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 : 강릉성은 벌써 함락되었다고 합니다. 일단 강하에 돌아가서 군대를 재편성하기로 합시다.
관우 : 그렇군요.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
제갈량 : 관우님은 주공을 마중하러 가십시오. 저는 유기님에게 사정을 설명해 놓겠습니다.
관우 : 알겠습니다. 그럼, 강하에서 뵙겠습니다.
조조 : 음, 다 된 밥이었는데... 이렇게 된 이상 할 수 없다. 일단 강릉으로 가자. 유비를 쓰러뜨리는 건 그 다음 문제다.
[강릉 회의장]
조인 : 유비는 일단 유기의 영지인 강하에 머물고 있는 것 같사옵니다.
조조 : 그래, 그러면 어서 강하로 군대를 보내야겠군.
순욱 : 기다리십시오.
조조 : 응? 순욱. 무슨 의견이라도 있느냐?
순욱 : 조조님은 유비에게 더 이상 상관하지 마십시오. 아무 이득이 없을 것입니다.
조조 : 음. 그러나 지금 유비를 없애지 않으면 나중에 후환이 되지 않겠느냐?
순욱 : 유비를 없애기 전에 먼저 오나라의 문제를 해결하셔야 되옵니다. 형주는 이미 우리 세력권에 들어왔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맞설 세력이 있는 나라는 오나라밖에 없사옵니다. 유비는 오나라를 쓰러뜨린 후에 해결해도 늦지 않을 것이옵니다.
조조 : 오나라라... 듣고 보니, 그대의 말이 맞군.
하후돈 : 오나라를 쓰러뜨리면 유비도 도망갈 곳이 없어지겠군요.
서황 : 그렇군요. 그러면 오나라를 공격합시다.
순욱 : 공연히 병력을 소모하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옵니다. 먼저 사자를 보내서 오나라의 손권에게 항복을 강요해 보는 것이 어떠하실지. 만일 오나라가 항복해 오면 우리 군은 군력을 소모하지 않고 비옥한 땅을 손에 넣을 수 있사옵니다.
조조 : 음. 그거 좋은 생각이오. 사자를 보내면 병사들을 휴식시킬 시간도 벌 수 있겠군.
조인 : 그럼 당장 사자를 보냅시다.
[시상 회의장]
손권 : 여러분을 부른 것은 다름이 아니라 조조로부터 서신이 왔기 때문이오.
서성 : 뭐라고!
장소 : 주공. 그 편지에는 무엇이 쓰여져 있사옵니까?
손권 : 그대들이 상상하는대로다.
우번 : 그럼, 항복하라고요?
손권 : 음. 항복해서 함께 유비, 유기와 싸운다면 우호관계를 맺겠다고 하는데... 경들의 의견을 듣고 싶소만?
보즐 : 저의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조조와 싸우는 것은 스스로 죽으러 가는 것과 같다고 생각되옵니다.
황개 : 무슨 말을 하고 있소! 이 오나라는 손견님부터 3대째가 되는 유서 깊은 나라이오! 그리 쉽게 조조에게 항복할 수는 없소!
엄준 : 그러나, 조조군은 원소의 대군도 무찔렀는데, 그들을 육전에서 이기는 건 어렵지 않겠소?
감녕 : 그 말은 용납할 수 없소! 싸우기 전부터 의지가 약해서야 이길 수 있는 싸움도 이길 수 없겠소!
장소 : 투지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조조군은 병사가 백만명이나 있다고 들었습니다. 한편, 우리 오나라의 병사는 약 십만명입니다. 이 숫자의 차이를 어떻게 메우시겠다는 겁니까?
서성 : 으음... 그러나, 이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항복한다는 것은...
손권 : 아무래도 항복에 찬성하는 의견이 많은 것 같군. 노숙,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노숙 : 글쎄요... 조조에게 대항하려면 오나라만으로는 어려울 것이옵니다. 다른 나라와 손을 잡고 공동으로 조조와 싸운다면 활로가 있을 것도 같사옵니다.
손권 : 손을 잡는다고? 그러나, 지금 그럴 만한 세력이 있나?
