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교사로서의 권위를 포기하게 된 사연

in kr-daily •  7 years ago 

참고로 이 이야기는 실화이며, @manizu 님의 흑역사 콘테스트를 보다가 급 생각난 저의 흑역사(?) 입니다.


때는 2016년, 가을 수학여행 때 일이다.
난 당시 학년 부장을 맡았기 때문에 관리자분과 버스를 탔는데 하필이면 그 해는 교장 선생님께서 수학여행을 따라오셨다.(참고로 교장 선생님은 울산에서 잔소리로 꽤나 유명했던 할머니 교장 선생님.)

2박 3일간 잔소리를 들을 생각에 난 절망했지만 어찌됐건 아이들은 첫 수학여행이라 모두들 들떠있었다.

그런데...

출발한지 20분쯤 지났을까...
우리반 사고뭉치 우형(가명)이가 찌푸린 표정으로 날 불렀다.

우형 : 선생님 배가 아파요. 똥 나올 것 같아요.
나 : 야! 그러게 내가 미리미리 화장실 다녀오랬잖아. 출발한지 얼마나 됐다고...좀 참아!

험악한 말투와 표정으로 그를 혼내고는 난 다시 앉았다. 그런데 몇 분 뒤 또...

우형 : 선생님 안되겠어요 ㅠㅠ
나 : 에잇! 진짜! 앞으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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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을 더 달린 버스는 힘 없이 걸음을 멈추었고, 그와 반대로 우형이는 빠른 속도로 간이화장실로 뛰어들어갔다.

몇 분 후 화장실에서 찌푸렸던 표정을 다리미로 폈는지 환하게 웃으며 걸어오는 우형이. 열받아서 소리쳤다.

나 : 야! 빨리 뛰어와!

교장선생님 : 육부장. 우형이 내 옆에 앉혀줘요.

그동안 우형이가 학교에서도 사고를 많이 쳐서 교장 선생님도 벼르고 계셨는지 그를 옆에 앉히고는 첫 휴게소까지 약 2시간동안 잔소리를 시전하셨다.
다른 아이들도 나의 표정과 교장 선생님의 잔소리에 기가 눌렸는지 버스에서 크게 떠들거나 하지 않았다.

그렇게 2박 3일 수학여행이 끝나고 울산으로 돌아오는 길...

2박3일동안 교장 선생님의 잔소리, 아이들 지도 등으로 인해 매우 피곤해있었다. 얼른 이 수학여행이 끝나기만을 속으로 고대하고 있었다.

어느덧 마지막 휴게소인 평사휴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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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2박 3일간 고생한 나에게 커피 한 잔을 선물하고 싶었고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날 마시던 것처럼 아메리카노에 샷을 추가하여 홀짝홀짝 마셨다.

스스로에게 선물한 샷 추가. 그게 문제였다.

학교를 30분 앞둔 시점부터 땀이나기 시작했다. 그렇다. 화장실이 급해진 것이다. 하지만 30분이라면 해볼만했다. 그렇게 위안을 삼고 다리를 꼬며 참고있었다.

그런데 ㅠㅠ 아는 분들은 알겠지만 경주에서 울산까지의 7번국도는 늘 밀린다. 그날도 평일 저녁 6시...한창 차가 밀릴 때였다.

슬슬 걱정되었다. 수학여행 첫날 우형이에게 심하게 화를 냈고 교장 선생님도 그렇게 잔소리를 해댔는데 담임인 내가 버스에서 화장실이 급하다니...어쩌지...

뛰어내려? 스윽 뒷자리로 가서 페트병에?
아니면 조금씩 싸고 말려?

벌써 불편한 내 안색에 눈치를 챈 아이들은 내 귀에다 대고 “쉬~~~~~~~” 를 연발했고, 크게 웃고 난리도 아니었다.

제길. 아직 졸업하려면 몇 달 남았는데, 담임으로서의 권위는 이제 없구만 ㅠㅠ

그렇게 한계에 다다를 때쯤 우리 학교로 들어가는 마지막 신호등까지 왔다.

그래! 저 신호만 받으면 학교까지 견딜 수 있어!
제발...제발...

하지만 내가 평소 신을 믿지 않는다는 사실에 신이 노여워하신걸까...야속하게 신호등은 노란불로...그리고 이내곧 빨간불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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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난 선택했다.

기사님! 문 열어주세요!

아이들의 비웃음과 박수. 교장 선생님의 눈초리를 뒤로 느끼며 8차선 도로를 전속력으로 뛰어 건넜다. 그리고 인근 상가의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때

카톡! 카톡!

형님! 어디가세요?
부장님! 왜 내리셨어요?

ㅠㅠ 2반, 3반 선생님들도 창가너머 뛰어가는 나를 보고는 카톡을 보낸 것이다. 제길...부장교사로서의 권위도 포기요~~

그렇게 터덜터덜 학교로 돌아온 나. 학부모님들께서 인사를 하신다.

아유 선생님 고생 많으셨어요!
으잉? 이 고생은 수학여행 고생했다는 말인가 오줌누러 가는 고생했다는 말인가

그 후 난 절대 아이들에게 화장실 가는 걸로 화내지 않았고(못했고), 또 차 탈일 있으면 샷 추가를 하지 않았다.


쓰고 보니 이걸 내가 왜
지워지지도 않는 스티밋에 쓰고있나 싶네요 ㅠㅠ

장문의 글을 쓴 것이 아까워서 올리긴 올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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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실감나는 교단일기 잘 보았습니다. 교사도 인간입니다. ㅋㅋ

네 ㅠㅠ 교사도 인간이에요 ㅠㅠ

태그를 kr-sad로 바꾸셔야겠습니다ㅋㅋㅋ

진지하게 kr-crying 고민했어요 ㅋ

아~~~ 흑역사 이벤트를 왜 참여 하지 않으셨어요~

잊어버리고 싶던 기억인지 이벤트 기간에는 생각 안나더라구요 ㅠㅠ
이벤트에 당첨될 정도의 호돌박님 흑역사에 비하면 귀엽죠 ㅎㅎㅎ 그래서 지금은 이가 괜찮은가요?

그 때는 임플란트가 없어서 ㅋㅋㅋ 의치로 살고 있습니다^^

ㅋㅋㅋ 교사도 사람인지라 ...
아마 모두가 이 글을 읽으면서 크게 공감했을듯 합니다.
저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기에 웃을수만은 없네요.^^;;

비슷한 경험을 가진 분들이 많겠죠? ㅎㅎ
물론 아이들의 웃음거리가 된 선생님은 잘 없겠지만 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떡합니까... 아아아아아아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흑역사 추가에.... 블록체인에 영원히.. ㅋㅋㅋㅋㅋㅋㅋ 컬투쇼에 보내야 되는 사연 아닙니까. ㅋㅋ

컬투쇼 급은 아니지만 보팅받을 정도는 되는것 같아서 올렸어요 ㅋㅋㅋ

그런데 경솔했나요 ㅠㅠ 나중에 우리 애들이 커서 보면 어쩌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