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봄날|| #22 아빠가 오빠

in kr-essay •  7 years ago  (edited)

그래도 봄날 대문2.jpg



너는 가끔 날 아빠라 부르곤 했다. 아마도 오빠를 부르려다 실수한 것이리라. 아빠와 오빠. 비슷해서 그런 걸까.

그날도 널 조수석에 태우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기분 좋은 듯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에 맞춰 흥얼거리는 너. 그 흥얼거림에 내 기분도 덩달아 좋아진다.
갑자기 할 말이 생겼는지 넌 날 급하게 부른다.

 “아빠! 있잖아….”

넌 또 날 아빠라 부른 걸 모른 체 얘기를 이어갔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주의를 줘야겠다 싶어 너의 말을 잘랐다.

 “근데 왜 자꾸 날 아빠라 불러?”
 “내가?!”
 “응. 방금도 아빠라고 그랬어.”

넌 전혀 모르겠다는 듯 큰 눈만 동그랗게 뜬다.

 “진짜? 정말로?”
 “응. 그러니까 좀 조심해. 이번이 처음도 아니야.”

너에게 아빠 소리를 듣는 게 기분 나쁘거나 그런 건 아니다. 오히려 애교를 부리는 거 같아 혼자 배시시 웃고는 했다.

 “괜찮아 오빤데 뭐 어때.”
 “너 그러다 집에서 아빠한테는 오빠라고 그런다."

 내 말에 불현듯 뭔가 생각난 듯 넌 손뼉까지 치며 웃었다. 갑작스러운 너의 행동에 이번에는 내 눈이 커졌다.

 “안 그래도 얼마 전에 아빠랑 같이 TV 보고 있는데 내가 아빠한테 오빠라고 그랬나 봐.”

난 할 말을 잃어 헛웃음만 나왔다. 우려했던 일은 이미 벌어져 있었다.

 “아빠가 갑자기 정색하면서 ‘누가 니 오빠냐?’ 그러는 거야. 그래서 ‘내가 오빠라고 그랬어?’ 하니까 아빠가 ‘그래!’하고는 갑자기 방을 휙 들어가 버리시는 거 있지. 내가 오빠라고 불러서 삐지셨나봐.”

넌 아무렇지 않게 장난스레 얘기 했지만 난 어쩐지 아버지의 입장이 이해가 갔다. 분명 금지옥엽 키운 딸일 텐데 어디서 굴러먹다 온 개뼈다귀 같은 놈과 자신을 헷갈렸으니 서운할 만도. 그리고 아빠를 오빠라 부른 게 처음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좀 조심해. 나한테도 아빠라고도 부르지 말고!”

넌 아무 걱정 없다는 듯 생글거리며 대답한다.

 “뭐 어때. 어차피 오빠가 아빠 되고 하는 건데.”

난 할 말을 잃어 고개만 저었고 넌 여전히 기분 좋은 듯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콧노래를 불렀다.

맺음말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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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용기내어 꺼낸 말
#19 어른이 된다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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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걱정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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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0

앙!! 오빠가 아빠되고 하는건디~ 간질간질하면서 웃게되네요 ㅎㅎ 진짜 너무 러블리한거 아닙니까!! ㅋㅋ

ㅎㅎ 감사합니다. 집사님. :")
그래도 집사님은 이런 실수가 없으셨나봐요. ㅎㅎ

ㅎㅎ저는 왠지 귀엽게 보이는데요?ㅎ

귀엽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사실 실수하는 게 싫지만은 안답니다. :")

ㅋㅋㅋㅋㅋㅋㅋ 저번글에 이어 이번글도!!!
초코님 글은 참 달달하고 따스합니다^^

아이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ㅎㅎ
저는 생각보다 달달 하지 않는데 말이죠. :)

ㅎㅎㅎ 전 헷갈릴수가 없어서... 아쉽네요.. 오빠가 아닌지라... ㅋㅋㅋㅋ

ㅎㅎ 안 헷갈리는 게 좋은 거죠. :)
헷갈려야 혼만납니다. :D

ㅎㅎㅎㅎㅎ뭔가요 이 러블리한 느낌은 ㅎㅎㅎ
오빠가 아빠는 될 수 있겠지만,
아빠가 오빠가 되어서는 안되겠죠??ㅎㅎ
그만큼 초코님이 상대의 삶에 깊이 새겨졌나 봅니다

정말 아빠가 오빠가 되면 심히 곤란해 집니다. ㅎㅎ

  ·  7 years ago (edited)

달달한 행복이 보이는 글이네요...팔로우 했습니다, 초코렛님~~ ^^

감사합니다. daqtwcvg님. :")

예전에 있었던 일은 한 번 적어봤답니다. ㅎㅎ

앗 이 이야기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아요. ㅋㅋ 아빠한테 오빠라고 불른 ㅋㅋㅋㅋ 귀엽습니다.

