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언슬조 23화 - 영알못으로 외국계 회사에서 살아남기

in kr-newbie •  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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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기에 본사 번호만 뜨면 겁부터 덜컥 났어요.



“미안한데 방금 통화한 내용 이메일로 다시 써 줄래요?”
“제가 당신의 말을 전부 이해하지는 못한 것 같아요. 이메일 보낼 때 체크 한번만 더 해 주세요.”

본사와의 전화 통화가 두려웠어요. 그래서 주로 메일로 소통했고, 전화통화를 하고 끊을 때마다 이런 말들을 해야 하는 나 자신이 너무 싫었어요. 자괴감도 많이 들었어요. 계속 영어가 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사실이 지긋지긋했어요.
저는 본래 영어를 많이 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에 있다가, 나중에 영어가 필요한 자리로 재배치를 받은 경우에요. 좀 특수한 케이스일 수도 있지요. 그래서 정말로 해외 연수 한 번 다녀온 적 없는 영어 실력으로 본사와 소통을 해야 하게 됬죠. 정말로 수많은 부끄러운 이메일을 보냈고, 정말 많은 삽질을 했어요. 아 내가 정말 이걸 넘지 못하면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가 없구나, 작정하고 영어 공부 계획을 세웠어요. 일단 주변 환경을 전부 영어를 쉽게 접하는 환경으로 세팅을 해 두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방법으로 영어 훈련을 했어요. 바로 소설책과 드라마였죠. 결국은 본사와의 통화가 두려워지지 않는 시기가 오기는 하더라구요. 결국, 언어에서 중요한 건 자신감이었어요."

"저는 교환학생 1년 6개월 정도의 경험이 있어요. 이것이 미국에 다녀온 전부에요. 전 리서치 보고서를 써야 하는 애널리스트였어요. 외국계 투자은행이었기 때문에 온전히 제가 영어로 보고서를 작성해야만 했어요. 아무리 영어로 말을 잘 하고 잘 읽는다 해도, 영어로 리포트를 쓰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어요.
처음에 리포트를 제출했을 때, 상사로부터 ‘이건 영어가 아니야’ 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즉, 리포트를 쓸 때의 영어가 아니라는 이야기죠. 아무리 그 나라 언어를 문법에 맞게 쓴다 해도, 우리나라 말로 시를 쓰는 것과 논문을 쓰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잖아요. 저는 충격을 받고 고민하다 결국 ‘따라하기’라는 방법을 선택했지요. 다른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를 보고 무작정 따라하기를 연습한 거에요. 그러면서 그런 곳에서 쓰는 표현, 즉, 네이티브가 아니면 쓰기 힘든 그런 표현들을 내 것으로 만드려고 노력했어요."


영어, 얼만큼 잘 해야 하나



"맞고 있는 포지션이 어떤가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같은 외국계라도 비서와 같은 자리 처럼 회사 내부에서 커뮤니케이션하는 포지션은 그렇게 영어를 잘 할 필요는 없어요. 그런데 외부 클라이언트와 소통해야 한다던가, 계약서를 직접 검토하고 프로젝트를 이끌고 변호사와 의논해야 한다던가, 세일즈를 하는 자리는 그보다는 조금 더 영어가 필요하죠. 그래도 외사들이 교포를 원하는 건 아니에요. 한국 지사에서는 한국 회사들과도 이야기를 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영어만 보고 뽑을 수는 없죠.
그래도 과장급 까지는, 실무자들 정도의 위치는 영어를 ‘아주’ 잘 하지 않아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윗자리로 올라갈 수록 본사에 보고도 해야 하기 때문에 영어 실력이 어느 정도 수준은 되어야 한다고 봐요."

"사실 영어를 못 한다고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요. 어차피 회사 일, 즉, 한정된 분야에서 사용하는 언어나 어휘들은 정해져 있거든요. 계속 썼던 문장, 썼던 표현들을 쓰게 되기도 해요.
다만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이메일을 쓸 때 예의바르게 갖춰 써야 한다는 거에요. 문법에 맞는 영어라고 그냥 뜻을 전달만 하기 위해 썼다가, 상대방이 굉장히 무례하다고 느끼는 서신을 보내는 경우들이 있어요. 어떤 분은 굉장히 젠틀한 성격인데, 영어로 이메일을 보내고 나서 불쾌하다며 클레임이 들어온 적도 있어요. 단순한 명령형 문장으로 쓰는 것을 주의해야 하고, 꼭 끝에 please, 를 보내는 걸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아요."


