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꽃시장에 들렀다. 일찍 나섰는데 마침 내가 가는 방향
도로에서 삼중 추돌 사고가 나 30분이면 갈 곳을 두시간이 걸려
도착했다. 라디오에서 교통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면 영문도 모른 채
주차장이 된 도로 위에서 답답했겠지. 하긴, 이유를 알았다고 해도
도로 위에서 괴로웠다. 오며 가며 총 세 시간이 걸렸는데 이정도
시간이면 먼 도시도 가겠다며 신랑에게 투덜댔다.
시장 다녀와서 컨디셔닝 해두고 이런저런 일상에서 처리해야할
일들 해두고 꽃잎에 살짝 상처입은 루코코리네를 잘라냈다.
상처입은 모습도 너무 예뻐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아까우니 압화해두어야겠다. 날씨는 또 왜 이렇게 변덕스러운지.
맑았다 비가 쏟아졌다 천둥이 치고 우박이 쏟아지고의 반복이었다.
나란 인간 같다 꼭.
음력으로 생일을 치르는 엄마의 올해 환갑이 5/8이라
6일부터 울산에 들러 시가, 우리집 이렇게 머물 예정이다.
미리 어버이날 주문해주신 단골 손님들의 주문을 정중히 거절했다.
일찍이라도 내가 만든 꽃을 받고 싶으시다는 분들이 몇 분 계셔
바구니나 플라워박스 등을 만들기로 했다. 감사하다.
사입한 꽃들 중에 루코코리네가 제일 좋다.
구근류와 덩쿨을 가장 좋아한다. 이렇게 싱싱하게 피어 있어도
아름답고 시들어도 아름답다. 이 존재 자체가 나에게 버겁지 않다.
있는 그대로 좋다.
최근에 아주 오랜 친구로부터 나를 이해하고 존중한다는
말을 들었다. 말 자체로는 참 그럴싸한 문장이다.
그 말이 나를 아주 불쾌하게 했다.
어떤 일로 인해 친구와의 관계가 어그러졌는데
나는 친구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또한 친구로부터 값싸게 이해받고 싶지도 않았다.
소화되지 않는 버거운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가끔은 종종 내 자신도 버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