노숙 : 요즘에 조조는 유비의 군대를 쳤습니다만, 유비는 아직 강하에서 수만명의 군세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유비라면 조조군에 관한 정보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손을 잡기엔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되옵니다만.
손권 : 그렇군. 조조군의 정보와 수만 명의 군세라... 좋소. 노숙, 그대가 유비를 만나러 가주게. 오나라의 존망이 그대의 손에 달려 있네. 부탁하오.
노숙 : 예. 지금 당장 떠나겠사옵니다.
[강하 회의장]
유비 : 때마침 잘 왔군. 오나라에서 노숙님이 오셨소.
노숙 : 처음 뵙겠습니다. 이름은 노숙, 자는 자경이라 하옵니다.
유비 : 공명. 그대도 노숙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게.
제갈량 : 처음 뵙겠습니다. 군사인 제갈량입니다.
노숙 : 제갈량? 그러면, 귀공이 공명님이십니까? 귀공의 형님 제갈근님에게서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제갈량 : 허허... 형을 아십니까?
노숙 : 제갈근님은 이제 오의 중신이십니다. 우리 주공, 손권님도 깊이 신뢰하시고 계시옵니다.
제갈량 : 그렇사옵니까. 형을 대신해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노숙 : 그런데, 공명님. 이번에 강하에 찾아온 것은 유표님의 조문을 드리러 왔사오나...
제갈량 : 말씀하시지 않아도 알고 있사옵니다. 주공과 좀 의논하고 오겠으니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노숙 : 역시 공명님은 소문대로시군요. 그럼, 좋은 회답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주창 : 무슨 말씀이셨습니까?
손건 : 역시 조조군의 움직임과 관계가 있는 겁니까?
조운 : 노숙님의 방문이라... 뭔가 내막이 있는 것이 아닐까요?
관우 : 노숙님은 유표님의 조문사자로서 오셨다고 합니다.
장비 : 시방에서야 문상이라니? 뭔가 이상하지 않아유~?
미방 : 손권님의 아버지, 손견님은 유표님과 싸워서 전사했다고 합니다.
미축 : 오는 손견의 일로 형주를 원망하고 있을 텐데...
관평 : 노숙님은 온후한 분이신 것 같군요.
유봉 : 노숙님은 재력가 출신아라고 들었습니다.
유비 : 공명. 노숙님은 이번에 유표님의 조문사자로서 오셨다고 하오.
제갈량 : 조문... 입니까? 그건 표면상의 이유이옵니다.
유비 : 표면상? 그럼, 조문이 진짜 목적이 아니라고?
제갈량 : 예, 유표님은 손권님의 아버지, 손견님과는 숙적 관계에 있었습니다. 조문을 하러 올 사이가 아니옵니다. 조조가 오에 주목하고 있다고 들었사옵니다. 그에 대한 대항책으로 우리와 동맹을 맺으러 왔다고 생각됩니다... 오나라는 우리가 갖고 있는 조조군에 관한 정보를 얻고 싶어 할 것이옵니다.
유비 : 그렇군. 조문이라고 하기에는 늦은 감이 있었소. 그런데, 어떻게 할 생각이오?
제갈량 : 지금은 오와 동맹을 맺어야 될 것 같사옵니다. 이 동맹은 오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큰 이익이 됩니다. 이 동맹은 성공시켜야 됩니다. 그래서, 주공께 부탁이 있사옵니다.
유비 : 부탁이라니 무엇이오?
제갈량 : 제가 오나라에 다녀오는 것을 허락해 주시옵소서.
유비 : 아니, 그건 안돼오. 그대에게 만일의 사태라도 일어나면, 우리는 어떻게 되겠소?
제갈량 : 오나라에서는 조조에게 항복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입니다. 그 사람들을 전력을 기울여 설득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나라에 가야 됩니다. 조조와 오나라가 서로 싸워야만 우리도 살아날 수 있사옵니다.
유비 : ......
제갈량 : 제발 허락해 주십시오. 걱정하실 것은 없사옵니다.
유비 : 그래... 알았소. 부탁하오. 공명, 아무쪼록 조심하시고.
