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양육되길 기다린다고 썼었습니다. 사실 감정 뿐이겠습니까? 생명을 연장하고 종을 보존하려는, 어쩌면 '있음'이 시작되며 필연적으로 갖게된 본능, 혹은 동의의 반복이지만 자연, 본성에 복무하는 모든 것들이 그렇겠지요.
제 관심사는 마음입니다. 내면입니다. 하지만 바깥으로 드러난 것도 결국 바깥을 만난 내면이고 보면 안팎으로 구별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mindfulness는 그런 내면을 여행하는 참 좋은 도구란 생각입니다.
그 여행에서 mindful하려면 사유, 인식, 혹은 인지란 대뇌의 작용이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감각하지 않고는 감정도 인지도 없을 터이니 이것도 무시할 순 없습니다. 사실 감각과 감정, 인지를 분리하는 것조차 작위적입니다. 허나 현생 인류에게 그것도 최소한 문명이 시작된 이래로 지금까지를 한정한다면 그 전체를 휘두르는 것에는 아무래도 감정에서 혐의가 가장 짙게 느껴집니다.
다양하고 풍성한 감정의 스펙트럼이 있음을 압니다. 유쾌한 감정이야 유쾌해서 일단 좋습니다. 물론 마냥 좋아만 하면 되는지는 기회가 된다면 살펴보고 싶습니다.
당면한 문제는 불쾌한 감정입니다. 이런 것이 아예 처음부터 없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될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감정이 있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겠지요. 만일 그런 감정을 가짐으로써 도움이 되는 것을 잘 안다면 반갑기까지는 아니어도 꼭 불청객 취급만은 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만일 그렇다면 감정이란 어쩌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모든 곳을 고르게 비추는 햇볕같다고 해도 될까요? 다만 누군가는 그런 다양하고 풍성한 혜택을 누리지 못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분노의 혜택을 누리지 못 하는 분, 불안의 혜택을 누리지 못 하는 분, 슬픔의 혜택을 누리지 못 하는 분들이 있다고 해도 될까요? 불쾌한 감정이긴 하지만 느낄 수 밖에 없는 이 기분들이 주는 혜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반복입니다만 감정이 인류를 오늘에 이르도록 이끈 동인이었다면 이 감정들도 분명한 역할이 있었을 터이고 그 혜택으로 오늘의 내가 있을 겝니다.
태곳적 언젠가 인류의 누군가는 생명의 연장을 방해하는 무엇인가에 생명의 위협을 느껴 불안했을 겁니다. 같은 상황에서 누군가는 가깝던 이들과의 헤어짐을 예감하고 슬픔에 빠졌을 지도 모릅니다. 또 누군가는 그 무엇인가의 부당함에 분노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물론 지금의 시각으로 태곳적을 짐작하는 한계는 있습니다.
생존과 종의 연장이란 대전제를 지키기위해 처음에는 감각에 대한 반사로 시작된 것이 감각을 종합하고 보다 적절한 반응을 찾아가려는 시간이 쌓이면서 감정이란 기제가 싹 텄을 겁니다. 감정도 사용되기 시작한 처음에는 매우 단순했을 듯 합니다. 쾌, 불쾌로 시작된 것이 쾌는 쾌대로, 불쾌는 불쾌대로 나뉘며 그것들 간에 차이들이 생겼을 겁니다. 감정의 분화겠지요.
분노를 느꼈던 이들만 해도 그 중 누군가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인 줄도 모르고 거기 달려들었고 깨진 계란 신세를 면치 못 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을 본 누군가는 보다 색다른 방법을 고안했지만 역시 깨진 계란이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누군가에 의해 계란 신세를 극복하고 바위를 쓰러뜨렸을 수도 있습니다. 깨진 계란이 분명 의미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바위로 달려드는 분노들은 점차 줄어들었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노인은 어린 아이들에게 그런 살아있는 지혜를 건넸을 겝니다. 그것이 도덕이나 윤리, 혹은 법률이 되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렇게 당위가 되는 순간, 그것들은 화석이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순간, 내면 여행은 멈추니까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돌아보니 즉각 폭발해서 에너지를 소진하는 것보다는 분노의 근거가 된 부당함에 집중하되 적절하게 대처할 때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렇다면 부당함의 개선이 분노의 의미일지도 모릅니다. 그럴 때가 더 많은 이들이 더 오래 생존하고 더 많이 번성했을지 모릅니다. '먼저 화를 낸 이가 지는 것'이란 말이 그 뜻이겠지요. 가슴은 뜨겁되 머리를 차갑게 하란 말도 분노 본래의 근거인 부당함을 개선하고자 하는 뜻은 간직하되 뚜껑이 열리진 말자는 뜻이 아닐까요?
