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스티미언 : 거짓말] 동생을 위한 거짓말

in kr-funfun •  7 years ago 

내겐 두 살 터울의 여동생이 있다.
나와 그는(그녀 아님) 그야말로 현실 남매다.

때는 2002년, 월드컵으로 전국이 들떴다가 가라앉기 시작한 여름에 있었던 일이다.
부모님께서 타지역에 상가집을 가시게 되어 나와 동생이 집에 남게 되었다. 현실 남매가 그러하듯 난 거실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고 놀았고, 고3이었던 여동생은 당연히 공부를 하지 않고 휴대폰을 했다.

그러던 중 동생은 친구를 집으로 불렀다. 동생 친구 A양이 미모의 여인이었으면 칭찬했을 일이나 유유상종 아니랄까봐 쁘득! 그저 귀찮았다.

동생과 A양은 부모님이 없는 틈을 노려 음주를 계획했다. 그리하여 집에 있는 소주 한병과 김, 과자 등을 챙겨 돗자리를 들고는 옥상으로 올라갔다. 우리 집은 아파트 꼭대기 층이었는데 옥상엔 사람들이 잘 오지 않아서 고3 여고생들이 음주를 즐기기엔(?) 안성맞춤인 장소였다.

soju.jpg

모범생(?) 출신의 대딩이던 나는 혀를 끌끌 차며 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다. '어휴~ 공부할 시간도 모자란 고3이 저러고들 있으니 쯧쯧...망했네 망했어.'

그런데 동생과 A양이 다급하게 내려왔다.

오빠...큰일났어.

헐 뭐임? 오빠라니...오빠라니!!!
언제부터 오빠라고 불렀다고.
저 오빠 소리를 듣는 순간 뭔가 큰일이 났음을 감지했다.

우리가 잠시 화장실 다녀온 사이에 옆집 아저씨가 소주랑 과자랑 내 휴대폰을 가져갔어. 근데 내가 학생이라서 내꺼라고 말을 못하겠어 어쩌지?

아놔 짜증...;;; 게임도 안풀려서 안그래도 짜증나있는데 동생이랑 그 친구까지 ㅠㅠ 정말 내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 동생인거 같다. 동생과 A양에게 왕짜증을 섞으며 대답했다.

그래서 어쩌라고?
오빠가 옆집에 가서 오빠가 마셨다고 하고 내 휴대폰 받아주면 안될까? 오빠는 대학생이라서 술 마셔도 되잖아.

순간 "내가 왜?" 라는 말이 거의 다 나왔다가 들어갔다. 이유는...

eyes.jpg

'에잇! 저 눈을 찔러버릴 수도 없고!'

그렇게 난 터벅터벅 옆집으로 향했다.

아저씨 : 오 리얼이 우짠 일이고?
나 : 저 아저씨 죄송한데요, 제가 옥상에서 휴대폰을 두고왔는데...아까보니 아저씨께서 옥상에 다녀가셨더라구요. 혹시 제 휴대폰 가지고 계신가 싶어서...
아저씨 : 뭐고 짜슥아. 니 옥상에서 술 마싰나? 누구랑 묵었노?
나 : 아! 예~ 친구랑 한잔 했어요.
아저씨 : 대학생 됐다고 이제 술도 한잔 하는가배. 폰 여있다. 가가라!
나 : 예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아저씨의 표정은 내 말을 믿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어찌됐건 무사히 넘어갔다.
다음날이 되어 아저씨로부터 이야기를 전해 들은 부모님도 믿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그냥그냥 넘어갔다.

그런데...내 마음은 넘어가지 않았다.

이 일을 빌미로 동생을 더욱 부려먹었고 ㅋㅋㅋ 동생이 성인이 되어 부모님께 이실직고할 때까지 그 군림은 계속 지속되었다. ㅋㅋㅋ

나 : 야! 불 좀!
동생 : 야! 불은 니가 좀 꺼라!
나 : 그래? 그럼 불은 내가 끌게, 술 먹고 잃어버린 폰은 니가 찾아라. ㅋㅋㅋ
동생 : 에잇! 재수없어!

동생을 위한 거짓말은 내게 한시적 편의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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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 여동생이 고3때부터 성인이 될때까지면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었네요 ^^

ㅎㅎㅎ 성인이 되고 바로 이실직고한 것은 아니라서 1년쯤이었던 것 같아요 ^^

ㅋㅋㅋ역시 현실남매에게 “오빠”라는 말은 뭔가 불길한 기운이 감지되는것 같아요 ㅋㅋ

ㅎㅎㅎ 오빠는 남매끼리는 쓰는단어가 아니죠 ㅋ

ㅋㅋ 현실 남매 맞네요.
그런데 그런 추억도 나중에 정말 소중해지지요.
아마 동생분도 어쩌면 그때를 그리워할지도...^^

ㅎㅎㅎ 아마 그럴 수도 있겠네요. 시간이 지나면 과거는 추억이 되니까요 ^^

오...빠.......;;;;;;쁘득!

누구세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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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추억이군요...
저흰 형제분께서 저와 말도 섞지 않읍니다...
그저 명령과 복종뿐..

저희도 명령과 복종이 대부분이에요 ㅎㅎㅎ 원래 남매란 그런 것인 듯

역시 동생은 그런존재인거겠지요 ㅎㅎ
제동생은 제가 불러도 이제 대꾸도 안합니다 하도 쓰잘데기없는말을 많이 하니 중요한이야기아니면 들은척도 안해요 ㅜㅜ

ㅎㅎㅎ 제 동생은 대꾸를 해주니 그나마 나은 건가봐요

이것이 선의(?)의 거짓말 인가요?? ㅎㅎ

ㅎㅎㅎ 맞습니다. 선의의 거짓말 ㅎㅎㅎ

남매는 다퉈야제맛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도 제 남동생과 맨날 싸웁니다

ㅎㅎㅎ 남매는 다 그런건가봐요 ㅎㅎㅎ

옆집 아저씨한테 가서 폰 받아왔을때까진 오~~~ 착한오빠 멋진 오빠~~ 이러면서 읽었는데 마지막에 에이!!! ㅋㅋㅋㅋㅋ

세상에 착한오빠, 멋진오빠는 피가 섞여 있지 않는 사이에서만 가능합니다 ㅎㅎㅎ

ㅋㅋ 동생의 약점을 제대로 거머쥐셨군요~~ 그나저나 A양이 절세미인이었다면 드라마처럼 이야기가 흘러가는 건데요ㅎ

A양이 절세미인이었으면 굳이 그 둘이 옥상에 갈 필요가 없었을 것 같아요 ㅋㅋㅋ 한 편의 드라마가 아쉽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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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남매...
이것이 진실인 것인가.. 남매 아이를 둔 엄마로서 씁쓸합니다...하하하;;

현실남매도 시대가 변함에 따라 변하지 않을까요? 남매 아이들은 아마도 또 다르게 성장할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