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국가들에만 있는 호텔 체인점인 오미나 호텔은 북유럽의 ‘멋들어진’ 물가에 비해 저렴하고 깔끔한 호텔 체인점이므로 호스텔은 싫고 호텔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이용해봄직하다.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다른 호텔에 비해 낮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
홈페이지(아마 지금쯤은 앱이 개발되지 않았을까 싶다...)에서 예약을 하고 나면, 체크인 4시간 전에 문자메시지로 방 번호, 비밀번호가 전송된다. 현관의 이중 삼중 보안을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뚫고 들어가면, 복도에 또 몇 개의 문이 있고 비로소 방에 도착하게 되니, 보안으로 치자면야 매우 철저한 느낌이다. 각 지점마다 오픈한 기간이라든지 위치에 따라 조금씩의 만족도 차이가 있었으나, 대체로 중앙역이나 관광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여행객에게 좋은 위치를 제공하며, 방의 크기나 청결도, 여러 가지 시설 면에서 그 가격에 그 정도면 괜찮았다고 말할 수 있다.
스톡홀름 지점은 최근에 오픈한 듯 보이며, 그래서인지 갔던 지점 중 시설이 가장 좋았다. 코펜하겐 지점은 가장 오래된 느낌이었고 방도 작았으며, 가장 비쌌고(환율의 영향이 크겠지만) 건물이 꽤 큰데 출입구가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출입구에서 먼 방을 배정받으면 비밀번호를 눌러야 하는 무거운 문을 몇 개나 통과하며 던전에 들어가는 느낌을 받아야 할지 모른다.
스톡홀름의 호텔 침대에 드러누워 그날의 여행을 곱씹고 있던 중이었다. 갑자기 귀가 찢어질 듯한 비상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엄청난 소음이었다. 누군가 무엇을 잘못 만졌거나 시스템의 오류이겠거니, 조금 기다리면 멈추겠거니 하고 소음이 나는 천정 밑에서 엉거주춤 서서 기다려보았다. 그러나 절대 잠잠해질 생각이 없어 보이는 우렁차고 기백이 넘치는 사운드가 이어졌다. 우리나라의 소방벨 소리는 이에 비하면 자장가 수준이다.
‘도저히 시끄러워 못 참겠다, 잠깐 나갔다 들어올까?’ 하고 설렁설렁 복도로 나갔더니 다른 투숙객들은 유모차에 애 짊어지고 캐리어까지 끌고 급히 밖으로 나가는 중이었다. 안일한 대한의 딸 두 명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중요한 것 몇 개만 챙겨 헐레벌떡 현관으로 내려갔다.
호텔 로비는 상황이 해결되기를 기다리는 손님들로 붐볐다. 그곳에는 이미 스웨덴의 소방관 오빠들이 육중한 소방차를 끌고 행차해 계셨다. 한국땅에서도 가까이서 못 뵙던 분들인데 여기까지 와서 보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어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 수는 없었으나, 위기의 상황에서 우리를 구해주러 오신 그들의 우월한 풍채와 자태가 어찌나 섹시한지, 어느 순간 입맛을 다시며 오라버니들을 구경하고 있는 우리가 조금 부끄러워졌다. 제복의 힘이란 과연 대단한 것이어서 젊은 소방관들이 입고 있는 그 두텁고 거친 옷이 더이상 매력이 넘칠 수가 없었다.
소방관의 제복이 주는 심상은 경찰이나 군인 제복에게 느끼는 감정과는 많이 다른 방향이다. 경찰이나 군인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언제 어떤 순간에 나의 반대편에 서서 공격을 감행할지 모른다는 전제를 항상 가지고 있기 때문에, 원래 그들에게 느껴야 하는 고마움과 든든함을 일종의 공포심으로 잊게 만들 때가 있다. 특히나 외국에 나와 있을 때 그 위협적인 존재감은 나를 쪼그라들게 만든다. 외국인인 것 만으로도 잘못을 저지른 것 같고, 내가 무언가를 부탁하거나 물어보았을 때 너의 청렴함부터 증명하라 요구할 것 같단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도넛으로 몸을 불린 미국 경찰이 가장 무섭다. 눈만 마주쳐도 손이 잘 보이게 하고 바닥에 엎드리라고 소리칠 것 같다. 그러나 소방관은 그 어떤 순간에도 그 어떤 나라에서도 나를 구하러 와 주는 고맙기 그지없는 분들이질 않은가! 그 숭고한 직업정신이 제복에 베어 뭉클하면서도 아련하고 터프하면서도 섹시한 느낌을 자아내는 것이다. 소방관 달력이 괜히 잘팔리는 게 아니다.
사정없이 울려대던 비상벨은 몇몇의 소방대원이 계단으로 올라갔다 내려온 후 그 입을 닥쳤다. 누군가 객실에서 몰래 헤어진 연인의 사진을 태운 정도의 해프닝인 듯했다. 불길이 보이거나 소방차가 물을 뿌려대는 일은 없었으니 말이다.
그 와중에 사진을 찍으며 신기해하는 건 한국에서 온 우리와 인도에서 온 가족뿐이었다.
후에 돌아와서 친구에게 그 일을 이야기해주었다.
“아니 그래서 별일이 없었다고?”
“응응. 섹시한 파이어맨 구경만 잘했지.”
“섹시한 Swedish Fireman이 출동했는데 별일이 없었다니, 겁나 아쉽구나.”
정말이지 아쉽습니다........
SWEDEN
우월한 자존심
북유럽처럼
본 포스팅은 2013년 출판된 북유럽처럼(절판)의 작가 중 한 명이 진행합니다.
(jjangjjangman 태그 사용시 댓글을 남깁니다.)
호출에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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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 호텔 서비스가 아쉬운줄 알았는데 다른게 아쉬웠네요~ㅋㅋ 대박 반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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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하면 ㅎㄷㄷ 한 물가부터 먼저 떠오르곤 하는데 그 중에서도 비교적 저렴한 숙소가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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