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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인턴기자 '참관기'…민평당, 핵심 4대 가치는 민생·평화·민주·개혁
*6일 민주평화당 창당식에 참여한 당원들이 소속 국회의원들이 입장하자 환호하고 있다.
[데일리한국 박창민 인턴기자] 난생 처음 국회 의원회관을 방문한 인턴기자였지만 취재 장소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는 곳으로 자연스레 발걸음을 옮기다보니 초록색 머플러를 두른 1000여명의 인파를 만날 수 있었다. 바로 지난 6일 열린 '민주평화당 창당식'에 참가한 민주평화 당원들이었다.
시끌벅적한 인파를 뚫고 도착한 창당식장 입구에는 정치인들이 보낸 축하 화환들이 눈에 띄었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이 보낸 화환은 있었지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보낸 화환은 없었다. 왠지 모르게 쓴 웃음이 지어졌다.
창당식은 내내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민주평화당'이라는 다소 낯선 이름으로 다시 뭉친 국회의원 18인(당적 정리되지 않은 비례대표 3인 포함)이 입장할 때부터 창당식의 마지막을 장식한 조배숙 창당준비위원장의 대표 수락연설까지 민주평화당 당원들의 우뢰와 같은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민주평화당 창당식을 참관한 청년 인턴기자의 뇌리에 남은 3가지 키워드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호남당' '안철수'였다.
◇ 키워드 1. 故 김대중 전 대통령
국민의례와 내·외빈 소개에 이어 본격적인 행사를 진행하기 앞서 '민주평화당이 걸어온 길'이라는 제목의 홍보 동영상이 재생됐다.
영상에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다. 김정일 위원장과 악수하는 모습, 대북 3원칙을 선언하는 모습 등 총 네차례 등장했다. 김 전 대통령이 대북 3원칙을 연설하는 장면에서는 "옳소!"라고 외치는 당원들도 있었다.
그러던 중 김대중 전 대통령이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입니다 여러분"이라고 발언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 장면에서 기자는 왠지 모르게 울컥하는 심정이 들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어르신들이 눈에 띄었다.
그 순간 1998년 2월 대통령 취임사를 낭독하며 눈물흘리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날 창당식을 지켜보며 15대 대통령 취임사를 읽으며 눈물을 흘리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모습을 떠올린 것은 비단 기자뿐이었을까?(관련영상 https://c11.kr/14j2)
성원보고에 따르면 이날 창당식에 참여한 당원은 1355명(오후 3시 기준)이며, 광주·전남 재경향우회장단에서 가장 많은 당원이 참여했다.
이날 참석자 지역 분포에는 민주평화당 의원들의 지역구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민주평화당 의원 15인의 지역구는 전북(5), 광주(4), 전남(6)이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초대 당대표가 이날 대회사에서 "당원 동지 여러분께 묻고 싶다"면서 "대북 평화기조로 햇볕정책을 계승, 발전시키려는 분들 계십니까!"라고 강한어조로 묻자 좌중에서는 "네!"라는 외침이 천장을 뚫을 듯이 쏟아졌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가 6일 민주평화당 창당식에서 대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 키워드2. 호남당
이날 대표 수락연설에 나선 조배숙 대표는 연설 말미에 "호남의 개혁정신을 이어받아 시대정신을 계승할 정당이 어느 당입니까!"라고 당원들에게 물은 후 "민주평화호(號)에 초대 선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주셨다. 촛불 민심을 계승해 민주주의를 이뤄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민주평화당의 정체성이 '호남'과 '촛불민심'이라고 밝힌 것이다.
민주평화당 국회의원들의 지역구가 모두 호남지역이라는 점을 모른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얘기였다, 타지역 사람들도, 다른 정당도 "5·18광주민주화 정신을 잊지 말자"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평화당 입장에서 이 말은 자칫 '호남당'이라는 지역당 이미지를 인정하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추후 외연확장에 저해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느낌 마저 강하게 들었다.
물론 민주평화당은 외연 확장이라는 목표도 내걸고 있다. 조 대표는 이날 대표 수락연설에서 "전통적 지지층을 조속히 회복하고, 지역상으로는 수도권으로, 세대적으로는 30~40대 심장을 파고들 것"이라며 "외연확장, 원내교섭단체 구성은 반드시 이뤄진다. 이것을 위해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평화당이 전통적 지지층인 호남의 민심뿐 아니라 그 밖의 지역과 다양한 세대로의 외연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표명한 셈이다.
