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영어 소설 읽기"로 돌아왔다. 새해도 됐고 하니 영어 공부에 매진하겠다는 다짐을 하신 분들도 많을 거다. 그중엔 영어 소설을 읽겠다 결심하신 분들도 계실 테고. 그런데 영어로 책을 읽으려면 어떤 걸 골라야 할까? 사실 이 질문에는 정해진 답이 없다. 아니, 개인에 따라 수많은 답이 있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개인의 기호나 영어 수준에 따라 추천해줄 수 있는 책은 달라지니까.
일단 이 글에서는 초보자가 영어 원서를 고르는 여러 가지 기준과 그에 따른 장단점을 알려드리고자 한다. 이 조언을 참고해서 자신에게 딱 알맞은 책을 첫 책으로 고르시길, 그래서 실패 없이 첫 권을 완독할 수 있기를 바란다.
초보자들이 책을 고를 때
1. 내용을 알고 있는 책
영어 실력에도 자신이 없고, 평소에 책을 자주 읽던 사람이 아니라면 덜컥 영어 원서를 골라든다는 게 겁이 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초보분들은 "자신이 이미 내용을 다 알고 있는 책"을 고르려는 경향이 있다. 내용을 알고 있으니 어느 정도 책의 재미도 보장이 되고, 혹시 영어가 좀 어려워도 이해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동화책, 이미 한글로 읽었던 책, 디즈니 만화나 영화, 미드 등을 소설로 옮긴 책.
장점: 예상하고 있는 장점들이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다. 책이 재미있을 거라는 것, 적어도 완전 지루하거나 못봐줄 정도는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시작할 수 있다. 책이 너무 지루하거나 재미 없어서 읽다가 포기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영어가 어려워서 해석이 안 되는 부분이 있어도 이미 아는 내용이기 때문에 대충 때려맞춰서(?) 이해할 수 있다.
단점: 한글로 읽어서 내용을 다 알고 있다고 해도 영어로 읽는 건 또다른 문제다. 자신의 한국어 어휘력과 영어 어휘력을 생각해보라. 번역본은 쉬웠어도 원서의 난이도는 상당히 높을 수 있다. 내용을 다 알고 있는 책이라고 해서 결단코 쉬운 책은 아니라는 얘기다.
현대물 영화나 미드를 옮긴 책의 경우는 생활 회화(대화체)의 해석이 어려울 수 있다. 간혹 영화/미드의 대본을 그대로 옮긴 게 아닌 경우는 겉표지와 제목은 같지만 영화/미드의 내용과 상당히 동떨어진 책들도 있다.
2. 쉬울 거라고 생각하는 책
영어도 잘 못하니까 무조건 쉬운 책으로 시작하자고 맘먹는 분들도 많다. 그런데 어떤 게 쉬운 책일까? 그걸 잘 모르니까 대개는 동화책이나 초등학생 용 도서를 고르곤 한다.
예를 들면: 안데르센 동화집, 그림 동화집, 피터팬, 보물섬 등등 어렸을 때 읽었던 고전 동화들을 주로 고른다. 아니면 "미국 초등학생 추천 도서"나 로알드 달, 닥터 수스 등 요즘 동화책. 혹은 만화책.
장점: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들은 이미 내용을 알고 있으니 설사 영어가 조금 어려워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동화들은 대개 길지 않고 짧다.
단점: 1번의 단점과 마찬가지다. 어린 아이들이 읽는 책이라도 우리에게는 결코 쉽지 않다. 고전 동화의 경우는 오래 전에 쓰인 책이기 때문에 거기에 나오는 단어들도 고어이거나 어려운 단어가 많다. 현대물도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현대물은 단어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와 문화를 잘 알아야 하기 때문에 이해하는 게 더 어려울 수 있다.
만화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특히나 스누피, 캘빈 & 홉스, 가필드 등의 짧은 만화들은 그 안에 숨겨진 맥락이 많아서 단어 뜻을 다 찾아본다고 해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쉬울 거라고 생각해서 고른 책이 막상 읽어보면 하나도 쉽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다.
3. 짧은 책
길고 두꺼운 책은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힌다. 짧은 책은 금방 끝낼 수 있을 것 같아 초보자들이 많이 도전한다.
예를 들면: 150~200 페이지 내외의 짧은 책. 오헨리 단편소설집,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 세익스피어 등의 짧은 고전. 혹은 어린 왕자,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등의 현대물.
