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 오늘을 기억하며

in kr-daily •  6 years ago 

오늘이 내게 1월 1일인건 중요치 않았다.

감정에 잡혀버리면 이해할 수 없었던 과거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나는 바로 과거로 던져지고 그 때 내가 된다. 이해할 필요 없이 생각의 흐름이 이어져버린다. '아 그래. 그랬구나. 그래서 나는 그랬구나.' 모든 게 다 귀찮아진다. 생각은 극단으로 치달아 버린다.

별 거 아닌 일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잔뜩 피곤하게 울어버린 후 기분이 나아진 나는 생각한다. 정말 그냥 모든 게 호르몬 탓일까? 정말 3일만 지나면 괜찮아지는걸까? 그럴지도 모른다. 나는 동물이니깐. 그리고 나는 정말 감정에 쉽게 사로 잡혀 나를 잊곤 하니깐.

최근들어 내가 조직사회에 맞는 인간군상은 아니라는 생각을 자주했다. 이전에도 마찬가지긴했다. 나의 MBTI 타입이 조직에서 가장 꺼리는 유형이란 걸 알고 있다. 이전에는 그런 나를 비난했다. 내가 잘못한 것 같았기에 그런 내가 미웠다. 아닌 척 하고 싶었다. 돈을 벌고 사회생활을 하고 조직생활에 익숙해지는 건 비단 나뿐 만은 아니겠지만 나라는 땔감을 조금씩 연소해 나를 지우는 행위나 다름없다. 역시나 자의식 과잉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과거의 누군가는 너무도 쉽게 날 이해해주곤 했다. 그가 딱히 위로를 해주지 않아도 위로가 되곤 했다. 아마 그래서 그를 좋아했을지도 모른다. 잠시나마 외로움이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위험하고 유치하고 어린 감정이지만 내가 오늘처럼 목놓아 울고 나면 그는 내게 넌지시 물어보곤 했다. '내가 대신 널 죽여줄까?' 난 그 말에 감동받곤 했다. 아무리 내가 달라졌어도 오늘 같은 날 누군가 그런 질문을 하면 역시 난 또 감동해버릴 게 분명하다.

난 여전히 가끔씩 말도 안되는 생떼를 부리며 펑펑 울다 지쳐 잠이 들곤 한다. 다음날 자고 일어나면 아무 일 없다는 듯, 난 재생하고 어제의 나를 잊는다. 오늘도 역시 그런 날이 될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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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실전인다.
이 한마디가 생각나네요.
2019년은 행복함이 가득하시길...

인생은 실전이죠 ㅎㅎ 감사합니다. 코딩맨님도 2019년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D

아~~ 무슨 일이기에... ㅠㅠㅠㅠ

별일없었어요 ㅋㅋㅋ 그냥 남겨두려고 뻘글을 썼어요. 걱정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별일 없었다면 다행이고요. ^^

내가 항상 여기 서있을게
걷다가 지친 니가 나를 볼 수 있게
저기 저별 위에 그릴꺼야
내가 널 사랑하는 마음 볼수 있게

글을 보고 갑자기 이 노래의 이 구절이 떠올랐어요.
내가 나에게 할 수 있을 노래이구나.

저는 요새 노래 부를 때 가사의 너는 나로, 나도 나로 느끼며 부르거든요.

저 마다의 사연이 '다' 있다. 그 '다'를 '다' 모를 뿐.

알 수 없지만 멋지실 겁니다. 새 해가 별 건가요.
새 해 감동 많이 받으세요~! : ) 저도 오늘 별 거 아닌 거에 감동 받았답니다. 근데, 그게 어려운 건 줄 알았는데 의외로 쉽게 다가오더라구요.

eternalight님 오랜만에 서시 참 좋네요. 감사드립니다.
너는 내가 되고 나는 네가 될 수 있죠. 감동많은 한 해 되시길:D

맞아요 1월1일은 중요한게 없어요 과거의 기억마저 세월이 지나면 주마등 처럼 지나갈 거에여 과거에 이랬으면 저랬으면 좀 나아졌을까란 생각은 누구나 하고 이불킥도 하지만 정작 시간이 지나고 나니 과거 보다는 현재 현재보다는 미래 미래를 위해서는 지금이 젤 중요해요

대신 내가 죽여 줄 수는 없고 리플은 달아요 ㅋㅋㅋㅋ

대신 죽여줄 수 없기에 달아주신 리플에 감동먹어버리는데요. ㅋㅋㅋㅋ

전 말로는 지금이 중요해- 하면서도 정작 집중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좋은 하루 보내시길 오늘 너무 춥네요

잊을 수 있는 것도 능력이에요. 이 맥락에서 '내가 대신 널 죽여줄까'는 꽤나 로맨틱하게 들리네요 ㅎㅎ

알고보니 능력자였네요. 저의 특기 중 하나에요. 안 좋은 기억 잊기.
오오. 그렇죠? 저 말이 꽤 로맨틱한 고백임을 알아주시는군요 . 역시 slowdive님!

그럴땐 큐브를 맞춰보세요 (저도 뻘글임 ㅋ)

ㅋㅋ 좋은 생각이네요. 역시 큐브인가요. ㅋㅋ

조직사회에 다 물들어버리지 않은 게 다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보시면 좀 나아질까요. 그렇게 비난했던 그들의 방식이 내게 스며들어있다면 그거보다 슬픈일이 없을 것 같아요 전 :₩

제가 좀 뭐랄까 이상한 고집이 있어요. 강박관념일 수도 있는데 절대 변하지 않을거야 절대 물들지 않을거야라고 스스로 세뇌시키곤 하죠. 그래서 날이 잔뜩 서있나봐요. p님 말씀처럼 아무렇지 않게 조직사회에 적응을 잘하는 나를 발견하면 저는 절 좋아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네요. 하여튼 어쩌고 싶은건지 ㅋㅋㅋ 저도 모르겠어요.

이 댓글이 뭔가 되게 위로가 되네요. 고마워요 p님

  ·  6 years ago (edited)

최근들어 내가 조직사회에 맞는 인간군상은 아니라는 생각을 자주했다. 이전에도 마찬가지긴했다. 나의 MBTI 타입이 조직에서 가장 꺼리는 유형이란 걸 알고 있다. 이전에는 그런 나를 비난했다. 내가 잘못한 것 같았기에 그런 내가 미웠다. 아닌 척 하고 싶었다.

어떤 유형이신지는 모르겠으나, 전 ESPT이거라고 하던데요. 조직사회에 맞고 안맞는 유형이 따로 있을까요? 너무 괴롭히지마세요 고물님존재 자체가 소중하잖아요.

ㅋㅋㅋㅋ대박 뽀돌님과 정확히 반대성향입니다. 후후훗. 그래도 전 뽀돌님이 좋아요 ㅎㅎ 실리적인 것과 거리가 먼 타입이죠.
네 괜찮아요. 가끔 이렇게 울적한 날이 있기도 하죠. 고마워요 뽀돌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새해부터 이렇게 눈물나게 글쓰기있어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고물님 올해도 잘부탁드려요 >< 새해 복 많이받구요!

거짓말처럼 3일이 지나서 그런지 오늘 꼴보기 싫은 사람 안봐서 그런지 기분이 두둥실 좋아지고 있어요. ㅋㅋㅋ 오늘은 집에가서 글써야지 룰루랄라 -
샘터님과 함께하는 2019년 신나요!! 잘부탁드려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