이 발언에는 민주평화당의 딜레마가 그대로 담겨있다. 호남 지역의 전통적 지지층에 치중하면 지역당 이미지가 강해져 타 지역 유권자에게 다가가기 힘든 정당이 될 수 있고, 그렇다고 당장 호남기반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에는 국민의당으로부터 상처받은 호남 민심을 달래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조 대표의 발언이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6·13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기존의 지지층을 다져나야 앞으로 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 더 나아가 대선까지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평화당이 지역당 이미지가 강한 것이 강점 보다는 약점이 될 수도 있는데 조 대표가 이 자리에서 '호남'이라는 단어를 굳이 강조해야 했을까라는 아쉬움이 든다. 조 대표의 이날 발언은 두고두고 '악마의 편집'에 악용될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하면 기우일까.
◇ 키워드3. 안철수
이날 좌중의 반응에서 당원들은 아직도 '안철수 후유증'을 겪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날 창당식에서 '안철수'라는 이름이 공식적으로 2번 언급됐다. 국민발언대에서 1번, 당헌 채택 안건을 처리하며 1번. 안철수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좌중에서는 '어휴'라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날 식순에는 '국민발언대'라는 코너가 준비돼 있었다.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20대 청년, 20대 신혼여성, 50대 자영업자, 맞벌이 하는 4남매의 엄마, 30여년 동안 당원 생활하고 있다는 4남매 아빠 등 다양한 계층을 대표하는 일반 국민이 민주평화당에 바라는 바를 무대 앞으로 나서서 요청하는 시간이었다.
30여년 당원생활을 한 김OO씨는 무대 앞에 나와 "안철수의 불통에 함께 할 수도 없고 희망도 없음을 느꼈다"면서 "국민의당 2년 동안 기득권 정치에 패거리 정치, 이게 뭡니까!"라고 비판했다.
또한 당헌채택 안건을 처리할 때도 안철수가 언급됐다.
당헌의 내용을 설명하고 당헌 채택을 요청하기 위해 무대 앞에 나온 홍훈희 민주평화당 당헌당규분과 위원회 간사는 "안철수 사당화를 반면교사 삼아 특정 정치인에 의해 사당화되는 걸 방지하고자 당원 주권을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민주평화당 창당으로 국민의당내 호남진영과 안철수 대표의 '동거'가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앞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6일 "저는 호남의 미래를 위해서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이 길(통합)이 옳은 길이라고 믿고 추진해왔다"면서 "오히려 개인적인,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호남이 고립돼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8일 리얼미터가 tbs의뢰로 실시한 정당지지율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평화당의 호남 지지율은 10.3%로 바른미래당의 호남지지율 9.3%보다 약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배숙 대표를 비롯한 민주평화당 소속 의원들이 6일 창당행사를 마치며 당원들의 환호에 손을 맞잡은 채 들어보이고 있다.
◇ 민생, 평화, 민주, 개혁
민주평화당은 민생, 평화, 민주, 개혁을 당의 핵심 4대 가치로 정했다.
당은 △'민생 제일주의'를 원칙으로 촛불혁명 완성을 과제로 삼고 △햇볕정책을 계승·발전시켜 한반도 평화를 향해 나아가고 △민주주의의 적을 '패권주의'로 규정해 다당제의 정착에 힘쓰고 △적폐세력 청산으로 개혁을 실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제 창당한 민주평화당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조 대표는 "우리에게는 당면한 과제가 있다"라면서 "첫째가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는 것, 둘째는 당의 지지율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의 생존을 위한 최우선 목표인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호남의 민심을 사는 것은 물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펴서 타 지역 유권자들까지 품에 안는 것이 당면과제일 것이다.
이날 창당식에서 조 대표의 마지막 발언은 "청년, 여성에게 희망 주는 정당. 장년에게는 보람, 노년에게는 평안을 주는 정당이 되겠다. 우리는 하나"였다.
조 대표의 마지막 발언처럼 민주평화당이 지역의 벽을 넘어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한층 발전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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