장점: 글 한 편이 짧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끝낼 수 있다. 책 한 권을 6개월이나 1년까지 질질 끌면서 읽는 사람들에겐 빨리 읽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으로 다가올 수 있다. 책 한 권을 영어로 읽었다는 성취감을 빨리 맛볼 수 있으니까.
단점: 미안하지만 짧다고 해서 쉬운 책이라는 뜻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그 안에 보도 듣도 못했던 온갖 어려운 단어들이 촘촘히 박혀있기도 하고, 문맥도 난해할 수 있다.
"고전"으로 소문난 좋은 책들은 요즘 책들과 문장 자체가 달라서 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4. 내가 좋아하는 분야나 작가의 책
그럼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으로 읽으면 어떨까? 재미가 있다면 조금 어려워도 신이 나서 읽게 되지 않을까?
예를 들면: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코난 도일, 아가사 크리스티, 공포소설을 좋아한다면 스티븐 킹, 공상과학소설이라면 당연히 마이클 크라이튼!
장점: 덕후들의 덕력을 얕잡아보면 안 된다. 자신의 수준보다 조금 어려운 책이라 할지라도 그 분야나 작가를 무척 좋아하는 덕후들이라면 사전을 뒤져가면서라도 재미있게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단점: 근데 생각해보니 난 그 정도의 덕후는 아니었던 것 같다. 머리 싸매면서 읽기엔 너무 어렵다. 그냥 번역본 읽으면 되지. 요새 번역도 진짜 잘 돼있는데.
5. 베스트셀러나 남들이 좋다고 하는 책
무슨 책을 골라야 할지도 모르겠고, 어떤 책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일단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 남들이 좋다고 추천해주는 책으로 시작해보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읽었다는 건 그만큼 검증이 됐다는 거니까.
예를 들면: 사피엔스, 해리 포터 시리즈 등등
장점: 읽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책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기가 쉽다. 많은 사람들의 검증을 거쳤으므로 책의 질이나 재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보장이 되어 있다.
단점: 계속 같은 얘기를 해서 미안하지만,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내가 읽기에 쉬운 책이라는 뜻은 절대 아니다. 베스트셀러는 많이 팔린 책이라는 뜻이지 사람들이 많이 읽은 책이라는 뜻이 아니다. 남들도 나처럼 사놓기만 하고 분명 읽지 않은 채 처박아뒀을 것이다.
6. 영한대역
영어로 책을 읽는 게 그렇게 어렵다면 옆에 한글로 해석이 나와 있는 책을 읽으면 될 것 아닌가?
예를 들면: 영한대역본.
장점: 영한대역본은 한글 해석이 나와 있기 때문에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어려운 단어들의 뜻도 알려주고 있어서 일일이 사전을 찾아보지 않아도 된다. 시중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영한대역본은 짧은 책들이다.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한 권을 끝낼 수 있다.
단점: 영한대역본은 한글 해석이 나와 있기 때문에 원문을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원문을 직역했느냐, 의역했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하지만, 자세한 문법적/배경적 설명이 없으면 해석된 것만 보고 영어를 잘못 이해할 수도 있다.
또한 어려운 단어들의 뜻도 알려주고 있어서 일일이 사전을 찾아보지 않게 되는 것도 단점이 될 수 있다. 책에서 알려주는 단어들은 뜻만 나와 있지 단어의 발음이나 액센트는 나와 있지 않다. 발음이 궁금하다면 어쩔 수 없이 사전을 찾아봐야 한다. 하지만 책에 이미 단어 뜻이 나와 있으니 대개는 사전을 찾지 않고 그냥 넘어갈 테고, 그러면 그 단어의 발음은 모른 채 지나가게 된다. (단어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영어 소설 초보를 위해 불이가 권하는 기준
그럼 도대체 어떤 책을 골라야 하는가? 내가 권하는 기준은 200 페이지 내외(더 짧아도 좋다)의 현대물로, 모르는 단어가 많지 않은 쉽고 재미있는 책이다.
너무 길면 읽다가 지치기 쉽다.(대개 초보자들은, 특히 혼자서 읽을 경우, 책 한 권을 끝내는 데 4~6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책 한 권을 끝냈다는 성취감을 느끼려면 비교적 짧은 책이 좋다. 또한 고어나 문어체가 지나치게 많이 나오는 고전보다 현대물을 선택하는 게 좋고(현대물을 읽을 경우 회화 실력을 쌓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왕이면 단어를 찾는 수고를 하더라도 뒷부분이 궁금해서 읽을 수 있도록 재미있는 책이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수준에 맞는 쉬운 책이어야 한다. 위에 글을 읽어봐서 알겠지만, 동화책이건 짧건 간에 내가 읽어서 너무 어렵다면 책의 초반 2페이지를 넘지 못한다. 그럼 뭐가 쉬운 책인가? 짧다고 다 쉬운 책도 아니고, 어린이용 도서라고 쉬운 책도 아니고. 어떻게 내 수준에 딱 맞는 쉬운 책을 고를 수 있는 거지?
