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데려온 작품은 공포영화 '더 로드(Dead End, 2003)' 입니다!
저예산으로 가성비 괜찮게 뽑아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줄거리)
그 길이 살인을 시작했다!
태어나 처음 들어선 지름길. 해링턴은 그의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크리스마스를 맞아 매년 그래왔듯이 친척집으로 향한다. 알 수 없는 지름길로 들어선 프랭크... 하지만 그 선택은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였다. 빨리 갈 줄 알았던 이 지름길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이 없어 보인다. 그 길에서 해링턴 가족은 아기를 안은 한 여인을 만난다. 죽음에서 금방 깨어난 듯 음산한 분위기를 품은 그녀. 로드 사인은 알 수 없는 곳을 한없이 가리키고, 도착해야 할 그곳은 결코 보이지 않는다. 억제할 수 없는 공포는 서서히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차가 멈출 때마다 한 사람씩 시체로 발견된다. 네가 죽였니? 아니. 너는? 나도 아니야. 그럼 도대체 누가 살인을 하고 있는 거야?
-네이버 영화 '더 로드' 中
인간이 공포를 느끼는 이유는 상상력 때문이라고 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것, 무언가가 자신을 해칠지도 모른다는 상상 등..
공포영화에서 감독의 역량이 가장 크게 드러나는 부분은 바로 그 '상상력' 을 어떻게 잘 불러일으키느냐에 있다고 생각한다.
또, 개인적으로 시각적, 청각적 자극을 통해 공포를 유발하는 것을 싫어하는 편이기 때문에 공포나 스릴러 영화를 볼 때 그 부분에 민감하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영화 '더 로드' 는 괜찮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많지 않은 예산과 한정된 상황 설정 속에서도 나름의 결과를 냈다는 점에서 가성비 좋은 공포라고나 할까.
사실 영화는 단순한 내용과 설정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진부하거나 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우선 아버지, 어머니, 딸, 아들, 딸의 남자친구 이렇게 다섯이서 차에 올라 달리게 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외딴 도로가 영화의 배경이다.
도로를 달리면서 이상하게도 다른 차나 사람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한다. 오직 그 다섯 사람과 곧이어 나타난 죽은 자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귀신같은 여자 한 명, 그리고 그 여자의 갓난아기만이 그 도로 위에 있는 것 같다. 설상가상 딸의 남자친구, 아들, 어머니 등 차례로 검은 차에 납치되어 사라졌다가 이내 갈기갈기 찢긴 시체로 발견된다. 그 이상한 여자는 그 때 마다 마치 저승사자처럼 나타났다 사라진다.
정리해보면 영화의 주된 요소는 '차례로 죽어가는 5명의 가족',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자와 그녀의 죽은 아이', '가족이 사라질 때마다 나타나는 검은 차', '유일한 이정표로 나타나는 마르콧' 정도가 되겠다.
(이어지는 글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영화의 결말부를 보면 사실 그들은 아버지의 졸음운전으로 인해 마주오는 차와 정면으로 부딪치는 사고를 당했고 딸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죽고 말았다. 또한 검은 차의 정체는 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신고한 사람이었으며 영화 내내 그토록 가고자 했던 곳 마르콧은 그들이 실려간 병원에 있는 의사였다.
그렇게 영화 내내 일어났던 모든 일들은 단지 죽다 살아난 딸이 꾼 꿈에 불과했던 것처럼 보이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사고 현장을 정리하던 인부가 아버지의 메모를 발견하면서 의미심장한 결말로 끝이 난다.
이들을 정리해보면 간단히 말해 그들이 달리던 그 끝도 없는 길은 말 그대로 삶과 죽음 사이에 존재하는 어떤 공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삶'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비현실적인 공간이라고 느껴질 수 밖에 없고, 실제로 영화가 진행될수록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진다.
죽음의 순간에 각자가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이(죽기 직전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것들이라고 해두자.) 그 공간에서 드러난다. 영화 내내 등장인물들이 하는 말과 행동들을 보면 그들이 그때까지 살면서 담아두었던 것들이 드러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ex)아버지와 어머니의 고백, 여자의 아이에 대한 집착(사랑)과 가족들에 대한 원망 혹은 분노(간접적으로 느껴지는)
또한 그들이 그토록 도달하고자 하는 곳인 마르콧은 끝내 도착할 수 없는 장소였는데, 이는 이미 죽음의 세계로 넘어가게 된 인물들이 마지막 순간에 삶의 세계로 돌아가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게 만드는 의사의 이름이었기 때문.
그저 꿈이었을 뿐이라고 생각하던 관객들에게 아버지가 그 길에서 남겼던 메모를 보여주면서 감독은 그 길(삶과 죽음 사이의 공간)이 정말로 존재했고, 영화 내내 일어났던 일들 역시 실제로 일어난 것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쓰고 보니 딱히 별 내용은 없다.
사실 이 리뷰를 쓴 것도 혹시나 영화의 결말을 보고 뭔가 다른 숨겨진 의미나 해석이 있지 않을까 해서 검색해 볼 사람들을 위해서다.
(물론 이외에 또다른 참신한 해석이나 의미부여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별개로 하고.)
어쨌든 크게 기대하지 않고 본다면 나름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는 가성비 좋은 공포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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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