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까페를 간다는 것

in kr-daddy •  7 years ago 

잘 꾸민 개인까페는 단순히 커피라는 음료를 즐기는 곳 이상의 여러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개인마다 그 의미는 다르겠지만, 나에게는 답답하고 분주했던 집안생활에서의 전환, 마음이 차분해지는 곳, 정신이 또렷해지고 집중되는 느낌이 들어 좋다- 정도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아이를 데리고 까페를 가게되면 저런 여러가지들을 즐기기가 쉽지 않다.

차분함속에 들뜨는 특유의 기분을 느끼긴 커녕, 아이가 뭐라도 만질까 노심초사하고 접시를 떨어뜨리진 않을까, 소리를 지르진 않을까, 이것은 누구를 위한 까페 나들이인가 같은 생각들이 들곤 한다. 모든걸 100%완벽히 통제할수 없으므로, 여러모로 눈치 볼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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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까페를 가면 까페의 구조나 멋스러움, 맛 같은 것들 외에도 나도 모르게 살펴보는게 있다.

바로 까페 주인이 아이를 보고 미소를 짓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여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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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특히 꽥꽥 소리를 지르고 동분서주하는 어린아이는 키즈카페를 제외하고 모든 요식업계의 요주의 대상이 아닐까 싶다.

음식이나 음료를 나르다 애가 부딪혀 흘렸는데 애엄마가 오히려 적반하장 소리지르다 갔다는 류의 이야기를 다들 한 두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나도 예외는 아니기에, 아이가 걸을 수 있게 된 이후 까페를 다니는게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염려를 염려하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까페주인분들이 아이를 보면(내가 메뉴를 물어볼땐 굉장히 사무적이다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무장해제되곤 하였다. 그러면 똑같이 한 명이 아이를 전담하고 나머지 한 명은 사진을 찍고 까페를 둘러보고, 할 일을 한다 해도 마음에서 느껴지는 여유의 수준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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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까페 주인분이 초코파이를 하나 선물로 주셨다. 조금 부담스럽지만 비싼 물건이 아니기에 감사히 받았다. 그리고 약간 의외란 생각이 들었다. 나의 미소감별법(?)에 반대되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이분 포커페이스셨는데... 그래서 나는 필살 뽀로로 틀어주기를 하고 있었는데...

마음이 놓여 이후로 아이와 함께온것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은채 책도 읽을 수 있었다. 카페를 즐기기 위한 시험을 통과한것 같은 느낌이랄까.

아이도 딸기우유와 함께 시킨 빵을 먹으며 즐거워하고, 가습기에서 나오는 연기를 연신 신기해하며 충실히 아내의 촬영모델 역할을 수행했고 만족스럽게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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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쌀찌푸리는 부모가 되지 않는건 참 여러모로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의 장소와 기대에 따라 그 기준이 각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눈치껏 요량것 잘 파악해야 한다. 그래도 단서가 없으면 어쩔수 없이 제일 높은 기준에 맞추어 아이를 통제하는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애를 예뻐해서 주었건, 뽀로로만 보고있는 애가 불쌍해서 주었건, 오늘 카페주인의 500원짜리 배려가 참 고맙기 그지없었다.
물론 그 초코파이는 애 엄마가 먹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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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랑 오는 엄마들의 모든 걱정아닐까요?
아니신분들도 있긴하더라구요 ㅎ

아마도 그렇겠죠? 가끔 너무 걱정을 안하시는 분들이..^^;

갬성카풰의 필수템 킨풜크......

진짜애기들 데리고 카페가면 엄빠입장에선 힘들거같기두하고 부담스러울것같애여..

진짜 갬성카페가면 종종 저 잡지가 보이더군여ㅋㅋㅋ 좀 부담스럽습니다ㅠㅠ

  ·  7 years ago (edited)

사실 "노키즈존" 이나 그런것이 정말 아이들이 싫고 아이들을 질색하는 곳들이 아니라 양식이 없는 몇몇 고객들 때문에 생겨난 것이니만큼 .. (뜨거운 음식이나 음료를 다루는 음식점 / 카페에서는 만약에
사고가 나면 그 책임소재가 생기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글에서 말씀하신대로 기본적인 에티켓을 갖춘 고객이 아이랑 오는것은 전혀 문제가 없죠 : ) 작은 카페 주인의 배려이지만 그 작은 배려에 고객의 마음이 살살 녹네요 ^-^

작은 배려에 행복한 까페나들이를 할 수 있었습니다^_^ㅋ

억셉님.....딸 낳는 비법 좀 알려주십쇼

저는 1일 1치킨으로 심신을 단련했을 뿐 별다른 비법이 있지는 아니하였습니다..

역시 1일1치킨이.. 맞죠 ㅎㅎㅎㅎ저도 그래서. 두째가..ㅎㅎㅎ

  ·  7 years ago (edited)

특히 요즘 카페들은 예쁘게 꾸며 놓아 어른인 저도 조심스럽더라구요.
아마도 아이와 함께라면 더 하겠지요.
어쨌든 아이를 데리고 가서 여유있게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편안한 카페라면 자주 애용하셔야겠는데요.

비싸고 여리여리해보이는 물건들이 참 많아가지고 말이죠... 자주 애용하면 좋은데 항상 새로운곳에 도전하고 있습니다ㅋㅋㅋ

  ·  7 years ago (edited)

애기 엄마로써 완전 공감이 가네요. 저도 가끔 카페를 아이와 함께 가는데, 본의아니게 참 민폐를 많이 끼치게 되더라구요 ㅎㅎㅎ
보팅+팔로하고 갈게요 ^^

민폐끼치는 부모가 참 싫었던터라 저도 그러기 싫어 굉장히 노력하는데 싑지가않군요-_ㅠ

카페에 애를 풀어논다는건.. ㅎㅎㅎ
초코파이를 주신 가게 사장님멋진데요~~
사진이.. 엄청 예쁘게 나왔어요.. 되게 심플하게요 .. 부럽^^
즐거운 하루 되세요~~

가끔 풀어놓는 각이 나오기도 하더군요^^ㅋ 올세일님도 즐건하루 되시길~!

@acceptkim님, 안녕하세요. 스사모 모임지기 @loki80입니다. 3월 달력사진 컨테스트 1위 수상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지갑에 18스달 상금 확인해보세요~

수상작 발표글은 아래 참조해주세요
https://steemit.com/kr/@loki80/3

와우!! 힘내세요!!

저는 카페에서 그림 작업을 해도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것에 대해 별 느낌이 없어요. 간혹 신기해서 와서 빤히 쳐다보고 만지려고 할땐 좀 부담스럽지만ㅋㅋㅋㅋ; 그럴땐 부모들이 와서 말리지만요. 요즘은 어른들이 더 애들보다 철없고 목소리도 커요ㅋㅋㅋ 그냥 해보는 소리입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