다음 편에서는 내 수준에 딱 맞는 적당히 쉬운 책 고르는 법에 대해 알려드리도록 하겠다.
제 첫 영어 소설은 5번에 따라 다빈치코드였습니다ㅋㅋ 다 읽는데 한 3년은 걸린 듯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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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코드, 그 어려운 걸 첫 책으로 고르셨군요. ㅎㅎㅎ
길기도 하고, 단어도 좀 어려운데.. 물론 재미는 있습니다만. 3년이나 붙잡고 계셨다니 고생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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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이라니 여러 의미에서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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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올해는 영문 책읽기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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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카님의 도전을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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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장으로 딱 요약해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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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작가의 책 중에 현대물이고 적당히 짧은 책이 좋아요. 거기에 쉬운 책! 어떤 책이 쉬운가 하는 건 다음 글에서 알려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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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거요 ㅎㅎㅎ 좋아하는 작가님책 고르고 가지치기하면서 읽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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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한 작가의 문체에 익숙해지면, 그리고 그 작가가 쓰는 단어에도 익숙해지면 다음 책은 좀더 쉬워지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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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처음에 읽고 멘붕왔던 기억이 나네요 ^^;; ㅎㅎ
공부겸 취미로 킨들과 오디오북 도움을 받아 읽고는 있는데 뉘앙스와 문체까지 파악하긴 힘들어서 갈 길이 참 멀다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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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어렵죠. 문장도 길고, 바다나 배에 관한 단어들도 많이 나와서 앞부분부터 좌절하기 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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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이후론 한번도 생각도... 다짐도 해본적이 없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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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ㅎㅎ 솔직하셔서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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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수준에 맞는 쉬운 책이 필요하군요ㅎㅎ
재밌게 읽는게 가장 큰 도움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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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가 큰 역할을 하죠. 쉽기만 하다고 다 읽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저도 지루한 책은 못 읽어요. 재미있는 책 중에 쉬운 걸 찾는 게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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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런걸 원합니다.
왕초보에게는 딱 "이 책"이 좋습니다... 이런거요... 쪽집게 과외같은거...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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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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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합니다. ㅎㅎㅎ 자기가 고르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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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분들의 선택의 폭을 줄여주는 좋은 내용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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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내용 알려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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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님 가차없어...ㅋㅋㅋ
저도 어린이 동화 읽다가 멘붕왔던 기억이있어요. 절대 동화라고 쉽지않더라고요. 정말 생소한 단어가 많더라고요. 한 번도 영어본을 완독한 적이 없네요. 올해 목표로 한 번 도전해볼까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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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동화라 쉽다는 건 선입견이에요. 단어도 어렵고, 그 나라의 문화를 모르면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많아요. 아이들 책인 경우는 사전에안 나와있는 구어들도 많고요. 우리도 애들 동화에는 "까까, 맘마, 응가, 아야했어, 코 자자" 이런 말이 나오잖아요. 외국인이 보면 뭔소린가 싶을.. 영어도 마찬가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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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을 영어로 읽어보고 싶긴 해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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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글도 그렇지만 영어도 시대에 따라 쓰는 단어나 문체 등이 바뀌어요.
동물농장도 나온 지 거의 80년이 돼가는 책이라 문체가 요즘 책하고는 좀 다르죠. 익숙하지 않다면 어렵게 느껴지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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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군요. 거기까진 생각하지 못했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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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정도는 첫 원서로 적당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가 몇페이지 못읽고 맨붕이 왔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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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부분이 조금 어렵긴 해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어린 왕자, 빨간 머리 앤 등을 시도하다가 포기하시는 분들이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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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저 개인 사찰 당하는 겁니꽈?ㅋㅋㅋㅋㅋㅋ
아부다비 있을때 소장님께서 주신 영어소설책이 3년이 지났는데도 고스란히 있네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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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로 된 책은 금방 읽을 수 있는데 영어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더 힘들어요. 워낙 오래 걸리니까 뒤에 읽다가 앞부분 내용과 등장인물을 다 까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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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그럴거 같아요
그리고 저는 아직도 외국애들 이름이 너무 어렵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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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정도 덕후는 아니었던 것이다 <-- ㅎㅎ 이 부분에서 터졌네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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