오빠한테 아빠는 괜찮은데 아빠에게 오빠는 좀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ㅎㅎ

어디서 달달한 냄새가 나는데~ 앗, 여기다!!ㅋㅋㅋ

으앗 블리블리 송블리님. :)

문득 옛 생각이 나서 ㅎㅎ

오... 넘 행복해 보이는 글.
여자친구의 표정이 상상이 되는..
이것저것 상상하게 만드는 글.. 참 좋아라 합니다. ^^
역시 글쟁이.ㅋㅋㅋ
어제도 노래 흥얼거리시더니.. ㅎㅎㅎ

이브 노래였던가요...

넹 ㅎ 이브노래를 듣고싶었는데 말이죠 ㅋㅋ

어제 술도 약간 올라 기분도 좋고 거기에 오랜만에 이브 노래도 나오고 정말 흥이 안날래야 안 날 수가 없더라고요. ㅎㅎ

늘 궁금해요. 봄날의 그분은 누구인지...
(그러고 보니 예전에 제가 글을 읽고 소주 드셨냐고 실수 했던 기억이 나네요 ㅠㅠ 이불킥 한 날이었죠.)

ㅎㅎ아마 이 에세이가 끝날 때쯤에 알수 있으실 거예요. :")

오호 요런 실수를 하란 말이지요? ㅋㅋㅋ

나름 괜찮은 방법중 하나인 거 같습니다요. :")

쵸코님 글의 마지막 대사는 늘 여운이 남네요. 추억하는 듯한 글이어서 왠지 아련하지만 여주인공의 밝은 기운에 상쇄되는. 그러고보니 제 다른 블로그 이름 '봄,날' 이었는데 ㅎㅎㅎ 뼈다귀해장국 맛집이나 찾아봐야겠습니다.

다른 블로그 이름도 봄날이고 아이디도 봄날이시네요. 저는 꽃잎지던날이고. :")

뼈다귀 해장국을 왜 찾나 했더니 개뼈다구.ㅎㅎㅎㅎ

오빠가 아빠된다라...ㅎㅎ
므흣한 상상을 해봅니다~!!

앗!!!

개구리.JPG

왠지 모르게 흐뭇한 웃음이 지어지는 글이군요 ㅎㅎㅎㅎㅎ

감사합니다. 그라퍼님. :")
옛날에 있던 일을 한 번 적어 봤답니다. ㅎㅎ

저는 지금도 아빠한테.. 오빠.. 남편인 오빠한테 아빠..
이거 얼굴이 화끈거리는 데요^^??

역시 알콩달콩하시군요 투럽맘님. :")

저도 아직 남편한테 오빠라고 하는데 가끔 친정에가면 아빠한테 오빠라고 해버린답니다ㅎㅎㅎ
근데 저희아빠 좋아하셨어요^^ㅋㅋㅋ

역시 남자는 오빠라는 말을 좋아한는 게 틀림 없는 거 같아요. 저만 봐도요. ㅎㅎ

꺄 ~ ㅋㅋ달콤하네요 ㅋㅋㅋ뭔가 ㅋㅋㅋㅋ근데 저는 엄마한테 언니라고 그런적 엄청 많아요 맨날 언니들이랑 어울려서 그런가 언니 언니 언니 이러면 엄마는 그래 내가 니 언니다~~~~

어머니한테 언니라하면 좋아하실 거 같은디요? ㅎㅎ
근데 이게 호칭이 입에 붙으면 쉽게 안 떨어지는 거 같아요. :")

어머 쵸코님 이 달다구리함은 뭔가요??
아.. 너무짤막해 빨리 더 연재해주세요
현기증난단 말예요 ㅠㅠ

ㅎㅎ최대한 빨리 더 올리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인디구님. :")

ㅋㅋㅋ근데 은근 이런 실수하는 여자들 많던데... 아 많은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겪어 본 바로는...ㅋㅋ 근데 생각해보면 오빠한테 실수로 아빠라고 하는 건 뭐 웃고넘어갈 수 있지만,,, 그 반대라면 아빠 입장에서 정말 섭섭할 거 같네요. 어디서 오빠오빠 하다가 와서 햇갈려서 나한테 이러나 하고...ㅋㅋ

아빠한테 오빠하고 나면 아버지가 절 바라보는 눈빛이 영 좋지 못하더라고요. 정말 눈에서 레이져 막 나오는 거 같고. ㅎㅎ
호칭이 입에 붙으면 오빠랑 아빠가 비슷해서 자주 헷갈리는 거 같아요. :")

오빠 광대랑 입꼬리 올라간게 여기까지 보여요 해피해피 :)

광대는 티가나니 입꼬리로 살짝. :")

이런... 오빠랑 연애했었어야 하는 거였군요. 에잇 ㅠㅠ ㅎㅎ
쵸코님 꿀이 뚝뚝 떨어져요 ㅎㅎㅎ 아... 쵸콜렛이 뚝뚝 달달하네요 ㅎㅎㅎ

오빠랑 연애를 할 때는 항상 주의하셔야 합니다. 해피님. :")
물론 오빠는 아빠라는 말을 좋아할지도 모르지만요. ㅎㅎ

헐. 로맨틱.

