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만상-에피소드#1]이런 부부

in kr-newbie •  7 years ago 

에휴, 지겨워... 또, 술인가 부네...

부인은 벽시계를 보며 한숨을 쉰다. 시계는 오후 11시를 가리키고 있다. 부인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하다. 웃음기라고는 아예 없다.

"그놈의 술..."

언제 들어올 거며, 들어와선 잠들 때까지 얼마나 떠들까? 이웃사람들 잠 못 잔다고 아우성이고, 딸내미 하나 있는 것도 학교 가서 졸기만 한다니. 이 노릇 어찌한다냐?

"학교 선생이란 자가?!"

참다못해 경찰을 대동하고 온 옆집 남자가 남편을 흘겨보며 내뱉은 말이다.

"아이고 경찰 아저씨 밤늦게 수고하십니다. 아이고~아이고~ 옆집 사장님 잘 오셨습니다. 이왕 오셨으니 한잔하십시다. 여보 당신 뭐 해 술상 차리지 않고?"

경찰과 옆집 남자는 서로 얼굴 마주 보며 실소한다.

"선생님 제발 이웃 좀 생각해 주십시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게 뭡니까? 계속 이러시면 선생님댁이 이 동네 쓰시던지 우리가 떠야지 살 수가 없어요. 네~에?" 경찰도 한 마디 한다.

"학교 선생님이시라니 오늘은 그냥 갑니다. 한 번만 더 이런 신고 들어오면 조치 할 겁니다. 벌금 내셔야 해요. 벌금~" 경찰과 옆집 남자를 대문 밖까지 배웅하고 돌아온 부인은 남편을 향하여 두 손 모으는 척하며, "여보 제발... 제발요..."

그러곤 방으로 들어와 방문을 걸어 잠그고 자리에 쓰러지듯 눕는다. 남편이야 자거나 말거나 상종하지 말아야지 괜히 대거리했다간 내일 아침까지 간다. 억지로 잠을 청해 보지만 잠이 올 리 없다. 머릿골이 욱신 댄다.

며 칠 후, 경찰을 데려왔던 옆집 남자의 부인이 찾아왔다. 부인은 지레 걱정이 된다.

"어머나, 어서 오세요.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뭐가요?>

"우리 집 남자 밤마다 떠들어서...!"

부인은 깔깔대고 웃는다.

<뭐 어때요? 남자가 술 먹으면 그럴 수도 있지...>

"어머, 그럼... 그럼 댁에 바깥 사장님은 지긋 지긋하다던데 아줌마는 괜찮으세요?"

<아유, 지긋 지긋 한건 우리 집 그 인간이에요. 무슨 남자가 술 한잔 입에 댈 줄도 모르고 시계불알처럼 땡! 하면 집에 들어와 설랑, 이것 간섭하고 저것 간섭하고 어디 나만 잡나요?>

<애새끼들까지 잡아요. 웬 놈의 의처증은 있어가지고 마트 배달도 못 비켜요. 배달하는 젊은이들이 키도 큼직큼직하니 잘생겼잖아요? 뭐, 물건 수량 확인하느라 말 몇 마디 섞으면 언제부터 그놈하고 그래 친해졌느냐? 따지는데... 아이~ 지긋 지긋해...>

옆집 부인을 보내고 부인은 하늘을 쳐다봤다.

"이놈의 세상이 왜, 이렇게 힘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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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그루구들 살아가죠....^^

네... ^^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