제갈량 : 감사하옵니다. 그럼, 노숙님에게 그렇게 전하고 오겠습니다.
관우 : 군사님, 아무쪼록 무사하시기를.
제갈량 : 감사합니다. 뒤를 잘 부탁하오.
장비 : 군사님 혼자 가시는 것은 위험해유~. 지가 호위해서 같이 갈까유~?
제갈량 : 감사합니다. 말만이라도 고맙습니다.
장비 : 그러면, 이것을 가져가유~.
(진선을 손에 넣었다.)
조운 : 군사님 혼자서 괜찮으십니까?
제갈량 : 걱정마십시오.
주창 : 군사님, 조심하십시오.
제갈량 : 예. 주창님도.
손건 : 군사님의 부재중엔 저희들이 주공을 보좌하겠습니다. 걱정마십시오.
제갈량 : 잘 보좌해 주십시오.
미축 : 가시는 길에 무사하시기를.
제갈량 : 감사합니다.
미방 : 혼자서 적진에 가시면 위험합니다. 호위를 붙이시면 어떻겠습니까?
제갈량 : 괜찮습니다.
관평 : 노숙은 호인이지만, 오나라의 신하 모두가 그렇다고는 할 수 없사오니 조심하십시오.
제갈량 : 감사합니다. 조심하겠습니다.
유봉 : 오나라의 군사, 주유님은 성질이 급하다고 하옵니다. 잊지 마십시오.
제갈량 : 충고, 감사합니다.
유비 : 공명, 아무쪼록 조심하시기를.
제갈량 : 필히 돌아오겠습니다. 걱정마십시오.
노숙 : 공명님, 어떻게 되었습니까?
제갈량 : 조문에 답례하기 위해 제가 직접 오까지 가겠습니다. 어떻습니까?
노숙 : 그거! 감사합니다. 우리 주공도 기뻐하실 겁니다.
제갈량 : 오나라의 의향을 주공도 잘 이해하셨습니다. 그럼, 당장 가십시다.
노숙 : 알겠습니다. 그러면 시상까지 안내하겠습니다.
제갈량 : 예.
[오의 거점 시상 회의장]
노숙 : 여기 있는 건 오의 중신들이오. 우리 주공은 뒤에 오실 것입니다.
제갈량 : 처음 뵙겠습니다. 제갈량이라고 하오.
장소 : 이거, 공명님. 강하에서 먼 길을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제갈량 : 주공의 말씀이라면 무엇이든 하고 있지요.
장소 : 허허, 역시 듣던대로군요. 헌데, 공명님은 이 오나라에 조조와 싸우는 것을 권유하러 오셨다지요?
제갈량 : 예. 그 때문에 왔소.
장소 : 허허... 그렇다면 이 기회에 공명님에게 여쭤보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만?
제갈량 : 예, 말씀해 보시지요. (장소와 문관들은 항복하자는 사람들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든 싸우자는 나를 함정에 넣어서 물러가게 할 모양이군. 어림없지. 내가 누군데. 오와 조조가 싸우지 않으면 우리가 끝장나겠는 걸.)
감녕 : 난 싸울 생각이 있소.
제갈량 : 역시 오나라 제일의 맹장 감녕님이시군요. 지당한 말씀이오.
감녕 : 음.
서성 : 나도 싸우고는 싶지만 조조군과의 전력 차이를 생각하면 음...
제갈량 : 걱정되시는군요.
서성 : 음, 그렇소.
주태 : 이제 와서 조조를 따를 수는 없소. 우리는 오를 위하여, 아니 손권님을 위해 싸울 뿐이오.
제갈량 : 훌륭하십니다. 충성스러운 신하란 바로 귀공을 두고 하는 말이구려.
주태 : 아부해도 별 볼일 없소.
노숙 : 장소님과 문관들의 의견은 오나라가 항복해야 한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오. 하지만 나는 다른 생각이오.
장소 : 조조군의 힘은 막대하오. 과연 이길 수 있겠소?
제갈량 : 나의 계략이라면 누워서 떡먹기요.
장소 : 하지만, 장판판의 싸움은 공명님이 유비님을 모시게 된 후의 일이 아니오. 그 싸움에서 참패하셨다면서요? 그러면서도 잘난체 하시기요?