개인적으로뿐만 아니라 집단적으로도 분노를 축적하면 사실이지 유용하긴 합니다. 와신상담을 개인적으로 하거나 혹은 가상의 적을 만들고 집단적으로 축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도 내면의 여행은 중요할 듯 합니다. 특히 집단적일 때는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보다 더 쉽게 분노의 드러냄을 용인할 가능성이 많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집단일 경우, 내면 여행은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많은 경우, 내면에 있던 분노가 바깥으로 투사된 것은 아닌지 신중히 살펴야할 듯 합니다. 도덕, 윤리, 법률처럼 당위에 근거한 단죄를 말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이미 썼듯이 그것은 내면 여행을 멈추게 하니까요. mindfulness(마음 챙김도 좋고 알아차림도 좋고 사띠도 좋습니다. 철저한 윤리 의식이 동반된 지적 예민함도 좋습니다)를 놓지 않고 차근차근 세심하게 봐야겠습니다. 그리 해보고 싶다는 바람입니다. 분노도, 불안도, 우울도.
분노가 극을 향해 치달은 연후, 뜬금 없이 용서가 찾아오고 심지어 연민과 사랑으로 바뀌는 그 곳에 가보고 싶습니다.
생각해 보면, 정의란 이름의, 도덕의 이름의 제도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들은 감정하고 분리된 제도가 아닙니다. 오히려 감정에 근원을 두고 있는 제도들일 겁니다.
실험경제학에서 하는 공공재 게임이나 최후통첩게임, 그리고 우리가 경험했던 공정하지 못한 사회에 대한 분노는, 인간이 얼마나 감정적인지를 드러내는 듯 합니다. 물론 중립적인 의미입니다.
중요한 건, 제도의 근원이 감정이라는 걸 헤아리고, 마음챙김 등 여타의 방법으로 감정헤아림을 하는 태도attitude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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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이니 의학 말고도 살아가는 것들인 정치나 경제, 그리고 사회에 관련된 다양한 것들에 대한 공부의 부족함을 느낍니다. 물론 의학도 부족하기 이를데 없지만. 겸손 아님.ㅋㅋ
사실 그런 줄도 모르고 살다 그나마 스팀잇을 들락거리며 조금이나마 그런 줄을 알았습니다. 보팅이나 리스팀은 잘 못 했지만 많이 배우고 있고 언제부터인가는 제 설 익은 생각들을 용기내서 적고도 있습니다. 생각하고 적고 또 소통하면서 제가 성장하는 것도 느끼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제도가 감정에 근원을 두고 있다는 말씀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당분간은 감정을 더 헤아려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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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스팀잇을 하면서 초기에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배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게 스팀잇을 계속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 언제나 깊은 성찰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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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일 경우, 내면 여행은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인류라는 이름으로
집단적인 영적 성장이 필요할 때라고 봅니다.
감정의 분화 못지 않게
깨달음의 공유도 큰 몫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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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적 영적 성장을 위한 무엇인가가 있어야 하겠네요. 그렇지 않아도 오늘 올려주신 월드 카페 얘기를
읽었습니다. 몸소 실천하고 계신 듯 합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깨달음이 공유되고 있겠지요. 스팀잇도 일조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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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깨달음이 무척 개별적이어서
이를 나누고자 아쉬람 같은 걸 열었잖아요.
하지만 그 깨달음에 대한 보편성이랄까
그런 게 부족했다고 봐요.
그런데 현대는 말씀하신 스팀잇을 비롯한
다양한 소통 체계들로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집단적으로 검증하면서
내용과 방향들이 훨씬 탄력적으로 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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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합니다. 깨달음의 경험들이 공유되고 있었네요. 책으로 되던 것이 이제는 또 SNS로. 또 그런 소통들이 말씀하신대로 오프라인의 소통을 매개하거나 촉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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