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Life]조지아주에서 중고차 사기 - 완결편

in kr-newbie •  7 years ago  (edited)

지난 2편에 이어서...

결국 처음 꽂혔던 닛산 Xterra를 포기하니 약간 힘이 빠졌습니다. 하지만 저와 아내가 원하는 스타일이 비슷하니 그 기준에 맞는 차를 고르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전편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너무 날렵하기만 한 도심형 SUV보다는 조금 더 힘이 느껴지는 SUV를 사고 싶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 기준에 맞는 모델을 열심히 골랐습니다. 일본 차로는 선택이 좁은 것 같아서 미국차도 알아보았는데, 그중 눈에 들어온 모델이 아래의 Jeep Compass였습니다.

Jeep_compass.jpg
(오프로더의 명가인 Jeep의 Compact SUV Compass입니다.)

차종 정하기에 지친 저와 아내는 일단 Compass로 잠정 결정을 하고, 시승을 위해 가까운 Carmax에 운송서비스까지 신청했습니다(해당 지점에는 Compass가 없어서 시승을 위해 가까운 다른 지점에서 운송을 해오는 서비스입니다). 그런데 Compass에 대한 평이 너무 안 좋더군요....좋은 평가를 찾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폭스바겐의 티구안도 고려를 했지만 독일차는 차량 유지비용이 높다는 폭스바겐 운전자의 의견도 있었고, 내부 공간도 같은 급의 다른 SUV보다 작아 결국 포기했습니다.

결국 돌고 돌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셈인데, 이렇게 된 이상 딱 맘에 드는 차를 사진 못하더라도 덜 후회할 차를 사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다시 CR-V와 RAV4 중에 적당한 매물이 없는지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중고차 구입기를 참조하여 나름 설정한 기준인 8만 마일 이내, 1만 불 초반의 가격을 고려하니 2011년도 CR-V가 적당하다고 생각하였고 이에 맞는 매물을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적당한 매물을 올린 딜러숍을 알아본 후, 켈리블루북 사이트를 이리저리 보고 있다가 눈에 확 띄는 게 있더군요.

KBB_CRV-Rating.jpg
(2015년도 CR-V에 대한 KBB 전문가 평가점수가 무려 10점 만점에 9.8입니다.)

2015년식 CR-V에 대한 전문가 평점이 거의 만점에 가까운 것입니다! 저는 바로 '이걸 사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닛산 Xterra를 포기한 것에 대한 보상심리도 있었고, 앞으로 오랫동안 타고 다닐 차이니 만큼 너무 아끼지 말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 또 다른 협상의 시작... 결국 계약하다

일단 가까운 혼다 대리점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한국에 진출한 일부 독일 메이커에서는 중고차 중 상태가 괜찮은 차량을 자체 인증하여 판매하기도 하는데, 이곳에서는 이를 CPO(Certified Pre-owned)라고 하여 일본 메이커들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차량 가격은 시세보다 좀 비싸지만 메이커의 워런티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각 매장에서는 CPO가 아닌 일반 중고차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가까운 혼다 매장을 방문했고, 혹시나 한국 딜러가 있는지 물었는데 어디 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다른 딜러의 안내를 받아서 한창 점검 중인 2015년식 CR-V를 볼 수 있었습니다. 상태도 좋고 마일리지도 3만 마일 정도로 적당했는데 색깔이 검은색인 점이 좀 걸리더군요. 아무튼 다시 매장으로 돌아와 딜러와 마주 앉았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협상 시작입니다.

직원이 견적 표를 뽑아서 보여주더군요. 21,000불 정도였습니다. 근데 이 가격은 순수 차량 가격이니, 여기에 세금, 딜러 마진, 서류 대행비, 차량 등록비 등을 더하면 23,000불 정도 되더군요....

그래도 저는 단호하게 얘기했습니다. '15,000불로 해주세요.'

순간 딜러가 굉장히 곤란해하더군요. ㅎ 사실 15,000불은 협상 카드일 뿐이고 실제 이 가격에 살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어디서 봤는데 처음에는 딜러가 제시하는 가격의 70% 정도를 불러야 나중에 10~15% 할인된 가격에 계약하게 된다고 하였고, Xterra 협상 당시 강하게 부르지 못한 아픔도 있어서 이번에는 꼭 강하게 나가야겠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입니다.

