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른바 '덕후'입니다. '프라모델 덕후'이지요.
아시겠지만 이는 원래 '오타쿠'라는 일본말이고 '한 분야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매니아' 라는 뜻으로, 일본 내에서는 꽤나 부정적인 뜻으로 쓰인다고 하더군요. 여러 사회 문제를 동반 하여 그런 것 같습니다.
제가 '오타쿠'라는 개념을 처음 접한게 이 책을 통해서였는데요.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당시에도 저자는 부정적인 시선이 아닌 오타쿠의 순기능에 대하여 설명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였습니다.
(저자가 '가이낙스'의 창업자라 더 그랬던 것일지도...)
아무튼 제가 공감이 갔던 부분은 오타쿠의 해당분야에 대한 높은 수준의 지식, 완벽을 추구하는 집착이 곧 여러 산업이나 문화의 발전, 개선을 가지고 왔다는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세계적인 일본의 모형, 만화,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의 높은 레벨이 오타쿠의 영향이 컸다는 것을 부정할 순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오타쿠 개념은 초기엔 만화, 애니메이션 등의 서브컬쳐에만 국한 되다가 요즘엔 아이돌, 역사, 자전거, 야구 등 분야가 광범위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에 비해 부정적인 인식도 그렇게 크진 않은 것 같습니다. 주위에 보면 떳떳하게 자기도 '무슨무슨 덕후'라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고, 본인의 취미를 위해 소비하는 행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이는 오타쿠라는 용어가 위에 언급 했듯 오덕후, 또는 덕후라는 친근한 발음으로 순화된 영향도 있다고 봅니다.
(오덕후라는 용어를 처음 쓴 곳은 박성훈 작가의 '콩가루'라는 웹툰 이었습니다. 이 만화 속에 조연으로 출연하는 '오덕후'라는 인물이 흔히 이야기 하는 안경 돼지의 몸매에 미소녀 피규어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설정이죠. 사회성이 결여되고 음침하지만 어쩐지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그려집니다.)
축덕, 야덕 등으로 뒤에 덕자만 붙임으로서 마치 그 분야에 덕(德)을 많이 쌓은 느낌을 주는 언어유희적 경향도 부정적인 인식을 많이 상쇄한 요인이라고 봅니다.
'오덕'이 마치 '다섯가지 덕목(五德)'처럼 생각되기도 하고 덕후가 '후덕하다'라는 말과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일지도 모른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저는 덕후가 좋습니다. 어느 분야의 덕후라도 좋습니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
내가 열중할 수 있는 하나의 대상이 있다는 사실이 참 멋진 것 같아서죠. 시간이 날때 뭔가를 한다... 혹은 그것을 위해서 굳이 시간과 돈을 들인다....
그 자체로 그 사람은 참 건강해 보입니다.
저는 처음 사람을 만날때 "취미가 뭐예요?"라고 꼭 물어보는데, 이것은 인사치레가 아니라 그 사람의 취미가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어떤 것에 열광하고 열정과 시간과 돈을 쓰는지 궁금해서요. 배우고 싶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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