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꿎은 담배만 태우는 이 밤. 소년은 무엇을 상상하며 창문 밖 달빛을 바라보고 있을까. 안개 낀 밤 하늘 사이로 달빛이 환하게 소년의 방을 비췄고, 어둠 속에 있는 소년은 달빛과 담뱃불에 의지하여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무엇이 그리 고민일까. 어쩌면 오래전에 떠나보낸 그녀가 생각이라도 난걸까? 그녀 생각을 하니, 담배가 더욱 당기기 시작했다. 한 모금 깊게, 그리고 깊게 내뱉고. 담배 연기에 그녀 생각과 그녀의 대한 그리움, 그녀에게 주었던 사랑들을 모두 내뱉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쉽게 잊혀질 리 없지. 그녀에게 주려 했던 책을 펼치고, 그녀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담긴 페이지를 열어 깜깜한 야밤에 그 한 줄기 월광에 기대어 그 구절을 소리 내어 읽었다. 그리고 마음으로도 한번 더 읽었다.
애꿎은 담배는 다 타들어갔고, 소년의 복잡한 마음도 더욱 복잡해졌다. 소년은 더욱 복잡해진 마음을 지우기 위해 담배를 한개 더 물었다. 야밤에 라이터 소리는 온 동네를 울리는 것 같았다. 속상함과 그리움, 그리고 그녀를 사랑했던 마음을 담아서 다시 한 모금 깊게. 그리고 그녀를 원망했던 마음, 그녀를 미워했던 마음을 연기와 함께 내뱉었다. 그녀에 대한 복잡한 마음이 조금씩 정리되는 기분이였다. 그래도 아직 미묘한 기분이 남아있었다. 지금 그녀를 보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그녀에게 내가 보고 싶었냐고 물어보고 싶은건지. 복잡하고도 미묘한 마음을 담아 한번 더 크게 담배를 들이마셨다.
애꿎은 밤공기만 연기로 자욱해져갔다. 안개인지 담배 연기인지 모를 연기는 월광을 가려서 희미한 빛으로 바꿔놓았고, 자욱한 연기 사이로 비춰지는 월광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그 빛을 보곤, 소년은 한 때 같은 밤공기를 마시며 같은 장소에서 서로를 주제삼아 얘기하던 그 때가 떠올라버렸다. 우리 그 때는 정말 아름다웠는데 말이야. 그치? 희미한 안개 사이로 비춰지는 월광, 그 속에서 네 목소리를 듣고 싶어. 네 아름다운 목소리가 나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여주던 그 때가 생각나. 애써 너를 지우려 담배를 폈지만, 이젠 진짜로 애꿎은 담배가 되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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