딜러가 매니저에게 물어보겠다고 해서 다녀오더니 2만 불(차량 가격 기준)까지는 어떻게 해보겠는데 그 밑은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원했던 가격은 토털 2만 불 이내였기 때문에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았고 제가 고민하는 기색을 본 딜러는 다시 물어보겠다면서 매니저에게 갔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그 딜러가 매니저와 같이 나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매니저가 자리에 앉더니 '혹시 우리 직원이 당신들에게 실수한 것은 없나 해서 왔다.'라고 하더군요. 제가 15,000불을 제시하고 계속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보이자, 이분들은 제가 진짜 15,000불에 이 차를 사려고 한다고 생각했었나 봅니다. 어쩌면 제가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 것일 수도 있고요. 그 매니저는 '아니 이렇게 황당한 가격을 부르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야?'라고 생각하며 직접 나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튼 예상 밖 전개로 인해 저는 많이 당황했고, '15,000불은 협상을 위해 제시한 가격일 뿐이다. 오늘 필요한 정보는 다 얻었으니 이만 가보겠다.'라고 하고 서둘러 나왔습니다.ㅜㅜ

혼다 대리점을 나와서 그 근처에 있는 기아 대리점을 갔습니다. 해당 매장에서 2015년 CR-V를 매물로 오려논 것을 사이트에서 봤거든요. 누가 Trade-in 한 차량을 팔고 있나 봅니다. 기아 대리점에서 중고 CR-V를 팔다니,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 했던 광경인데요. ㅎ

기아 대리점에는 다행히 한국인 딜러 분이 계셔서 그분 안내로 차량을 확인하고 가격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원래 온라인에는 순수 차량 가격으로 2만 불이 조금 안되었는데, 저희는 토털 가격이 18,000~19,000불 정도였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딜러 분이 매니저한테 다녀오고는 19,500불 이하로는 안된다고 하더군요. '두 번째 차를 살 때 여기서 살 수도 있으니 잘 좀 부탁한다.'라고 하면서 협상을 시도했는데 더 이상 할인할 여지가 없다고.ㅎ '19,000불로 딱 떨어지면 좋은데...'라고 하니, '오늘 가져가시면 19,000불에 해드릴 수도 있고요.'하더군요.

일단 다시 생각해 본다고 하면서 나오는데, '내일까지는 꼭 정해주셔야 합니다.'라고 하더군요. 아마 다음날이 1월 마지막 날이라서 그런가 봅니다. 참고로 중고차를 살 때는 연초 또는 연말, 그리고 월 말에 사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신차가 나오면서 재고를 빨리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죠 ㅎ 미국에서 중고차를 사실 때 이 점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집에 와서 다른 매물도 검색해보고 사고 이력도 조회해보니, 가격이 괜찮다 싶으면 사고 이력이 있고 아니면 좀 비싸더군요. 결국 기아 대리점에서 본 게 사고 이력도 없고 가격도 적당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다음날 6시경 테스트 드라이브를 위해 다시 방문했습니다. 마침 당일 점심 경에 딜러가 먼저 문자를 보내더군요. 혹시 결정을 하셨냐고...ㅎ

전날 봤던 CR-V를 테스트해보고 별다른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 본격적으로 계약을 진행했습니다. 혹시나 해서 더 깎아줄 수 있냐고 했는데, 할인은 힘들고 대신 2년간 오일류를 무료로 교환해 주겠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하기로 하고 대금 중 일부는 선수금(Down Payment)로, 나머지는 할부(여기는 Financing는 표현을 쓰더군요.) 로 하기로 했습니다.

할부 이율 계산을 위해서 아내의 credit 점수(미국에서는 경제활동을 함에 있어서 이 Credit 점수 또는 등급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우리의 신용등급하고 비슷한 개념 같은데, 신용카드 대금을 연체하지 않고 지불하거나 대출을 잘 갚으면 점수가 올라간다고 하더군요. 구체적인 점수까지 나온다는 점이 큰 차이인 것 같습니다)도 확인하고 구체적인 할부 계약을 하기 위해서는 Finance 담당자를 만나야 하는데 월 말이다 보니 사람이 많이 밀려있더군요. 딜러가 저녁 식사를 하고 오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아내와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돌아와서도 한참을 기다려서 9시 정도에 담당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담당자를 만나서 구체적인 할부의 조건을 확인하고, 기타 추가할 수 있는 워런티(oil, tire 등에 대한 워런티 또는 bumper to bumper 워런티 등 구입할 수 있는 여러 워런티가 있었습니다) 등을 확인한 후 최종적으로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담당자가 그 자리에서 임시 번호판을 전용 스티커 용지에 프린트해주니, 딜러가 그 스티커를 차 뒤에 붙이더군요. 그러면서 Tag(번호판)은 집으로 발송될 테니 받아서 직접 달면 된다고 했습니다.

드디어 딜러로부터 키를 받고 차를 몰고 귀가했습니다. 물론 아직 미국 운전면허가 없는 저는 조수석에 타고 아내가 운전했지요ㅎ. 국제운전면허증만 갖고 있는 저는 자동차보험에 가입하기가 까다로웠거든요. 물론 한국 운전면허증 소지자는 조지아주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내용은 면허증을 발급받으면 포스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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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첫 차입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차 앞에는 번호판을 거의 달지 않더군요.)

  • 맺음말

드디어 이민 생활의 첫 단계인 자동차 구입을 끝냈습니다. 좋은 차를 좋은 가격에 산 것 같아서 흡족합니다. 앞으로 우리 가족을 태우고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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