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minism] 내부 이야기

in kr-feminism •  6 years ago  (edited)
  1. 좀 내부적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외부인은 안봐도 되는 내용이지 싶음.
    현재 한국 페미니즘이 인터넷에서 그 담화가 이루어지는 만큼, 여성들은 커뮤니티나 SNS 등에서 페미니즘을 접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나는 이를 주의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2. 그 이유를 들기 위해서 우선 의식적/무의식적 페미니스트를 나누겠다. 서열화를 시키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구분할 필요성이 있어보여서 그렇다.
    의식적 페미니스트(이하 의식페미)들은 터프/쓰까를 비롯한 진영을 구별할 줄 아는 사람들이고 무의식적 페미니스트(이하 무의식페미)들은 아직 그런 구분은 못하지만 일상적으로 만연한 여혐과 남성사회의 문제점을 파악하게 된 사람들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은데, 내가 주목하는 쪽은 의식페미-터프 진영과 대다수의 무의식페미들이다.

  3. 군더더기 없이 내 의사를 밝히자면, 의식페미-터프 진영은 매우 싫어함.
    여기서 주의할 점은 안티페미들과는 전혀 다른 이유로 이들을 싫어한다는 것인데, 내가 이들을 싫어하는 이유는 이들이 스스로를 래디컬 페미니스트라고 하면서 페미니즘 내부에서 온갖 교란을 일으키고 다른 소수자들을 억압하기 때문이다.
    래디컬은 터프의 전유물도 아니며 이들의 공격은 명중률이 굉장히 떨어진다.
    가령, (내가 생각하기에) 페미니즘은 가부장제에 저항하는 사상이자 운동이고 여성들의 연대인 것인데, 이들은 여혐을 인지하지 못하는 남성들을 공격하면서도 다른 소수자들을 향해 분노를 내뿜는다.
    남성인데 성소수자, 남성인데 난민, 남성인데 어린이, 혹은 자신들과 뜻이 맞지 않는 여성들에게 혐오를 들이미는데 아주 보기 싫다.

  4. 대다수의 무의식페미들은 사실상 무의식 터프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여초커뮤 등에서 페미니즘 글을 읽고 페미니즘에 추상적(?)으로 다가서는데, 문제는 이 여초커뮤의 글들 중 대다수가 터프 혹은 웜계 글이란 것이다. 가령 트랜스 여성들에 대한 잘못된 정보들을 꽤 그럴듯하게 꾸민 글들이 여초에 많이 올라오는데, 팩트는 없고 선동만 가득한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내가 무의식페미들에게 화를 낸다던지 그렇진 않음. 본인도 무의식페미였기에 (...) 사실 페미니스트들 중 안그런 사람이 있나 싶기도 하다. 다들 그러면서 성장하는거지 뭐.(?)
    다만 내가 페미니즘 입문 단계인 여성들에게 할 말이 있다면, 반드시 커뮤니티만 단독으로 하지 말 것. 커뮤만 할 경우 이상한 정보들을 주워 듣기가 쉽고 소수자 혐오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진 100%라고 보고 있음.

  5. 내가 지금 터프를 까고 있는게 맞긴 한데, 참 쓰면서도 찝찝하다.
    나는 진영을 나누면서 우월감을 느끼고 있는게 아니다. 요즘은 개념페미란 말도 나오고 있다는데 저딴 헛소리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포장한 말밖에 더 되나.
    이전에 터프와도 연대하고 싶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렇다. 나는 그들과도 연대를 하고 싶고, 해야 한다고 생각 하는데 어쨌든 비판해야 할 건 비판해야 하니까. 다만 내가 터프를 깔 때마다 '여성에게 유독 도덕적 잣대를 가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혹시나 안티페미들이 내 글을 보고 동조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짜증이 난다.

  6. 최근 코르셋에 대한 논의, 난민 남성, 백래시, 페미니즘 진영 등등 내부적으로 많은 담론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래서 쓰고 싶은 글들이 매우 많은데 뭐부터 시작해야 될지 막막하다. 약 2주를 쉬다 와서 kr-feminism 태그에 내가 없는 것도 뭔가 어색하다. XD

  7. 어쨌든, 내가 터프를 싫어하긴 하는데 뭔가 그들에게 감정 이입도 되고 동료란 생각도 들고 아주아주 복잡하다. 이 말도 안되는 감정들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겠다.


오랜만입니다.
워낙 인기 없는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와 주시는 분들이 있기에 얼른 오고 싶었습니다. 종강도 했으니 다시 활발한 포스팅 업로드를 하려고 해요! :) 잘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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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컬은 터프의 전유물이 아니라는부분 굉장히 공감합니다. 뿌리부터 뒤흔들고 근본을 부정하는 것부터가 래디컬의 시작이라 생각은 합니다. 결국 교차성, 퀴어, 자유주의 등등 의 페미니즘도 래디컬 적이 될수 있고 래디컬 페미니즘안에서도 많은 갈래로 연구되고 있다고 합니다.
래디컬이라는 단어를 점유하지만 급진적이지 않고, 근본을 바꾸기보다는 근본주의로 환원하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서 속이 상합니다ㅠㅠ..

터프는 뭐랄까, 급진적인데 급진적이지 않은 집단이라고나 할까요. -_- 근본주의로 환원하는 모습이란 표현이 정확하네요.

저도 종강 했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