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감기로 골골대면서도 이유 없이 기분 좋은 표정의 대문}

드디어 감기가 제대로 걸리고 말았다. 물론 심하게 콜록대거나 앓아 누운 것과는 거리가 멀고, 방금 전까지도 급식들이 우글거리는 시내에서 아우터 없이 돌아댕겼다. 춥진 않았지만, 솔직히 맨 다리로 나오지 않길 잘했다고는 생각했다.

감기의 원흉은 어제 카페 테라스에서 마신 아이스 아메리카노다. 저녁 공기가 슬슬 차가워질 때 별 생각 없이 앉아 있었더니 그 후로 목이 쓰리기 시작했다. (거기다가 간만에 마신 커피라서였는지, 밤에 잠까지 못 잤다.) 다행히 조금 전부터는 목의 통증은 가시고, 코로 옮겨갔다.

전에 언급한 적도 있지만 나는 목감기가 제일 싫다. 그것만 아니라면 다른 종류의 감기는 다 참을 수 있어. 두통이 더 괴로울지도 모르지만, 내겐 솔직히 매우 드문 일이다. 잠깐 자고 일어나는 것 정도로 해결되지 않는 두통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

거리엔 벌써 겨울 코트 입은 사람도 간혹 보이던데, 다 여자분들...아마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인 듯?! 반면 그냥 맨투맨만 입은 사람도 보이고, 애매한 나날들이다.

신체 컨디션이 안 좋을 때 괜히 더 놀고 싶은 이상한 경향이 있다. 얼마 전에 대중 교통에서 말 걸고 따라내린 애가 있었는데, 무려 괜찮았지만 내 타입은 아니었다. 그래도 만일 오늘 같은 날 그랬다면, 커피라도 마셔줬을 것이다. 정작 그 날은 컨디션이 좋았지만 그냥 도망갔었다는...모든 것은 타이밍이다.

그렇다고 사실 누굴 만나고 싶진 않고, 그냥 커피 친구 정도?! 아니, 커피 때문에 지금 이 고생을 하고 있으니 밀크티 정도로 하자. 지금도 뭔가 뜨거운 걸 마시면 좋을 것 같지만, 귀찮아서 귤이나 좀 까먹었다. 아플 때는 1식 따위는 집어 치우고 두 끼를 먹고, 그냥 귤 같은 건 아무 때나 막 먹는다. 아픈 걸 몸이 해결하는데 에너지가 드니까 평소와 같은 식단을 고집해선 안 되겠지.

암튼...이제 저녁에는 절대 커피 마시지 않겠습니다. 특히 아이스로는...

내가 마빈 게이(Marvin Gaye) 노래 좋아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던가? 암튼, 무지 좋아한다. 최근에 듣게 된 마빈 게이의 노래 커버 메들리(그래봤자 달랑 두 곡)가 있는데, 로버트 파머(Robert Palmer)가 부른 거다. 워낙에 유명한 Mercy mercy me랑, 개인적으로 훨씬 더 좋아하는 I want you를 섞어 불렀다.

_{로버트 파머, Mercy mercy me + I want you}

로버트 파머는 정장을 잘 차려입는 아재 가수였는데,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해서 일찍 돌아가셨다. 라이브 하는거 보면 열정에 가리워서 그렇지 좀 티가 난다. 아니면 힘드니까 특별히 열심히 부르는 모습으로 보였을지도.

나한테도 어느 한의사가 그냥 흘낏 한 번 보고 심장이 약하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돌팔이였길 바래봄. 개인적으로 절대 런닝 머신은 쓰지 않고 이클립스만 쓸 정도로 뛰는 걸 싫어하기는 하는데, 딱히 그 이유 때문은 아니지만 하여간 오래 기억하고 있는 얘기다.

다른 한의사는 신장이 특별히 강하다고 하더라. 내 의지로는 어떤 병원이든 잘 가지 않지만, 한의원에는 엄마가 제법 끌고 다니셨었다. 물론 어릴 적에...

갑자기 집에 오신 엄마는 친척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푹 쉬고 계신다. 어디 아파선 아니고, 그냥 친척 찬스로 검사란 검사는 다 받고 링겔도 맞고 그러고 계시느라, 어쩌면 다시 내 집에 오시진 않을 것 같다.

오히려 내가 한 번은 거기로 찾아가야 될 것 같은데, 요즘 시내에서 좀 일이 바빠서 잠깐만 들릴 생각이다. 이것저것 필요한 것도 좀 갖다드리고. 물론 감기 약 따위를 받지 않도록 유의해야지. 난 저절로 극복 가능한 감기 등을 약으로 해결하는 게 싫다. 어쩌면 오늘 푹 자고 일어나면 많이 좋아져 있을 것 같기도!

