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
알레그로, 걸음을 멈춘다.
[알레그로] 남들처럼 살면, 남이 되는 거 아닐까요.
[안단테] 모방과 표절을 혼동하지 말라구. 남들처럼 산다고 남이 되는거, 아닙니다. 참고 정도! 쉽고 편안하고 안전한 길을 가면서도 인생을 즐기면서 살 수 있는 효율적인 안내서! 그게 ‘남들처럼’입니다. 네?
[알레그로] 아니요. 나처럼, 나대로 살아야 하지 않나요? 사는 거, 남 말고, 내가 해야하잖아요. 이 몸뚱이, 이 말들로, 내 것들로, 나대로.
[안단테] 하여간 말이 안 통하지. 걸음, 그것만 고칩시다. 거기까지 합의 보자구요. 걷는 것만 남들처럼 걸어요.
[알레그로] 걸음.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하고 싶은 겁니다. 다르게 걷고 싶습니다.
[안단테] 당신이 걷는 것도 게랑 다를 게 없잖아.
[알레그로] 그래서, 찾고 있는 중이에요. 제 걸음을. 저만의 걸음을.
[안단테] 바보천치 같으니라구.
안단테, 신문을 바닥에 팽개치고 절도 있는 걸음으로 돌아서서, 앞을 향해 나아가 퇴장한다.
모두 같은 걸음에 구역질이 나 걸음에서부터 정체성을 찾으려는 '알레그로'
남들과 같은 걸음걸이에 이상함을 느끼지 않은 오히려 다름에 이상함을 느끼는 '안단테'
'나'다움 그 자체에 질문을 던지게 되는 작품
내가 가장 애정하는 작가의 작품 <게처럼 옆으로 걷는 남자의 사정> 중 일부
(jjangjjangman 태그 사용시 댓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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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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