제갈량 : 조조의 병사는 백만명, 우리군은 수만명이었소. 이런 상황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병법을 모르는 무식한 자의 말이오.
장소 : 찍!
제갈량 : 그래도, 우리군은 박망파, 신야에서는 조조의 대군에게 멩격을 가했었소. 그것은 나의 지략이 성공했기 때문이오. 우리군은 조조의 추격을 당한 후에도 수만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고, 강하에서 아직도 조조와 대치하고 있소.
장소 : 음...!
제갈량 : 오나라는 비옥한 땅을 갖고 있는 대국이오. 이 힘과 나의 지략을 합하면 조조를 이기는 것은 식은 죽 먹기요. 이만큼 국력을 갖고도 아무 대책없이 항복할 생각만 한다면 나는 더 이상 할말이 없소.
장소 : 윽...!
우번 : 조조의 군세는 백만명을 넘는다는데, 우리 군세는 고작 십만명. 유비님의 군세도 고작 수만명, 군세 차이는 명백한데 어떻게 생각하시오?
제갈량 : 조조군의 백만 병사라도, 대부분이 원래는 적군에 있었던 병사들이오. 사기도 없는 그런 오합지졸들을 무서워하다니.
우번 : 하하하. 당신도 그런 오합지졸에게 졌으면서 말은 잘하는구려.
제갈량 : 우리 주공도 역시 수만명의 군세로 백만명의 군대를 이기는 것은 무리였소. 그래서, 강하까지 물러가서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겠소? 욕먹을 일은 아니라고 보오.
우번 : ......
제갈량 : 오의 병사는 십만명, 장강에는 가파른 산이 있어 그 힘이 배가 될 수 있는데도 조조의 밀서를 믿고 포기하다니 가소롭구려. 그러고도 귀공이 우리 주공을 비웃을 수 있소?
우번 : 으으으...
보즐 : 천하가 조조의 손아귀에 있으니 한나라의 운명도 끝난것 같소. 천운을 얻은 조조에게 항거한다고 해도 패배는 마찬가지요. 뻔히 질 줄 알면서 싸워야 한단 말이요?
제갈량 : 무슨 말씀이오. 사람은 충의가 있기에 만물의 영장이라 일컬음을 받는 것이 아니오. 천운이나 운명 따위에 주군이 망해도 좋다는 말이오?
보즐 : 아니, 그런 뜻은 아니지만...
제갈량 : 그럼, 귀공은 운명이라면 주군 손권님까지도 배신 할 수 있다는 말이오?
보즐 : ......
제갈량 :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란 귀공을 두고 한 말이구려. 난 더 이상 할 말이 없소.
보즐 : ......
육적 : 조조는 한왕실의 공신의 후손이오. 허나, 유비님은 한왕실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는 하나 증거가 없질 않소. 다만, 젊었을 때 가난했다는 것밖에 없는 사람이 조조를 대항해 싸운다는건 좀 무리라고 생각지 않으시오?
제갈량 : 조조가 한왕실의 공신의 후손임은 틀림없소. 그러나, 그런 신분을 이용해 자기 야망을 펼치려 한다는 것은 한왕실에 대한 역적 행위며 조상을 욕되게 하는 것이 아니겠소?
육적 : ......
제갈량 : 우리 주군은 가난한 형편에도 불구하고 한왕실에 대한 충의를 지켰고 황건적의 난 때도 의병을 일으켜 커다란 위업을 달성했소. 충의를 지키는데 가난은 문제가 되질 않소. 당신 참 생각이 좁구려.
육적 : 칫...
엄준 : 공명님은 조조와 오나라 양쪽이 망하는 걸 노리시는 것은 아닙니까? 조조와 우리 나라가 망하게 되면 가장 이익을 보는 건 유비님이 아닌가요. 그것 참 좋은 생각이군요.
제갈량 : 솔직히 말씀드리면, 조조와 오나라가 싸운다해도 서로가 망한다고는 생각지 않소. 승리는 조조의 것이기 때문이요.
엄준 : 뭐, 뭐라고...!
