기 추천드려요. 장소는 오목교역에 있긴 하지만 시간되시면 한번 들러서 맛도 보시고 괜찮으시면 원두도 사서 먹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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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브라더스 한번 시켜먹어보는 게 있어서 마셨었는데 배달시켜먹을까 고민하다가 말았었어요. 엘카페에서도 사마셔봤는데 또 사기 고민되더라구요. 뉴웨이브!!한번 가봐야겠네요. 추천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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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구도'라는 말이 참 좋네요. 뷰파인더로 제가 보는 세상은 너무나도 천편일률적이다는 생각이 들어요. 카메라가 중요한 게 아니라, 바라보는 시각이 중요한데 말이죠.
저도 한 번을 먹어도 맛있는 커피를 먹고싶은 사람입니다. 커피의 세계란 참 깊고 오묘하군요. 아직도 알아야할 게 참 많네요 이런 저런 원두들, 커피 용품들에 대한 포스팅 많이 써주세요. 저도 궁금합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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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집에서는 아직 안마셔봤는데, 이것저것 시도해보면서 리뷰할께요. 자기만의 구도를 찾는데도 훈련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저도 지금부터라도 한번 찾아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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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커피를 접수하시게요? ㅎㅎㅎㅎㅎ요...욕심쟁이!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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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잘은 모르는데 기초적인 것만 좀 알아두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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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에 대한 문외한은... 글을 읽으면서도 아, 그렇구나~ 아, 그렇구나~ 하면서 읽었습니다. 오늘 저는 개인이 운영하는 커피숍에서 아포가토를 마셨는데... 성공적이었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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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잘은 몰라요. 많이 마시는 거에 비해 정말 초보의 상태... 아포가토도 좋아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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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그냥 아메리카노와 라떼.. 이것밖에 모르는데 뭔가 많네요..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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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저도 아메리카노나 드립커피만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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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사서 내리는 장면을 들여다 보고 계실 emotionlap님이 떠오릅니다. 저는 커피맛을잘 기억도 못하고 혀가 그다지 디테일하제 않아서 구분도 잘 못해요. 커피값이 너무 들어서 캡슐커피 기계 집에 사놨다가 돈이 이중으로 들어서 그냥 밖에서 사마셔요 ㅎㅎ 모든 사물이나 형태는 피사체가 되면 하나의 감각으로 다시 태어나는 듯 해요. 나만의 구도를 가지고 그 피사체에 감각을 부여한다면 좋을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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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이 너무 좋은데요! 저만의 감각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게 다양하게 담아보고 싶어요:) 저에게도 커피는 너무나 어려운 존재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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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연구하시는 모습이 좋아요
커피에 대해서 아는것은 없구요 가끔 어떤 커피숍 커피가 맛있다
하는정도 인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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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연구라고 하기엔 잘 몰라서 민망하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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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커피를 좋아해서 여기저기 다니며 마셔보는걸 좋아하는데 아직 딱 제 취향이다! 싶은 커피는 아직 못찾았네요.. 더 열심히 다녀야겠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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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요. ㅎㅎ그 덕에 새로운 곳을 가보고 더 찾게 되는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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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커피를 좋아하지만 아는게 하나도 없거든요.
저에겐 생소한 단어들도 보이네요^^ 보통 그냥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주문하고 마시는걸로 끝내니 말예요.
특히나 말씀하신 탄맛이란게 나올때가 상당히 많아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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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는 태운 원두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진하긴 하지만 동시에 탄맛이 많이 나는 거 같아요. 요즘은 태우지 않은 원두를 강조하는 프랜차이즈도 있더라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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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으
전부를 담아내기보다 나만 담아낼 수 있는
하나만을 담아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띵언에 취합니다 ㅎㅎ 멋진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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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이제 시작인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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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셔널님 글 읽는 내내 커피 향기가 느껴져요. :-) 그래서 미디엄웰던 에디오피아 예가체프는 성공인가요? 마비된 혀가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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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편인거 같아요. 그런데 인생커피다!이런건 아닌거 같아요. 너무 큰 바램인가봐요 ㅎㅎ 카페에서 맛봤던 풍미가 3차원이었다면 집에서도 풍미는 있는데 1차원이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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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커피의 3차원적 풍미를 위해 카페라는 공간이 존재하는가 봐요. 집에서 3차원, 4차원으로 확장되는 맛이 있는가 하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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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네요. 맛에 따라 다른 곳에서 다르게 확장될 수 있겠네요. 사실 전 잔에도 많은 영향을 받아요. 작고 얇은 컵에 마셔야 더 맛있는 느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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