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감원과 법무부 장관의 잇다른 막말 발언은 수준 이하의 발언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30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들을 몽창 투기꾼으로 매도하는 모습은 기가차기까지 합니다. 이로 인해 국내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도 많은 성토의 글들이 이어지고, 청와대 탄원들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인지라, 다소 감정적인 글들을 많이 보게되는데, 저도 투자자의 한사람으로 거래소 폐쇄는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정부의 이번 발표에 대해 나름 이해가 가는 측면을 몇 글자 적어봅니다.
4차산업혁명, 금융, 서비스, 물류, 유통, 기타 다양한 분야에서 블럭체인이 미칠 파급력은 일면 1980년대 초기 인터넷의 등장과도 비교될 정도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건, 많은 투자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과연 정부가 이러한 블럭체인의 발전 가능성을 전혀 모르고 있을까요? (법무부나 기재부 발표를 보면, 사실 모르는거 같습니다만...ㅡㅡㅋ) 정부에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쪽으로 정책방향을 잡은 배경을 생각해보면, 현 정부의 가장 큰 과제와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우선, 가게부채 1400조에 대한 부담과 금리인상;
현 정부의 가장 큰 과제입니다. 2018년 기준 가게부채 1400조를 넘어가는 상황에 작년 말 한미간 스프레드 금리가 역전되었습니다. 미국이 올해 추가로 금리 인상을 하게된다면, 한은 역시 금리인상은 불가피하고, 대출받아 집샀던 많은 서민들의 막대한 대출이자 부담이 걸려있습니다. 한은이 기준금리 0.25% 인상 시, 가계이자 부담액만 2조3000억이된다고 합니다.
가계부채 1400조와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가 무슨 관련이냐?? 과거 우리는 IMF를 학습했고, 적정 수준의 외환 보유고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죠. 그런데, 달러가 세어나갑니다. 갑자기 최근 1, 2년 사이 비트코인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생긴 현상이죠. 작년 하반기 중국의 암호화폐 거래소 폐지와 맞물려 중국의 비트코인들이 국내 거래소로 상당 수 들어오게 되었고, 비트코인의 두 차례 하드포크를 거치며, 최근 6개월 동안 5배에서 이상 상승했습니다. 참고로 저는 작년 1비트 330만원 정도일 때, 소소한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이제 2,000만원이 된 비트코인을 중국인들이 현금화하기 시작합니다. 김치프리미엄 잔뜩 얹어서 말이죠. 작년에 비교하면, 5배 이상 커진 금액으로 달러가 세어나가는 상황을 정부가 더 이상 뒷짐지고 볼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가계부채 시한폭탄을 마주하고 있는 상황에 외화유출은 치명적입니다. 정부의 입장에서 거래소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두번째로 부동산 투기억제로 인해 막대한 시중의 유동성이 가상화폐 투자로 이어지며, 비정상적인 프리미엄에 불을 지핍니다. 최근 비트코인에 대한 투기바람이 불면서, 공급 대비 과도한 수요로 김치프리미엄은 한층 더 불을 지피게 되고, 근래 해외시세 대비 최대 +50% 시세를 형성합니다. 이러한 비정상적 시세형성은 아비트라지로 이어지고, 다시 외화 반출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됩니다. 문제는 불과 한 두달이라는 사이 급격하게 증가한 수요라는 점과 계속 상승중이라는 점입니다. 미디어와 뉴스가 연일 몇 천% 수익률이라는 자극적인 뉴스들로 가상화폐를 홍보해주고, 이로 인해 막대한 수요가 시장에 진입하게 되면서, 프리미엄 렐리가 상당기간 지속되었으니까요. 정부가 가상화폐 신규 가상계좌부터 일단 틀어막은 이유입니다.
정부가 작년에 암호화폐에 대해 미온적인 경고를 보이다 최근 급격한 태도변화를 보인 것과 바다이야기와 비교하는 수준이하의 과격한 표현을 쓰면서, 거래소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도 앞서 언급한 맥락에서 이해하고 있습니다. 일본을 비롯한 암호화폐에 우호적인 국가들처럼 왜 받아들이질 않냐? 한국이 공산국가냐? 하는 식의 감정적인 평가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각 나라마다 경제적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죠. 아시다시피 일본은 비트코인을 합법화하여, 얻을 것이 많은 나라입니다. 잃어버린 20년을 바꿀 희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저는거래소 폐지까지는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지금의 과열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나서야할 만큼의 중요한 문제라고도 생각하구요. 하지만 정부가 보다 진중하게 이 문제에 접근해주기를 희망합니다. 경제전문가와 블럭체인 전문가들 불러다 대안을 마련하고, 바다이야기와 같은 저속한 비유를 내뱉지 않고,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담을 낮추면서, 블럭체인 생태계를 안착시킬 수 있는 방법말이죠. 어려운 숙제인 만큼 막대한 보상으로 돌아올 숙제이고, 한국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