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떼 Teh
차는 영어로 tea다. 이 tea 라는 단어의 어원은 바로 중국 복건성 남부 지방, 즉 호키엔Hokkien 방언으로부터 유래한다. 사실 중국식 차의 기원은 다양하기 때문에 여기에서 ‘이거시다!’ 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최소한 중국내에서 유명할 뿐 아니라 서양에까지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는 차의 종류는 대부분 복건 지방에서 온 것이다. 차 좀 안다고 하는 분들은 들어 보았을 철관음鐵觀音, 대홍포大紅袍, 무이암차武夷巖茶, 우롱차烏龍茶 등등. 반半 발효차로 분류되는 이러한 차의 종류들은 대부분 복건성의 명산 무이산에서 재배되거나, 복건성 남부 안계 (중국어로는 안시安溪) 라는 곳에서 재배된 것들이 유명하다. 원래 대만의 차 문화 역시 복건성 남부 지방 상인들이 다량으로 대만으로 이주해 가면서 전파되고 재배된 것이기도 하다. 대만 우롱차 또한 복건 남부 지역이 그 기원인 것이고. 물론 대만 우롱차를 상품화하고 세계인들에게 중국차의 대표격인 걸루다가 홍보 및 개량, 각인시킨 것은 일본 식민 정부였지만. 복건성 남부 출신을 의미하는 호키엔 커뮤니티의 방언은 세계 삼대 방언으로 불릴 만큼 나름 독자적인 체계를 가지고 있고, 현재의 싱가포르에서도 상용되고 있다. 이 차의 호키엔 식, 즉 복건 남부 방언의 발음이 바로 Teh이다. 떼. 클락키 앞 유명한 송파Songfa 바쿠테Bak kut teh를 한자어로 변환하면 肉骨茶, 육골다, 즉 고기 뼈로 만든 차라는 의미가 된다. 어쨌든 맛난 바쿠테의 이름에서 보듯, Teh는 호키엔 방언으로 ‘차’를 가리킨다.
이러한 차는 17세기에 이미 동인도 회사를 통해 중국으로부터 영국 및 유럽으로 수출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수입량이 매우 적어 소수의 귀족 및 왕족들만 즐기는 그들만의 문화였을 뿐이었다. 이후 유럽 전역에 퍼진 살롱을 중심으로 고급진 차를 마시며 정치, 국제정세, 문화, 예술을 논하는 유럽 특유의 차 문화가 점차 유행을 타기 시작하는데, 18, 19세기 들어서면서 그 수요가 늘어나 행복에 겨운 비명을 질러야 함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입장에서는 마냥 웃을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중국 청淸 정부가 수출 차에 대한 세금을 높게 책정하였고, 동시에 차를 수출하는 곳을 광저우 한 곳으로만 지정, 영국이 오히려 심각한 무역적자에 시달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수요가 있으니 수입하지 않을 수는 없고, 수입하자니 손해가 막대하고. 진퇴양난이었다. 그럼 이 무역 적자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 영국 정부와 동인도 회사가 내놓은 해답은 두 가지. 첫째 청나라 백성들을 인도에서 재배한 아편에 중독시켜 끊임없이 아편을 소비하도록 유인, 무역적자를 해결할 것, 둘째 더러워서 니들 차 안 마시고 우리가 직접 재배해서 자체 생산할거임 이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첫 번째 해결책으로 인해 아시아 근대사의 분수령, 아편전쟁이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두 번째 방법을 위해서 몇몇 동인도 회사의 상인들이 몰래 복건성으로 잠입, 차 씨앗을 밀반입하여 인도로 가져가 심어 보지만 대부분 가는 여정에서 씨들이 죽어버리고, 재배 역시 환경이 여의치 않아 다 실패하고 만다.
그러나 하늘은 영국의 편이었던가. 1827년 어느 영국인이 인도 북부 아쌈 (Assam) 지방에 갔다가 우연히 그 지방에서 자생하고 있던 수상한 식물을 발견하였는데, 바로 차! 였던 것이다. 소위 아쌈 티Assamese Tea의 시작이다. 이 아쌈 티를 인도 다즐링 지방으로 가져가 재배한 것이 다즐링 티이고, 실론 섬으로 가져가 재배하면 실론 티가 되는 식이었다. 결국 그 근본은 아쌈 지방에서 나는 차 인 것. 영국인들은 중국 대륙으로부터 들여온 차 재배방식과 그들만의 플랜테이션 농법 및 풍부한 인도인 노동자원을 활용하여 차를 대량 재배, 유럽에 수출하기 시작한다. 이 아쌈 지방과 복건성 남부 지방이 전 세계에서 차가 자연적으로 자생하는 유이한 지역이라고 한다.
이렇게 생산된 아쌈, 다즐링 티는 수확한 차를 볶는 과정(전문용어로 덖는다고 하는)을 거치면 거무스름한 색으로 변하는데, 복건 지방에서 나는 반 발효차 보다 좀 더 숙성된 차라고 한다. 즉, 더 쓰다는 말. 사실 영국인들은 거무스름한 찻잎을 보고 Black Tea 라고 이름을 지었지만, 아시아인들은 이 아쌈 티를 온수에 우려내었을 때 붉은 빛이 도는 지라 Red Tea, 즉 홍차라고 불렀다. 사실 중국인들 입장에서 흑차라고 분류되는 것은 보이차 정도일 것이다. 진짜 쌔까만. 결국 영어로는 Black Tea이지만 아시아에서는 홍차라고 부르는 희한한 상황이 되었다는. 어쨌든 영국식 홍차가 바로 이 아쌈 티로부터 시작한다. 쓴 맛을 잡아주기 위해 우유와 설탕을 섞어 먹기도 하였다. 그러나 우아한 영국인들은 이 홍차를 ‘퓨어’ 하게 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려 한 반면, 인도인 노동자들은 쓴 맛을 견딜 수 없어 시나몬, 진저 등의 향신료를 홍차와 섞어 뜨거운 물에 우려낸 후 우유 및 설탕을 넣는 식으로 해서 달콤 쌉싸름하게 먹었다고 한다. 그 인도인들의 음료 문화가 인도인들의 대량 이주를 통해 그대로 싱가포르에 전해져 지금의 대중적인 Teh tarik, Teh oh, Teh si, Teh si kosong의 문화적 기원이 되었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여행객들에게는 래플스 호텔, 풀러튼 호텔 등에서 홍차를 곁들인 영국식 하이 티High Tea를 마셔보기도 하고, 혹은 토스트 박스Toast Box에 가서 Teh oh, Teh si, Teh si kosong 등을 주문해 보기도 하고, 혹은 라우 파 삿 페스티벌 마켓Lau Pa Sat festival market 옆에서 밤마다 도로를 막고 펼쳐지는 사테 스트리트Satay Street 한 구석에서 파는 저렴한 Teh tarik을 마셔볼 것을 권한다. 홍차에서 비롯된 브렉퍼스트 티 및 애프터눈 티 의 다양한 문화적, 계층적 변주를 느끼실 수 있을 것. 결국엔 다 같은 홍차지만.
블랙티 하고 홍차가 같은 말이였군요 좋은 정보 입니다
저도 홍차를 자주 마시거든요~ 커피잔도 좋아하고요
팔로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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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저도 팔로우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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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티를 정말 많이 마시는거같아요! 팔로우하고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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