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 근성

in kr-diary •  2 years ago 

생각해보니 나는 어렸을 때부터 약간(?) 거지 근성이 있었다.

큰 돈 쓰는것은 안 아까워 하면서도 뭐랄까 100원 200원 작은 돈들 쓰는 것들이 그렇게 아깝더라. 그래서 어렸을 때는 대부분 아이들이 하는 군것질이나 오락실 게임 이런것을 거의 안하고 살았고 남들보다 일찍 PC 게임, 온라인 게임을 접해 그걸로 갈아탔다. 처음엔 게임 템들 이런것들이 대부분 무료였지만 역시 여기도 시장경제가 들어가고 보니 부분 유료 전면 유료 등으로 바뀌게 됬고 그렇게 게임도 현질하지 않는 무과금 유저가 되었다.

뭐 무과금 유저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꺼낸 것은 아니고, 나는 출장을 많이 다니는데 출장지를 가면 근처 호텔에 숙박을 잡는데 그런 호텔에서는 어메니티(amenity)[샤워타울, 치약, 칫솔, 빗, 조그만 로션, 면도기, 비누, 샴푸 이런 것들을 제공해준다- 좀 비싼 곳에서는 와인을 주기도 한다] 를 많이 준다. 코로나 이전에는 두달에 한번 꼴로 길면 2주 짧으면 3박 4일 정도 갔고 갈 때마다 어메니티를 챙겨 왔다. 이렇게 쌓인 것이 거의 7년.... 7년동안 쌓인 어메니티를 지난 1년 동안 사용했다. 물론 샴푸, 린스, 비누 이런것들은 평소에 서울에 있을 때도 종종 급할 때마다 썼었기에 이런 것들은 많이 남지 않았고 한달 정도만에 남은 양을 다 썼지만 문제는 빗과 면도기이다. 진짜 여기 내려온 지난 1년동안 1회용 면도기는 실컷 썼다. [특히 일본 출장에서 가져온 일회용 면도기나 슬리퍼는 정말 잘 썻다. ]

드디어 면도기를 끝장내고 오늘 퇴근길에 마트에 가서 면도기를 하나 샀다. WOW 면도기가 이렇게 비싸냐.... 전동면도기가 있기는 하는데 그것도 10년 넘게 쓴거라 사실상 고물이나 마찬가지고 제대로 깍이지가 않아서 여기 내려와서 정말 오랜만에 이런 직접 면도기를 쓴 것인데.... 일본 꺼를 살까 미국거를 살까 고민하다가, 지난번 일본 호텔에서 받았던 거가 도코모인가 그거라 그냥 그거를 샀다. (생각해보니 군대에서는 질레트꺼를 제공했었는데...) 면도기 하나가 치킨 몇마리 가격이네 ㅋㅋㅋㅋㅋㅋㅋ ㅇㄴ

막상 사고나니 면도기 가격이 너무 아깝다. 면도날도 어짜피 소모품이고 계속 교체해 줘야 하는 거긴 한데.... 그렇다고 핀셋으로 털 하나 하나 뽑으면서 제모 하기도 그렇고 솔직히 블랙 머시기만 뺴면 핀셋으로 뽑는게 가장 깔끔하긴 한데 ㅋㅋㅋㅋㅋㅋ

면도기를 사면 또 면도크림이런 것도 사야 하나? ㅋㅋㅋㅋㅋㅋㅋ 면도기랑 칼날 몇개만 사가지고 달랑 왔는데 이 놈의 이 몸의 생태는 면도크림에 대해서 또 거부하고 있다. 막상 있으면 쓰면서 사지를 않으려고 하니...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게 아까울까? ㅋㅋㅋㅋ

오늘은 연구소에서 저녁 먹고 마트 가고 바로 걷고 돌아왔다. 뭐 적고 지우고 하다보니까 20-30분이 금방 지나갔군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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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터 사는게 그렇게 아깝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