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뒤틀리는 세계 1-1

in kr-newbie •  8 years ago  (edited)

새의 지저귐이 산뜻함보다는 신경쓰임으로 변할 때 비로소 그는 하는 수 없다는 듯 일어나 힘차게 기지개를 폈다.

하지만 뚜두둑 거리는 소리와 함께 비명을 토해내고 만다.

저려오는 몸을 붙들고 한참을 있자 통나무집 방 밖에서 뚜벅거리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일어나셨나요? 식사는 어떻게 하시겠어요?"
맑고 청아한 목소리의 그녀는 국자를 들고 있다.

"뭐 맛있는 거 있나요?"

"아뇨, 그냥 평소와 비슷한 닭고기 수프에요. 이번에 남쪽 대륙에서 건너온 풀을 조금 넣어봤어요."

"오 그래서 맛이 어떻던가요?"

그녀는 머뭇거리며 대답한다.
"약간 씁쓸하고 시큼하네요."

남자가 침대에서 웃자 여자는 콧방귀를 끼며 다시 돌아간다.

남자는 일어서 대충 스트레칭 운동을 하고 터벅터벅 문 밖으로 나선다.


"여 일어나쎳어~?"
걸걸하고 칼칼한 목소리가 들린다. 오래 들어왔는지라 적응 되었을 만도 하건만 여전히 약간 거슬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돌아보니 왠 마물이 있다. 자기 집인 것 마냥 고블린이 터벅터벅 걸어와 식사 테이블 앞에 자리를 잡는다.

몇 번을 봤는데도 이상하게 적응되지가 않는다.

남자는 아직 잠이 덜 깬 목소리로 피곤함에 가득차 말한다.
"남쪽 대륙에서 건너온 풀이라는데 그게 뭐냐?"

"낸들 안냐? 남촉 대륙에 뿔이 한두개햐?"
감정이 들어가면 항상 된소리가 강하게 섞여 나온다. 별 것 아닌 상황에도 항상 격한 감정이 실리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너 요새 뭐 마음을 다스리는 뭐시기 하고 있다매."
남자도 테이블에 앉으며 물어본다.

"쏘용없어. 모르겠써."


평화로워 보이는 통나무 집 밖은 거대한 삼림이 펼쳐져 있다. 산 중턱의 꽤나 절묘한 위치에 자리잡은 통나무 집 옆에 자리한 축사에서 소 젖을 짜내고 있던 여성이 반가운 목소리를 듣는다.

"어이~ 휘리! 밥 다 됐어~?"

"아 아저씨! 뒤에 그건 뭐에요?"

"아 이거 밑에서 가꼬 왔쓰~ 오리야 오리."

"이야~ 맛있겠다~"

"이야~ 맛있겠찌? 기대하겠쓰~"

휘리가 눈을 반짝이며 오리고기에 손을 가져다 댄다.

"아 이거 무거우니까 내가 갖다 놓을게. 안에 클롭이랑 정키는 있나?"

"네~ 아침 먹고 있을 거에요. 안에 가서 드세여~"

"음! 냄새 좋쿠먼! 금방 들어감세!"

"네~ 아저씨 항상 힘이 넘치세요!"

"하하! 도적 놈들 때려잡고 살아남으려면 힘이 넘쳐 흘러야지!"

휘리는 방긋 웃으며 방금 짠 우유를 내민다.

아저씨는 벌컥 벌컥 마시고는 감사 인사를 하고 통나무 집에 들어간다. 워낙 큰 키 덕에 약간 수그려야 겨우 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어이! 자네들! 벌써 다 먹어가는 모양이구먼?"

안에서 수프를 먹고 있던 고블린이 킥킥대며 답한다.
"캬저씨! 쒸리는 많이 해놔요!"

아저씨가 통쾌하게 웃으며 답한다.
"흣하! 그렇고 말고! 감사하구만!"

아침을 다 먹었는지 트름을 꺽 내뱉고는 창밖을 지루하게 쳐다보던 남자가 덩치 큰 아저씨 쪽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아 얼마나 남았죠?"

"이틀이야! 모르진 않을텐데!?"
회색 수염과 나이에 맞지 않는 근육질의 아저씨가 답했다.

"그냥 안 믿겨져서요."
심드렁하게 답한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과 고블린의 그릇을 치우려 한다.

아저씨는 그를 제지하며 먹는 데 같이 좀 있어달라고 떼를 쓰기 시작한다.

휘리가 들어와 한 고블린과 한 사람에게 우유를 건넨다.


아득한 절벽 아래 창칼이 부딪히며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늘상 있는 일이라는 듯이, 절벽에 걸터앉아 풀을 씹고 있는 남자는 아침부터 부정적 기운을 가득 발산하고 있다.

"클로! 위험해!"
휘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안 위험해."
심드렁한 남자의 목소리.

"그러다 떨어지면 어떻게해?!"

"죽지 뭐."