오늘 뉴비존@newbijohn님이 코인 노래방 대회? 참가를 권유하셨는데 감기 때문에 생각하기 힘들다. 물론 노래를 잘 하지도 못하고. ㅎㅎㅎ 앞으로 또 한다면 한번 고려해봐야겠다. 뭐 죠지 마이클 이런 가수 노래 해도 되남요?! 노래방 가면 부르는 레퍼토리를 떠올려 보니까...

암튼, I want you는 정말 명곡이다. 커버를 들었으니 역시 오리지널도 들어야겠지.

_{마빈 게이의 I want you}

그건 그렇고, 난 우리 고양이들에게는 방에 들어가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안방을 제외한 방 두 개가 실질적으로 옷 방인데, 이걸 통폐합(?)할 때까지는 거실과 베란다, 부엌, 다락과 베란다만 허용 중이다. 넓이로 치면 부족하지 않는데다가 옷을 망칠 수가 있기 때문에...

가끔 몬티만 방에 데리고 들어가는데, 요즘 그러질 않았더니 문 앞에서 너무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일이 잦아졌다. 막상 들어가면 조금 킁킁대며 다니다가, 눈치를 보면서 얌전히 앉아 있곤 한다. 구석에 들어가서 앉아 있기도 하고. 그런데 표정은 흡사 캔디 가게에 들어간 어린 아이의 그것이다. 하여간 몬티만 특별 대우 받고 있다.

방문을 어설프게 닫으면 고양이들이 약간 밀어서 열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하는 편이다. 한 번은 집 앞에서 내가 제일 맛있다고 생각하는 식당에서 모처럼 천천히 먹으려고 샐러드랑 버니니만 주문했는데, 그때 집에 있던 고모가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옷 방에 고양이들이 다 들어갔다고...

그냥 원샷하고 집에 돌아가 보니, 이놈의 고양이들이 완전 살판난 듯이 방 안에 옹기종기 모여 설쳐대고 있었다. 뭔가 동작은 작고 조용하지만 은근히 피해가 막심한, 그런 사고를 친 것이었다. 가끔은 젬이 중성화 수술 때문에 내게 삐진 것이 아니라, 그 날 입에 물고 있던 털 방울을 빼앗겨서가 아닐까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사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고양이들이 옷에 털을 묻히거나, 혹시라도 영역표시라도 하는 일 따위가 아니다. 나는 원래 털을 굉장히 좋아해서 털이 달린 옷이나 악세사리가 많은데, 고양이들은 그런 것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작은 털뭉치 같은 거는 어김 없이 고양이들의 먹이감이 된다. 물고 뜯고, 입에 넣고 돌아다니면서 마치 강아지처럼 으르렁대기도 한다. 뺏지 말라 이거지.

이미 여러 번의 희생이 있었다. 아마도 작은 동물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가방에 달린 토끼 인형이라든가, 토끼털로 만든 머리끈이라든가, 털방울이 달린 머리띠도 종류별로 하나씩 아작 내셨고...물론 어린 아이나 할 법한 악세사리지만 나는 그런 걸 좋아해서 많이 갖고 있다. 자주는 아니지만 실제로 쓰기도 하고.

어릴 때만큼 유치한 머리를 자주 할 수는 없지만, 하여간 시간이 난다면 벼머리도 하고 뭐 이것저것 다 하는 편이다. 그냥 빗기만 하고 급히 나가는 날이 가장 많지만.

네 살 때 이후로는 항상 머리를 길렀던 것 같다. 어릴 때는 두 갈래로 땋는 등 할 수 있는 게 많았는데, 지금은 민망해서...

_{전에 한 번 올린 적 있는 초딩 때의 사진. 이게 다시 등장한 것은 이때의 뒷모습을 올리기 위함이다.}

_{울엄마 솜씨는 아니고, 미용실...}

위에서 고양이들이 사고친 얘길 써서인지, 오늘따라 애들이 굉장히 흥겹게 놀고 있다. 보통 귀여운 척 하면서 눈만 끔뻑끔뻑, 자려는 자세를 취할 시간인데...아마도 밖에서 들어온 불청객 벌레를 갖고 놀다가 신이 난 듯 하다. 물론 내가 그것을 발견한 순간 그 벌레는 즉시 시체가 되어 쓰레기통으로 직진했지만...사냥 본능이 일깨워져서인지, 오늘은 간만에 여자애들도 설치고 있다.

그래도 내가 자려고 누우면, 지들도 자게 마련이다. 잠들려고 누웠는데 뭔가 조용하지 않으면 마치 어르신처럼 '어허!"라고 소리치곤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금새 조용해진다.

내일은 엄마가 요양 중이신 병원에 먼저 가야할까, 시내 볼 일을 먼저 봐야할까, 고민이 된다. 일단 내일 아침에 얼마나 일찍 일어나는지, 또 컨디션은 어떤지 보고 결정해야겠다. 그럼 이만 잠을 청해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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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잇에서 매일 하는 것들 (출석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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