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타고 집오는 길에, 내 나이대쯤 되는 여자애가 나를 계속 쳐다봤다

in kr-newbie •  7 years ago 

오늘 버스타고 집오는 길에 내 바로 앞에 내 나이대쯤 되는 여자애가 나를 계속 쳐다봤다. 나를 알고있나 해서 나도 쳐다봤더니 그 애가 "어.. 어어?" 그러더라. 얼굴은 익숙한데 누군지 모르겠고 당황해서 고개를 돌렸다. 애도 조금 이상해 보였다. 마치 뭔가 모자란애처럼.. 아무 일없이 금방 그 애는 내렸다. 진짜 얼굴이 익숙했다. 오는길에 곰곰히 생각해봤더니 아마 중학교때 딴 반에 있던 지체 장애학생이였던것 같다. 한 학교에 지체장애 학생은 몇 안되길래 나는 분명 그 아이를 알고있었다. 근데 그 아이는 나를 알리가 없는데 왜 그런 반응을 보였을까하다가 옛날 생각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이상하게도 학창시절 내내 지체장애학생들과 인연이 깊었다. 초등학교 전학올때 짝궁이 지체 장애학생이였고 초등학교 6학년 내 뒤에 앉아 내 머리가 길다고 꽁지머리, 꽁지머리하며 잡아당기던 학생도 그렇고 중학교 2학년 짝궁도, 고등학교 전학오고 1학년 짝궁도 그렇고 참 많은 학생들을 봐왔다. 나는 초등학교 3학년때 큰 사고가 한번 있어 뇌쪽을 한번 다칠뻔한적이 있었다 물론 다치지 않아 멀쩡했지만 혹시 그때 다쳤더라면 지체장애가 될수 도 있었다고 의사가 말해줬다고 엄마가 예전에 말씀해 주셨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어머니는 그때부터 나를 지체장애아들만 만나면 너와 같은 애들이라고 다를꺼 없는 애들이니 차별하지말 잘해주라는 말씀을 하셨다.

우리 지역만이 그런지 몰라도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한 학교에 4-5명있는 지체장애아들은 항상 학교에서 학생들의 괴롭힘의 대상이였다. 무슨 전염병이 있는 애들도 아닌데 대부분의 학생이 건드리기만 해도 소리지르며 가까이 가기를 꺼렸고 항상 그 아이들을 다른 학생들은 이유없이 까닭없이 괴롭혔다. 나도 대부분의 아이들중 하나였다. 나는 어머님께 괴롭히지말고 잘해주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잘해주지 못했다. 용기가 없었다. 내가 혹시 그 애들한테 잘해주면 내가 왕따가 되지않을까하는 마음도 있었고 혹시 저런애들은 더럽지 않을까 하며 피하기도 했다. 애들이 뒤에서 그 애들을 욕하면 나도 맞장구치며 욕하곤 그랬다. 괴롭힘에는 가담하지 않는 편이였지만 아무것도하지 않았다 그냥 방관자처럼 가만히 있을 뿐이였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일일것이다.내 짝궁이 지체장애아 였는데 애들이 아마 그 애의 가방에 돌멩이를 넣었나 해서 그 지체장애아의 어머님이 한번 학교에 오신적있었다. 그때 그 어머님이 오셔서 내손을 꽉 붙잡고 하신 말씀이 있었다. 고맙다고 우리애가 너 얘기 많이 한다고 많이 도와준다고.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도와준적이 없었다. 애들이 그애를 괴롭힐때도 그냥 지켜만 보았다. 그때 깨달았다. 아 이애들은 괴롭히지만 않는것만으로 친절이 되는구나. 뭔가 찝찝하면서 죄책감을 느꼈다. 중학교 2학년때도 짝궁이 지체 장애우였는데 애들이 많이 괴롭혔다. 학기말에 그 애가 롤링페이퍼에 나에게 글을 하나 써주었는데 그때 또 한번 놀랐었다. 그애가 나보고 너무 착한 짝궁이여서 좋았다고 고맙다고 장문의 글이였다. 정말 난 아무것도 한게 없고 방관자로써 나도 가해자였는데 이런 말을 듣는게 죄스러웠다.

이런일을 잊지도 않았을 고등학교때는 내 짝궁이였던 지체장애아를 괴롭힘에 많이 가담했던것 같다.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죄책감도 없이 자연스럽게 한 행동이였기에 내가 무슨짓을 했는지 조차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냥 가만히만 있어도 그 애에게는 친절일텐데 참으로 나쁜짓을 했었나보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내가 그랬던것 같다. 그것도 자신들이 원치 않는 다름인데도 말이다.

오늘 버스에서 본애가 나를 어떻게 왜 기억하는지는 아직도 모른다. 다만 오늘 그애 덕분에 과거에 있었던 여러 일들을 생각하게 되었고 반성도 하게되었다. 이 글을 쓰는 이순간 까지도 진심을 다한 봉사한번 못해봤다. 스펙이다 뭐다 이런걸 떠나서 마음이가는 봉사를 해본사람이 몇이나 될까하며 위로나 해왔나보다. 세상에 더 무거운 짐을 갖고 사는 사람들도 많은데 요즘 참 사소하고 별 것도 아닌일에도 슬퍼하고 아파하고 짜증내고 화를 내는 내 모습을 보면서 내가 초라해 져만 간다. 깊은 밤,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다.

2012년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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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집단에서 용기를 가지고 반기를 든다는건 보통 용기가 필요한 일이 아닌것 같아요. 그래도 이번 일이 계기가 되어 새롭게 봉사를 시작해보신다면 이전의 경험이 좋은 밑거름이 되어준게 아닐까요...?
큰 봉사가 아니더라도 정기 후원등 다양한 방법이 많이 있을테니 알아보셔요.. ^^

네 감사합니다. 이후로 사랑의 집짓기 운동, 가출 청소년 쉼터 인도 봉사 등 부족하지만 몇 몇의 봉사를 하게 되었던것 같네요. ㅎㅎ

헐!!! 이미 많은 봉사를 하고계셨네요~~~!!! 멋져요!!!
원래 사람은 과거를 통해 성장하면서 발전하는 법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