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되지 않는 것들

in kr-daily •  7 years ago  (edited)

오래간만에 꽃시장에 들렀다. 일찍 나섰는데 마침 내가 가는 방향

도로에서 삼중 추돌 사고가 나 30분이면 갈 곳을 두시간이 걸려 

도착했다. 라디오에서 교통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면 영문도 모른 채 

주차장이 된 도로 위에서 답답했겠지. 하긴, 이유를 알았다고 해도 

도로 위에서 괴로웠다. 오며 가며 총 세 시간이 걸렸는데 이정도 

시간이면 먼 도시도 가겠다며  신랑에게 투덜댔다. 

시장 다녀와서 컨디셔닝 해두고 이런저런 일상에서 처리해야할 

일들 해두고 꽃잎에 살짝 상처입은 루코코리네를 잘라냈다. 

상처입은 모습도 너무 예뻐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아까우니 압화해두어야겠다. 날씨는 또 왜 이렇게 변덕스러운지. 

맑았다 비가 쏟아졌다 천둥이 치고 우박이 쏟아지고의 반복이었다. 

나란 인간 같다 꼭. 

음력으로 생일을 치르는 엄마의 올해 환갑이 5/8이라 

6일부터 울산에 들러 시가, 우리집 이렇게 머물 예정이다. 

미리 어버이날 주문해주신 단골 손님들의 주문을 정중히 거절했다. 

일찍이라도 내가 만든 꽃을 받고 싶으시다는 분들이 몇 분 계셔

바구니나 플라워박스 등을 만들기로 했다. 감사하다. 

사입한 꽃들 중에 루코코리네가 제일 좋다.

구근류와 덩쿨을 가장 좋아한다. 이렇게 싱싱하게 피어 있어도 

아름답고 시들어도 아름답다. 이 존재 자체가 나에게 버겁지 않다. 

있는 그대로 좋다.


최근에 아주 오랜 친구로부터 나를 이해하고 존중한다는 

말을 들었다. 말 자체로는 참 그럴싸한 문장이다. 

그 말이 나를 아주 불쾌하게 했다.     

어떤 일로 인해 친구와의 관계가 어그러졌는데 

나는 친구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또한 친구로부터 값싸게 이해받고 싶지도 않았다. 

 

소화되지 않는 버거운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가끔은 종종 내 자신도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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