힛! 감사합니다. 헬캣님. :")

닉네임이 초코인지 이유 알것 같군요

초코렛은 사랑이기 때문이죠. 히히. :)

남자는 모두 오빠라는 말을 좋아하는 거 아니었나요?ㅎㅎㅎㅎㅎㅎㅎ

대부분 그렇지만 헷갈려서 오빠가 되는 건 별로 좋지 않는 거 같아요. ㅎㅎ

저도 오빠가 아빠가 되었다죠. 또르르르
초코렛님 이야기는 달달한데..
제가 이야기 하니 왜케 짠내 진동인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 실제 케이스가 계셨군요. ㅎㅎ
그럼 이제는 아빠라고 부르시나요? 아니면 여전히 오빠? :")

ㅎㅎㅎ감성 가득 봄내음 풀풀나는 글 잘봤습니다 !!

감사합니다. 이노빛님. :)
예전에 있던 일을 한 번 적어 봤답니다. ㅎㅎ

아 달달하고 따뜻해지네요:)
아빠 오빠 아빠 ㅋㅋㅋㅋ

아빠 오빠가 참 헷갈려서 혼동하기 쉽습니다. ㅎㅎ
물론 오빠가 아빠되는 건 나쁘지 않는 거 같고요. :")

저도....오빠를 아빠라고 부른적이...
아니 아빠를 오빠라고 부른적도....우왕
팔로우 하고 가용~~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실수하시는군요. ㅎㅎ

ㅋㅋㅋ유독 친정가면 많이하는 실수인데 .. 초코님 글속의 여자분은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제 얼굴에도 미소가 지어지네요 ㅋㅋㅋ글분위기가 사랑스러운거겠죠? (현실에서는 안그래요............... ㅠㅠ 사랑스러운 눈빛은 없어요 ...-감성파괴자)

아니에요. 남편분께서는 분명 솥밥님의 사랑스러운 눈빛을 느끼실 거예요. :")

왠지 알콩달콩 하실거 같은....

생각보다 그렇지는 않답니다. ㅎㅎ

으앙 이 글 너무 달달해요~~ㅋㅋㅋㅋㅋ

아앗! 쪼야님. 감사합니다. ㅎㅎ

오빠가 아빠가...되지요ㅎㅎ...
글이 한편의 소설같네요..

감사합니다. 카일님. :)
그냥 예전에 있었던 일을 한 번 적어봤답니다. :D

오빠가 아빠되고 다 그런 거지요. ㅎㅎㅎㅎ
귀엽네요, 이 커플. :)

역시 그렇지요? 오빠가 아빠되고 막 그런거지요? ㅎㅎ

괜찮아요 오빠를 형이라고 실수로 부른 것보단 훨씬 낫잖아요* ^_^ *
(????)

음, 그것도 그거 나름대로..읭???

??? 그런걸 헷갈릴 수도 있나요?? 신기....그래도 여자애는 귀여웠을듯 ㅎ

아빠, 오빠 둘이 비슷해서 그런가봐요. ㅎㅎ

알콩달콩한 느낌이네요^^

헤헤 감사합니다. gidung님. :)

닉행일치...초코처럼 달콤하군여...시샘

이제는 더 이상 이런 글감도 없어서..ㅎㅎ
이제 아이디 바꿔야할라나봐요. :)

가심이 꽁냥꽁냥해지는 글입니다 ㅎㅎ 저는 신랑을 가끔 아빠~ 라고 부릅니다. 결혼하기 전, 아이가 없을 때, 이름을 부르다가, 아이가 말을 시작하더니 엄마가 하는대로, ㅇㅇ야~ 하는 소리에 기겁을 하신 시부모님이 누구누구 아빠 아니면 여보라 부르라 하셔서 여보는 부르다가 팔다리가 떨어져 나갈거 같아서, 누구아빠~ 이렇게 부르다가 어쩌다 보니 아빠~만 되더라구요. 그 호칭이 정말 싫었는데 말이죠. 여자친구분은 아빠와 오빠를 동일시 하나봅니다. 행복하신 겁니다^^

그러게요. 부모가 되면 본인이 이름이 사라지는 거 같아 슬플거 같아요. 아니면 아이의 부모라 또 다른 느낌이라 좋을까요? 아직 결혼을 안해서 잘 모르는..ㅠ

여보는 진짜 오빠보다 더 오글리토그리하는 ㅎㅎㅎ

한주의 시작!
따뜻한 커피한잔으로 시작해요~^^

자... 솔직합시다. 언제적 이야기 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