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은 귀찮지만 생각을 하게 한다

 반년도 지나지 않은 새 안경 테가 망가졌다. 10년 전의 안경도 무사하고, 5년 전의 안경도 무사하고, 요즘은 최근 10년 중 가장 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으니 나로서는 굉장히 억울한 상황이다. 평생 안경을 써왔지만 안경이 망가진 건 운동 중에 공에 맞았을 때를 제외하면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프레임이 망가진 게 아니라 전면부와 다리를 이어주는 연결 부품 중 하나가 휘었을 뿐인데 단순하게 수리하거나 교체할 수 없고 통체로 교체해야 한다. 그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점원은 쉽게 분해되지 않는 부품을 무수히 두들겨서 겨우 뜯어낸 후 너덜너덜하게 된 부품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기존의 상태를 모르기 때문에 그 상태에 대한 계속 두들기는 행위의 기여분은 알 수 없었다.
 5년 전에 산 안경은 너무 무사하기 때문에 나는 그 안경의 제조사에게 그 효용만큼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지만, 고작 반년도 지나지 않아서 부러지는 테를 만든 제조사에게는 내 효용과는 반비례하는 비용을 지불할 예정이다. 해당 제조사의 테를 쓰지 않으면 렌즈까지 새로 맞추거나, 억지로 디자인이 다른 테에 끼워넣기 위해 이상적이지 않은 형태로 가공된 렌즈를 써야 할 것이니 나에게는 선택지가 없다.

 걸어가는 사이에 인도 위를 달리는 다양한 종류의 이륜탈것을 보았다. 오토바이, 자전거, 전동킥보드. 차도로 달리는 게 옳고 거기에 어려움이 있는 것도 아닌 오토바이야 당연히 차도로 가야겠지만, 전동 킥보드 자전거는 원칙을 지키면서 타는 게 너무 어렵다. 자전거 도로는 없거나, 있어도 열악한 상태가 대부분이고 보행자도, 운전자도 잘 지켜주지 않는다. 갓길에서 주행하려고 해도 주차된 차가 너무 많다. 지금은 규정이 바뀌었지만 기존에는 전동 킥보드는 그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자전거 도로 주행조차도 허락되지 않았다. 어디에서도 합법적으로 달릴 수 없는 물건을 임대하는 사업에 어떻게 허가가 난 것인지 나는 언제나 궁금했다. 우리 사회는 그런 면이 있다. 회색지대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는다.
 전철역에서는 또 에스컬레이터에서 한 줄로 선 사람들을 보았다. 두 줄로 서라고, 에스컬레이터에서는 걷거나 뛰지 말아야 하기 때문에 추월차선 따위는 필요 없다며 아무리 캠페인을 해도 아무 소용 없다. 여기서도 시민들이 행정부의 캠페인에 따르지 않는 이유를 찾는 건 의미가 없다. 중요한 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현 상황과 에스컬레이터에서 사고는 매년 늘어나고 있고 대부분의 사고는 넘어져서 생긴다는 사실 뿐이다.
 버스에서도 또 지켜지지 않는 공허한 규칙을 마주했다. 버스에 타자마자 "주행 중에는 자리에서~" 같은 경고 문구를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었지만, 버스는 내가 탑승한 직후에 출발했다. 주행 중에 움직이고 싶지 않아도 움직이지 않기 위해서는 입구에 서있어야 했다. 하차를 위해서도 미리 자리에서 일어날 필요가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 문이 닫힌다. 한 노인은 버스가 정차한 후에 자리에서 일어나 서있는 승객들을 헤치며 나오는 사이에 문이 닫혀서 소리를 질러야 했다. 그리고 내가 앉은 좌석에서는 하차벨을 누를 수 없었는데 경고에 따르면서 하차를 알리기 위해서는 신호 대기 중에 자리에서 일어나서 벨을 누른 뒤 신호가 바뀌기 전에 다시 자리로 돌아와야 했다. 하지만 내가 내릴 정거장은 세 정거장 전부터 쭉 신호를 기다릴 필요가 없는 직선으로 된 도로라서 그것도 불가능했다. 버스에 남은 사람은 나 혼자였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부탁할 수도 없었다. 그러니 나는 정당한 방법으로 하차 벨을 누를 방법이 없었다. 당연히 주행 중에 자리에서 일어나서 벨을 누르고 하차를 위해 교통카드 단말기에 카드를 갖다댔다. 그래, 이것도 문제다. 진정 정차를 기다린 후에 자리에서 일어나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갖다대고 하차하는 걸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 승객은 다른 승객, 기사, 도로 위의 다른 운전자들의 짜증을 마주할 뿐이다. 나는 미리 대기하고 있었지만 내가 계단을 다 내려가기도 전에 버스는 가속하고 있었다.
 안전에는 타협이 없다는 공허함 외침을 모든 곳에서 볼 수 있지만 어디에서나 타협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나는 그게 국가의 책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시민들의 책임도 아니다. 나약한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건 아무 의미가 없고, 그 개인들의 합에게 책임을 묻는 것도 마찬가지다. 현상이고, 해결되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