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린내가 사라지지 않아

in kr-diary •  last month 

 산책 중에 나를 따라오는 길고양이가 있었다. 발에 차이는 게 두렵지도 않은지 겁도 없이 나를 따라 걸으며 수시로 내 다리에 자신의 몸을 스치며 애교를 부렸다. 목에 멘 뜨개 목도리를 보고 밥을 주는 사람이 아끼는 고양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녀석은 나를 따라다니는 게 지겨워졌는지 난간에서 장난을 치다가 다리 밑으로 추락했다. 내려다보니 다치지는 않았지만 온 몸이 젖어서 진흙과 낙엽이 엉겨붙은 채로 울고 있었다. 누군가가 정을 주고 아끼는 존재인데 구할 수 있는 게 나 밖에 없으니 별 수 없다며 다리 밑으로 내려가서 얼어붙은 개울을 조심조심 건너 울고 있는 고양이를 다시 다리 위로 데려왔다.
 꽤 고민했지만 최소한 씻기고 말려서 다시 내놓는 게 옳다는 생각에 집에 데려가기로 했다. 잘 씻고 잘 말렸다. 진흙 범벅이 된 뜨개 목도리도 잘 씻어서 널어놓았다. 간식을 먹였더니 물은 알아서 내 고양이의 물그릇에서 마셨다. 굉장히 겁이 없는 고양이였다. 자신보다 덩치가 4배는 넘게 큰 내 고양이의 영역을 마음대로 들쑤시고 다니다니. 그러더니 가르랑거리며 내 무릎 위에서 잠을 청했다. 어차피 뜨개 목도리가 마를 시간이 필요하니 그대로 두었다. 그리고 한 시간쯤 지나서 뜨개 목도리를 다시 메어주고 이동장에 넣어 원래 있던 곳에 데려놓았다.

 돌아와서도 처리할 게 많았다. 내 괴상한 변덕 때문에 내 고양이가 병에 걸린다면 너무 괴로울 테니 이동장을 씻고 녀석이 쓴 그릇들을 소독했다. 그래도 집에서는 비린내가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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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해요 킴리님 ... ^_^

낯선 고양이가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너그럽게 봐주는 제 고양이가 다정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