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사토시 나카모토"] #1.0 "전조"

in kr-novel •  6 years ago 

KakaoTalk_Photo_2018-08-07-22-45-34.jpeg

제 1.0 장 “전조”

식탁보를 재빠르게 빼내면 물건들이 미동조차 하지 않을 때가 있다. 마치 그 찰나의 순간처럼 얄팍한 못이 질긴 벽을 비집고 들어가는 듯한 그런 아침이었다. 단지 망치의 뭉툭한 무게감이 집 벽면을 미세하게 진동시키며 오늘 하루는 그렇게 시작이 되어야만 했다. 분명 옆집 주인은 내일부터 공사가 시작될 것이라 단호하게 알려줬는데 말 따로 행동 따로인 사람이었다니 실망이다.

닷새 동안 산책을 못 나가서 그런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콧동네 상쾌해지는 아침 공기에 블루가 흥분해서 날뛰어댔다.
“그래, 산책가자. 너무 오랜만에 나가서 미안해.”
한동안 논문 마무리 작업에 너무 신경을 몰두하다 보니 다른 곳에 관심을 둘 여유가 없었다. 앞으로는 간혹 콧바람도 쐬고 기분 전환도 해야지.
아직 사람 소리가 나지 않는 시간이다. 신선한 바람이 부는 듯해 잠옷 위에 간단한 겉옷 하나만 걸치고 집을 나섰다. 매번 센치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안개는 영락없는 우리 동네 토박이다. 오늘따라 왠지 건물들이 너무나 전형적인 영국식 집임을 티 내고 싶어 하는지 빛의 굴곡과 디자인이 같은 선위에 있었으며 심지어는 집안 구조마저 비춰 보이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블루를 따라 걸으며, 평행으로 길을 내어주고 있는 도미노 집들을 세어가며 나무 냄새를 스쳐 갈 수 있었다.

노견이 되어버린 블루는 이제 간혹 환청을 듣고 예전처럼 활발한 모습을 자주 보여주지 못한다. 그이가 원하던 카리스마 있는 모습의 독일견(도베르만)의 모습은 온 데 간 데 보이지 않았다. 당시에는 산책을 하러 가기 꺼려질 정도로 산책 후 손목이 아려왔고 나 혼자서는 통제가 안될 정도였다. 개들은 뭐가 그리 새로운 냄새가 난다고 매번 나무를 하나씩 다 맡아볼까. 한 여섯 번 즈음 냄새 맡는 걸 기다려주곤 나도 좀 앉아 쉬면서 새벽의 향을 음미할 수 있었다.

“우~~웅”
반짝이는 빛이 여문 안개를 뚫고 빠르게 소리를 퍼트려댔다. 그 순간 블루가 미친 듯이 빛을 향해 짖어대며 달려가기 시작했고, 난 두려움에 목줄을 놓아줬지만 굵직한 가죽끈이 손가락에 엉켜 팽팽하게 손마디를 찢어버렸다.
“우드득!”
“으아~~~악!”
결혼반지에 단단히 걸려 약지와 중지의 뼈마디가 탈골되는 순간이었다. 처음 겪어보는 기이한 고통이기에 왼쪽 손목만 부여잡으며 울부짖다 쓰러지고 말았다. 그 고통이 끝이라 생각했지만, 앞에 보인 광경은.... 참혹하다 못해 지옥의 풍채를 보는 듯 했다.

블루의 두 눈알은 머리에서 적출되어 길바닥에 방황하고, 두개골이 함몰되어 뇌의 일부분이 눈구멍을 통해 비집고 나와있었다.
“끼기~~~잉”
핏빛 줄기를 만들어내며 무언의 도움을 청하는 블루를, 나는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고야의 ‘아들을 먹어치우는 사투르누스’를 처음 보았던 생각이 난다. 손과 발 그리고 마음마저도 속박이 되어 움직이지 못하는 시간을 선물하는 색채의 무자비함을 오늘 다시 한번 뼈마디의 고통과 함께 절실하게 느꼈다.

차주가 내리자마자 자신이 입고 있던 재킷을 벗어 블루에게 덮어주곤 핸드폰으로 바로 구급차를 부르는 듯했다. 하얀 재킷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나의 의식은 서서히 희미해져 갔다.
무교지만 눈을 뜨기 이전에 지금 순간이 꿈이길 잠시나마 기도했다. 의식을 확인하자마자 어느 여린 의사가 들어와 장황한 설명을 시작한다. 블루는 아마 차주를 그이로 착각해서 달려들었던 것 같았다. 같은 차종에 색도 같았기에... 모든 병원비는 차주가 내주기로 했고 위로금 역시 적지 않게 주었다. 이건 어찌 보면 내 과실이 크기도 하지만....

블루가 나에게 남은 유일한 가족이었다. 앞으로 혼자서 달력을 확인하고 일상을 이어가야 되다니... 이제 진정 나에게 남겨진 길은 하나 뿐이었다.
“삐비비빅.... 위이이이잉....”
작업실에 들어가 언제나처럼 키보드를 만져댔다.


이메일: 비트코인 P2P E-Cash 논문
글쓴이: 사토시 나카모토
날짜: 2008년 11월 01일 토요일 16시 16분


제가 완전히 새로운 전자화폐 시스템을 연구해봤습니다. 제 3자의 신뢰구조가 전혀 없는 P2P 방식입니다.
자세한 정보는 여기에 올려두었습니다: http://www.bitcoin.org/bitcoin.pdf


Email: Bitcoin P2P e-cash paper
writer: Satoshi Nakamoto
date: Sat, 01 Nov 2008 16:16:33


I've been working on a new electronic cash system that's fully
peer-to-peer, with no trusted third party.
The paper is available at:
http://www.bitcoin.org/bitcoin.pdf


이메일 본문: https://www.mail-archive.com/[email protected]/msg09959.html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
Sort Order:  

날이 너무 덥습니다......덥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