휘리는 클로의 등짝을 쎄게 때리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는 데 아쉬워 한다.

"다른 사람이 갈 수는 없는거야?"

"그러게 말이다. 왜 또 하필 지금인 건지 참 .."

"그 광물이라는 게 그렇게 귀한거야?"

"나도 몰라. 그런 건 아닌데, 귀해질 거래."

"모르는 사람을 보내는거야? 그것도 되게 웃기네."

"대충은 알아. 대충 아는게 문제야. 젠장. 괜히 되지도 않게 그쪽 수업을 들어가지고는 하아 .."

"그게 중요한 거면 잘 아는 높은 사람이 가야하는 거 아니야?"

"그런 작자들은 위험한 일 안할라그러지 .."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늘상 있던 일 아닌가? 왜들 호들갑인지 모르겠구먼."

"네. 그런데 뭐 아직 안알려진 정보가 있는 거겠죠."

"그렇구만. 어쩐지 서쪽이 좀 수상쩍어."

"왜요 거긴 또?"

"어제 한 놈이 이상한 소문을 들고 왔는데, 그 광물 때문에 서쪽 변경을 침공한 모양이야. 뭐 확실하진 않고."

"테메르 공국을요? 어디서요?"
남자는 처음으로 흥미가 동한다는 듯 되물었다.

"몰라 어디선지는 워낙 멀고 또 그냥 소문인 건데 뭐."
아저씨는 힘찬 기운을 가라앉히고 착잡하다는 듯 말했다.

"여긴 안전하겠죠?"
휘리가 불안을 감추며 애써 발랄해 보이게 말했다.

"그게 .. 이쪽 도시가 목표인 것 같기도 해서 말이야 .."

"..."
"..."

휘리와 클롭은 할 말을 잃었다.

"멜리움이었나? 그게 이쪽 대륙에서 유통되는 일차 경로가 여기잖나? 뭐 말로는 꽤나 잠재력 있는 물건이라던데."
아저씨가 시가를 꼬나물며 클롭의 옆에 걸터앉았다. 휘리는 자기가 걸터앉은 것 마냥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멀찍이 떨어져 서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다.

"연구가치야 있죠. 그런데 지금 당장 아무도 쓸 데 없고 쓸 사람도 없는 물건에 왜들 그리 관심이 많은 건지 모르겠어요."
클롭은 부정적 기운을 잔뜩 내뿜는다.

"뭐 역사적으로 항상 그런 것들이 세상을 바꿔왔으니까 말이네. 옛날에는 고작 종이 만드는 기술 알아내려고 전쟁을 일으키기까지 했잖나."

"캭! 여기 누가 뭐 갖고 왔다!"
고블린이 커다란 책을 들고 뒤뚱뒤뚱 걸어온다. 휘리는 깜짝 놀래서 책을 받아들고 조심스럽게 클로에게 건네준다.

"뺄륨때문이고만!"
고블린이 지겹다는 듯 말한다.

휘리가 놀라 되묻는다. "뺄륨? 그게 뭐야? 너 뭐 알아?"

"스펠룸이에요. 미엘룸, 멜리움, 뺄륨 뭐 여러 단어를 쓰긴 하는데 우리 도시랑 학교 공식 명칭을 그래요. 멋 더럽게 없게 짓죠 이름."

"정키가 뭐 좀 아는 모양이구만!"

고블린은 말하기 싫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뒤돌아 가며 말한다.
"그거 가져온 여자애가 잠깐 보랜다."

클롭이 귀찮은 듯 소리친다.
"나중에 어차피 볼거야~ 잘가라~"

멀리서 사람 실루엣이 주저하다 사라진다.

"아 일부러 안가져 온건데 .."

아저씨는 흥미돋는다는 듯 책을 빼앗아 읽는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구만"

"저도 모르겠어요."

"근데 어떻게 왜 읽어?"

"읽다보면 되겠죠 뭐 어떻게든 읽긴 하라는 건데 .. 아! 몰라!"

휘리도 킥킥대며 뒤돌아 간다.


  • 스펠럼의 가치와 역사 67쪽

오늘날 이 광물의 잠재적 의미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거대한 물결을 자아내 세상을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할 위험이 있는 이 물건은 하필 남쪽 대륙에만 있다는 게 문제다. 쓰일 일은 북쪽 대륙에 많은데 의미없이 남쪽에만 매장되어 있다니 기구한 운명을 타고 났다.
얼마간 북서쪽의 항구에서 많은 탐험가들이 이 광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경로를 마련하기 위해 애써왔으나 대부분은 실패했다. 이종족 간의 의사소통에서 난점을 겪고 제대로 교섭하지 못했던 것이다. 조급한 사람들이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고 말았는데, 무력을 동원해 이종족의 마을을 뒤집어 놓은 것이다. 그에 따라 남쪽 대륙에서 북구인에 대한 평가는 아주 안좋아지고 말았다. 덕분에 나도 의미있는 성과를 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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