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놓고 못읽은 책을 몰아서 읽는 중이다. 실컷 사두고 골라읽는 재미는 먹는 것 못지않다. 오늘은 이 것, 내일은 저 것. 책이 워낙 많아서 쫓기는 기분도 들지만 나름대로 재미있다. 오늘은 미미여사의 에도시리즈를 읽었다. 괴담류라 사놓고 겁이 나서 볼까말까 했는데.. 볼만했다. 커피를 다 마시고도 두어시간을 앉아서 다 읽고나서 일어났으니.
다 읽고서, 남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했다. 전엔 그런 생각을 할 여유도 시간도 없었다. 조금 여유가 생겼나보다. 누구의 이야기든 들어주는 아가씨가 주인공이다. 사람들의 기묘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의 아픈 상처도 어느 새 털어놓게 되고, 결국은 들어주는 것, 공감해주는 일의 소중함을 느꼈다.
전에 읽은 삼귀는 괴담이라기보다 마음이 아픈 이야기였다. 슬펐다. 표지만 봐도 그때의 슬픈 감정이 솟아오르는 것 같다. 이 책은 그와는 다르게 소름이 끼친다. 까페에서 읽었는데 추워서 가디건을 입고 다리를 꼬고 앉아서 봤다. 좀 으스스했다.
스토리는 안 본 분들을 위해 이야기할수는 없지만 괴담류를 좋아하면 괜찮은 선택이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결말이 마음에 든다. 후련해서 좋았다. 후회도 미련도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결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