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랙 팬서> 개봉을 기다리며
마블의 새로운 영화 <블랙 팬서>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인지도가 높은 캐릭터는 아니어서 큰 관심을 두지 못했는데, 영화를 먼저 개봉한 북미에서 극찬이 이어지고 있다는 뉴스 기사를 접하고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월 14일부터 영화관에서 볼 수 있는데요. 벌써부터 33%가 넘는 사전 예매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하니 기다리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마블이 단독 영화를 제작했다는 것은 앞으로 블랙팬서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의미합니다. 영화의 1차적인 흥행뿐 아니라 각 영화간 구조적인 설계까지 '큰 그림'을 그리는 마블이기에 이번 영화에서도 몇 가지 기대되는 점이 있습니다.
1. 인피니티 워에 대한 떡밥
가장 먼저 <인피니티 워>와의 연결성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영화 <블랙 팬서>는 2018년 4월 개봉을 앞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직전 시점을 다룹니다. 영화 자체의 스케일이 크고 제작비도 많이 들어가는 어벤져스, 더군다나 그 영화가 마 페이즈3 대미를 장식하는 인피티니 워이기 때문에 마블이 가만히 둘 리 없죠. 이번 작품에서도 다양한 떡밥 투척이 예상됩니다.
가장 기대되는 내용은 역시 '소울 스톤'입니다. 타노스가 모으고 있는 인피니티 스톤 중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은 마지막 스톤이기 때문에 이번 영화에서 공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토르: 라그나로크> 개봉 당시 아스가르드에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었지만 일언반구 없었죠. 때문에 이번 작품의 배경이 되는 와칸다에서 발견될 것이 거의 예상됩니다. 타노스가 지구에 침공할 명확한 이유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죠.
(100% 가정이지만) 이런 맥락에서 소울 스톤이 '비브라늄'과 연관되어 있어 있지 않을까라는 추측도 가능합니다.
비브라늄은 마블 세계관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특수 광물로 역시 가상의 물질입니다. 지구에서 가장 단단할 뿐 아니라 충격 에너지를 흡수하는 특징이 있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이름도 진동을 뜻하는 'Vibrancy'와 원소명 어미에 쓰이는 '-ium'의 합성어입니다.)
코믹스에서 비브라늄은 먼 옛날 와칸다 지역에 충돌한 운석입니다. 그래서 전세계에서 와칸다 지역에서만 발견되고 와칸다 왕국은 이를 통해 막대한 부를 창출하죠. 아무튼 와칸다에 소울 스톤이 있을 가능성이 높고, 와카다에서만 비브라늄이 발견된다면 역으로 "운석 속에 소울스톤이 있었고 이 영향으로 비브라늄이라는 광물이 만들어졌다"는 설정을 채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일말의 가능성조차 제시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헤임달이 소울스톤일 것 같기도..)
2. MCU 페이즈4 이끌 캐릭터로서 존재감
블랙 팬서가 앞으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갖게 될 위상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개봉된, 그리고 앞으로 개봉될 모든 마블 영화들은 '페이즈'로 구분되지어져 있습니다. 굳이 우리 말로 의역한다면 전체 흐름상 큰 국면에 따라 영화들이 분류되어 있는 걸로 볼 수 있습니다. '페이즈1'은 어벤져스 멤버들이 모이는 과정, '페이즈2'는 히어로들의 스케일 업, 페이즈3는 그동안 과정에서 쌓인 큰 문제들을 해결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죠.
블랙 팬서는 페이즈3 막바지에 등장하는 히어로입니다. 페이즈3를 위해 달려온 캐릭터라기보다 페이즈1, 2를 이끈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 맨 이후 새로운 페이즈4를 이끌 주역으로 포지셔닝 되어 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합니다.
실제로 캡틴 아메리카 역의 크리스 에반스, 아이언 맨 역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하차하게 된다면 그 뒤를 이어 받아 리더십을 발휘하거나(일국의 왕이죠), 재력을 기반으로 한 과학 기술 서포트(돈과 과학기술이 뛰어난 와칸다) 등의 역할을 블랙 팬서가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영리한 마블이 2대 캡틴 아메리카와 2대 아이언맨 자리를 공석으로 둘리는 없겠지만 그 중요도는 변할 겁니다.
3. 마블 최초의 흑인 슈퍼 히어로라는 상징성
<블랙 팬서>는 마블 세계관 최초의 흑인 슈퍼 히어로 영화입니다. 요즘에는 '굳이 인종으로 구분을 지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지만 코믹스에서 블랙팬서가 처음 등장한 1960년대라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흑인이 주인공이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상징성이 있죠. (블랙 팬서는 1966년 7월 <판타스틱 포> 52화에서 처음 등장합니다.)
마블이 DC에 비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월등히 잘하는 점 중 하나가 각 캐릭터별 특징을 뚜렷하게 구분하고 부각시키는 것입니다.
예컨대 캡틴 아메리카는 '철저한 시스템 속에서 길러졌지만 체제 믿지 않고 거부하는 상징'(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이 됐고, 아이언 맨은 '자유주의 신봉자이자 자본주의 수혜자이지만 누구보다 질서와 규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수호자'(아이언 맨3)가 된 것처럼 말이죠.
이번 영화를 통해 블랙 팬서라는 캐릭터에도 여러 가지 의미가 부여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흑인 히어로'라는 인종적인 상징성인데 이번 작품의 배우 캐스팅만 봐도 어느 정도 그 메시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캐스팅이 채드윅 보스만과 루피타 뇽입니다. 둘은 할리우드에 있는 많은 흑인 배우들 가운데에서도 흑인을 상징하는 역할을 주로 맡아왔습니다.
<블랙 팬서>에서 트찰라 역을 채드윅 보스만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1940년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인종 차별을 딛고 최초의 흑인 선수로 남은 야구 역사의 전설 재키 로빈슨의 전기 영화 <42>, 미국 최초의 아프리카계 흑인 대법관 서드굿 마셜 전기 영화 <마셜> 등의 작품으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와칸다 왕국의 여성 호위대 멤버이자 트찰라의 연인인 나키아 역은 배우 루피타 뇽이 맡았습니다. 2014년작 <노예 12년>에서 핍박받는 노예 팻시를 연기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밖에도 이번 작품을 위해 마블 영화 사상 가장 많은 흑인 배우들을 캐스팅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감독 라이언 쿠글러 역시 2013년 데뷔작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로 66회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을 수상한 흑인 감독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프레스 및 전문 리뷰어들을 대상으로 비공개 시사회가 진행됐고 좋은 반응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영화 자체도 큰 기대가 되지만, 시리즈 영화를 기획하는 마블의 장기적인 전략까지 염두에 두고 감상한다면 더 많은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s.1
지난 1월 18일 블랙 위도우의 단독 영화 제작이 확정되었습니다. 2020년 개봉이 목표라고 하네요.(마블 너 이자식 드디어ㅠㅠ) <블랙 팬서> 외에도 작품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여러 가지 노력이 엿보입니다.
ps.2
그나저나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 예고편을 보면 시빌 워 이후 감옥을 탈출한 캡틴 아메리카 일행(팔콘, 호크아이 등)이 와칸다에서 지내는 것 같은데요. 이번에 등장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시빌 워> 이후 와칸다에서 다시 동면에 들어간 윈터 솔저의 복귀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