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의 성 라퓨타

in kr-movie •  4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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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모르고 흘러나오는 그 노래에 눈물이 흘렀어.
무언가 그리웠다.
그때 알았다. 내 안에 아름다운 무언가가 사라져버린 걸.
그건 잃어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었다.

-곤란한 일에 휘말리게 해서 미안해.
-아니, 난 네가 하늘에서 내려 올 때 가슴이 두근거렸어. 무언가 멋진 일이 생길 거란 걸 알았어.

언젠간부터 반만 기대하고 반만 기쁘기로 했다.
완전히 마음을 내줬다가는 아플 게 뻔하고 그동안의 세상은 너무나 추웠으니까
체온을 빼앗길 수 없었다. 그래서 단번에 너를 와락 안을 수가 없었다.
너를 찾고서도 기뻐하고 축복하기 보다는 경계할 증거를 모았다.
그저 안았으면 우리는 서로 따뜻해졌을텐데.

어차피 함께 할 인연이 기간이 정해진 걸 알았다면, 어차피 그건 내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면
왜 완전히 축하하지 못했던 걸까?
왜 그토록 상실을 두려워했던 걸까?

그래서 파즈는 시타 네게 안정과 용기를 주지만 내겐 눈물샘이야.

-파즈 나 지금 너무 무서워 실은 라퓨타에 가고 싶지 않아 골리앗도 못 찾으면 좋겠어. 빛의 방향은 진짜야

-그 로봇 때문에? 정말 불쌍하더라.

-할머니가 알려준 주문이 무서운 결과가 되다니... 난 많은 주문을 배웠어. 물건을 찾거나 병을 고치는 주문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주문도 배웠지.

-해서는 안되는 주문?

-멸망의 주문. 좋은 주문의 힘을 키우려면 나쁜 주문도 알아야 한대. 하지만 절대로 사용하면 안 돼. 주문을 배운 후 무서워서 잠도 못 잤어. 그 돌은 세상에 나오면 안되는 거야. 그래서 늘 난로에 숨겨놨다가 결혼식 때만 목에 걸었지. 엄마나 할머니도 할머니의 할머니 모두가. 그런 돌은 벌써 버렸어야 해.

-아니야, 그 덕분에 우리도 만났잖아. 돌을 버려도 라퓨타는 존재해. 비행선이 점점 발전해서 누군가는 찾을 거야. 잘은 몰라도 라퓨타가 정말로 위험한 성이라면 무스카 따위에게 넘길 수 없어. 지금 도망치면 평생 쫓겨 다녀야 해.

시타는 이름을 알아 괴로웠고 꼭 도달해야 하는 그곳을 알아 두려웠다.
파즈에겐 이름이 상관없었고 그들의 꿈이 맞닿아있기에 그들이 운명이란 걸 알았고, 앞으로 그들이 함께 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두 손을 맞잡으면 두둥실 하늘을 나는 그런 멋진 경험을 하고도 목걸이 따윈 비행석 따윈 한 번도 욕망의 고려대상이 되지 않았다.
비행은 중요하지 않아 서로 맞잡은 손이 또 거기 너와 내가 있다는 게 중요하지.
그러니 추락하는 하늘 속에서도 서로 눈을 감지 말자.

어쩌면 사랑이란 함께 멸망의 주문을 외우는 것.
손을 맞대고 기꺼이 나락으로 함께 걸어가는 것.
그 모든 게 끝나고 집으로 바래다 주는 것.
그거면 더 바랄 게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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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내 사랑이 아주 많이 모자라 보이는 날이 있다.
속이 좁고 키재기를 하게되고 방어적이라 원래 이런 인간이 아닐까 조금 실망하게 되는 날
기억나지 않겠지만 우린 모두 시타였고 모두 파즈였지.

-2021년 4월 2일, by 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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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명작이죠! 제 베스트 애니 다섯손가락 안에 들어갑니다. 다른 애니메이션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와 뿌리가 같습니다 :)

(뿌리만 같은 게 함정ㅋㅋ)

전 이 명작은 이제야 봤는데 어찌나 좋던지... 저의 최애 애니메이션은 마법배달부 키티와 귀를 기울이면 이었는데요 라퓨타가 한 자리 차지할 것이에요.
나디아는 이름만 들어봤는데 궁금하군요 !

혹시 "붉은 돼지" 안보셨으면 이것도 추천드립니다ㅎㅎ

안녕하세요 fgomul님

랜덤 보팅!!

소소하게 보팅하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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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에 무언가가 완전히 망가져 버린것 같았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아름다운 무언가가 사라져버린 걸.

그게 있는 사람을 볼 때면 눈시울이 붉어지게 되요. 지켜주고 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