영어를 잘 해서 나쁠 건 없다.



"저도 한국에서만 거의 영어를 공부했어요. 학교에서 배운 정규 과정과 토익 그런 수준이에요. 6개월 정도 미국에 다녀온 적은 있었지만 형식적으로 3개월 정도 미국에서 학원을 다녔던 게 전부에요. 전 지금은 국내사에요. 그런데 어쩌다가 해외 쪽에 무슨 발표를 해야 하는 일이 생긴 거에요. 그런데 제 위의 부장님도 영어를 못하는 분이셨어요. 그래서 피티를 해야 하는데 부장님이 구글 번역기로 돌려서 제게 주시는 거에요. 결국 (저도 영어를 잘 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그 부서 안에서 그래도 영어를 할 줄 알았던 직원인 제가 피티를 맡게 되었어요. 저도 거의 달달 외워서 갔죠. 그 자리는 임원들이나 고위직만 들어갈 수 있는 자리였는데, 그나마 영어를 조금 할 줄 아니까 제가 그런 자리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온 거죠.
그래서 아, 영어를 잘 하면 조금 더 넓은 기회가 오는 구나, 그리고 내가 윗사람이 되었을 때, 부하직원에게 구글 번역기 돌려서 서류를 던져 주는 건 하고 싶지 않다,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그러나 영어를 못 한다고 해서 당신이 일을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일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한가 영어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한가? 하면 당연히 일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영어는 아주 잘 하지만 실무를 못하는 사람이 있고, 실무는 능숙한데 영어를 잘 못 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실 실무자들에게는 실무를 잘 하는 사람이 더 필요해요. 학교, 학원에서 배운 영어 수준이면 유능한 실무자라면 어느 정도는 따라 갈 수 있어요. 그런데 국내사에서는 간혹 윗분들이 영어를 못 한다는 걸 컴플렉스로 갖고 계신 분들이 있어요. 그래서 아랫사람들을 영어 잘 하는 사람들로 뽑으려는 경향이 있더라구요. "

"제가 아는 어떤 분이 급하게 영어 과외를 구한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짧은 기간 안에 빡세게 가르쳐줄 수 있는 사람으로. 그 사연을 알아보니 그 분이 어떤 포지션을 제안받았는데, 그 자리는 영어로 다른 회사와 싸워야 하는 자리였어요. 그 분이 특별히 영어를 잘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분은 그 자리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소화하고자 빠르게 훈련 할 수 있는 영어 과외를 구한 거에요. 사실 저는 그 분의 용기가 존경스러웠어요. 보통 스스로 ‘나는 영어를 못하니까’ 하고 그런 제안을 거절 할 수 있잖아요. 쉽지 않은 자리였을 텐데, 그 자리를 받아들이고, 해보겠다고 하는 의지가 대단했어요."


교환학생1년 6개월 경력의 부장님, 그리고 해외 연수 경험이 거의 없는 토종 영어공부 경력의 차장, 과장 세 사람이, '영알못으로 외국계 회사에서 살아남기' 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 보았습니다. 이번화는 아마 많은 분들이 또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거에요. 혹시 여러분에게 저희에게 조언 주실 이야기가 떠오르시거나 나누고 싶은 경험, 딴지 등의 이야기가 있다면 언제든지 댓글, 이메일 환영합니다. [email protected] 입니다.:)

언슬조 23화 전체듣기 (6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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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차에 도전하세요

그리고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감사합니다!!

이번 주제 정말 좋네요! 제가 겪었던 일이랑 똑같습니다 ㅋㅋ

아... 핀란드에 계시니 더더욱! 궁금해지네요 ㅎㅎㅎ 파란만장한 경험들이 많이 있으셨을것 같아요. 내귀의 핀란드도 화이팅요! ^_^

주제도 주제지만, 녹음할 때 음질체크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지네요

저희는 녹음할 때는 제각각 음량이 다른 편인데, 후반에서 많이 조절하는 편입니다.^^ 사운드감독님이 믹싱을 맡아 주셔요.

아하..전 제가 편집을 하다보니;;음;;;; 믹싱...어떤 프로그램인지 궁금하네요. 전 오디션CC인데..^^:

아 믹싱은 프로툴로 하신다고 들었어요. ^^

저는 "스마일"을 무기로 살아남고 있습니다 ^^

오 완존 꿀팁!!!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