제갈량 : 귀공들은 여태껏 조조군과 싸워본 적이 없었소. 그것은 압도적으로 불리하다고 할 수밖에 없소. 귀공은 조조가 어떤 책략을 쓸 것인지 아시오?
엄준 : 아, 아니...
제갈량 : 오나라의 우수한 군세와 우리 나라의 풍부한 경험을 합쳐야 승산이 있을 것이오. 귀공같이 사리를 모르는 사람이 있는 한, 승리는 별 가망이 없을 것 같소.
엄준 : 음...
황개 : 그만 하도록 해라. 먼 강하에서 오신 손님께 연달아 질문을 퍼붓다니... 실례가 아닌가! 오나라는 예의도 모르는 나라라고 소문이라도 낼 생각들이오!
손권 : 황개, 진정하시오. 장소들도 오나라를 생각해서 한 말이 아니오.
황개 : ...예.
손권 : ...장소. 공명님과 별도로 할 얘기가 있소. 그대들은 물러가 주게.
장소 : ...알겠습니다.
제갈량 : 처음 뵙겠습니다. 유비님의 군사, 제갈량이옵니다.
손권 : 음. 내가 손권이오. 부하들의 실례가 많았소이다.
제갈량 : 아, 아닙니다.
손권 : 자, 공명님. 이제 좀 편안히 의논해 봅시다. 조조에 대한 대항책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듣고 싶소만은. 공명님. 조조군과 싸워서 승산이 있겠소? 조조군은 백만의 병사가 있다고 들었소만.
제갈량 : 승산은 있습니다. 조조군은 대군입니다만, 그 때문에 오히려 많은 단점이 있습니다.
손권 : 오오! 그것이 무엇이오. 쉽게 설명해 보오.
제갈량 : 우선, 조조군의 보급로 문제입니다만, 거리가 먼 허창을 보급지로 하고 있어서 보급로가 길고 더구나 대군입니다. 결국 군량 보급이 어렵다는 겁니다. 우리가 그 보급로를 차단하면 조조군은 굶어 죽는다는 얘기겠지요.
손권 : 음. 하긴 그렇군.
제갈량 : 다음은, 이 오나라에는 장강이라는 지리적인 이점이 있사옵니다. 흔히 [남선북마] 라고 하지 않습니까. 조조군은 북쪽나라 사람이기에 수상전에 경험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오나라는 강력한 수군이 있질 않습니까? 이것을 활용해 강위에서 격퇴시킨다면 가능한 일이옵니다.
손권 : 음.
제갈량 : 더구나, 조조군은 백만명이라고는 하나, 그 중 조조 직속의 병사는 15만명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원소와 유표의 부하였던 자들 뿐입니다. 유표 휘하에 있었던 병사들은 방금 귀순한 처지라서 쓸만한 병사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손권 : 음, 그도 그렇군...
제갈량 : 숫자로 보면 확실히 조조가 유리합니다만, 그 속사정은 모래성에 불과합니다. 장강의 물로 싹 쓸어 버리시지요.
손권 : 얘기를 듣고 보니 안심이요. 가슴이 다 후련해지는구려. 앞으로의 일들을 노숙과 의논해 보겠소.
제갈량 : 황공하옵니다. 앞으로는 각하께서 결단을 내리실 뿐입니다.
손권 : 오늘은 피곤하셨을 겁니다. 노숙, 공명님을 객실까지 모시고 가게.
노숙 : 예.
손권 : 아, 제갈근님은 만나보셨습니까?
제갈량 : 아니요.
손권 : 그렇군요. 제갈근님이 이곳에 계시니 만나 보고 가시지요. 귀공의 형이 오에 온지도 어언 7, 8년이 다 되는군요. 오랫동안 뵙지 못했지요?
제갈량 : 예.
노숙 : 제갈근님은 이 성내에 계십니다. 꼭 만나 보시지요.
제갈량 :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노숙 : 그럼, 공명님, 이쪽으로.
[시상 성내]
제갈량 : 오오, 형님이다. 잘 계셨던 것 같군. 형님!
제갈근 : ...어? 아니, 공명 아닌가! 공명이냐! 네가 이곳에 웬일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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