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밤 9시가 넘어 배송되어왔다. 우연히 이국종 교수님의 다큐를 본 후, 어떤 면에서인지 매료되어 책 올날만 기다렸다. 잠자기 직전까지 3시간여동안 꼼짝않고 1권을 읽었다. 글솜씨가 본인은 전업작가만 못하시다 겸손하셨지만, 흡입력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거대한 실패담이다.
외상센터를 만들고 그 체계를 잡기위해 팀원과 여러 뜻있는 사람들과 고군분투했지만, 아직 이루지못한 덧없는 희망이다. 죽을 힘을 다해 온몸이 바스러지도록 일했지만, 논란의 중심이 되어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욕을 먹고 까인다. 좌절과 절망감은 깊다. 아예 너무 힘들면 깊이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고도 현실은 너무 잔혹하고 버티기가 힘들다. 사실 개인의 실패담이 아니라 시스템부재의 한국의 실패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다 화제가 될만한 사람을 환자로 맞아 죽을 고생을 하며 살려놨지만, 그로 인해 촉발된 법안이나 정책은 그저 바람앞 촛불이다. 번번히 좌초되어 실망할 기운도 없다. 너무 지쳐서 언제 그만둘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든다. 그를 한가닥 버티게 하는 희망은 후배가 자신의 뒤를 이어 중증외상센터를 유지해줬으면 하는 것이다. 그조차도 아직 불투명하다.
환자를 살려야한다. 그를 움직이는 건 아직 그 하나뿐이다. 환자들에게 다정하고 온화하다. 나오는 사람들 중 의사나 관계자는 모두 실명이지만, 아파서 실려온 분들의 이야기에서 는 이름을 언급하지 않는다. 남자, 여자, 그 분.. 이다. 환자의프라이버시까지 존중하는 마음이 고맙게 느껴진다.
잊지말아야할건 이국종 교수 이름만이 아니다. 그와 뜻을 같이한 수많은 동료들이다. 있을수 없는 인내와 헌신, 피흘림으로 중증외상센터를 유지시킨 사람들이다. 그래서 책 끝머리에 하나하나 약력과 도움준 사항을 언급하며 마친다.
덧. 세월호 사건도 자세히 나온다. 너무 답답하고 속이 아려 그 부분은 자세히 읽지도 못했다. 모든 국민의 가슴에 남아 잘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되었다... 사람을 살리는 것을 업으로 삼는 분들인데 쫓아가고도 물러나라는 공권력에 밀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울분이 터진다. 언제까지 이 나라는 이 모양 이꼴일까. 개인들의 희생으로만 유지하는 일을 언제 그만할건가. 이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분노하고 그 의견을 감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부터라도..
보통 조직은 위에서 썩으면 점점 그 썩음이 아래로 전염되지요. 정권이 바꼈으니 일단 믿어봐야겠지만,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아 걱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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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요.. 댓글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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