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대체 뭐하고 놀았지? 매일 비슷하면서도 다른 놀이를 했다. 엄마 놀이, 고무줄 놀이, 회사 놀이, 소꿉 장난, 연예인이나 드라마 따라하기, 술래잡기, 마당에서 놀기, 게임보이라 불리는 게임도 했고, 친구 집에서 자주 놀러가고 친구들도 자주 놀러왔다. 자전거도 타고 놀러 브레이드도 타고 은행도 줍고 낙엽도 뒹굴고 꽃도 타고 잎도 찧고. 놀이하면 운동장 보다도 동네 마당에서 놀던 기억이 난다. 근처 비석 만드는 곳에서도 놀다 혼나고 개천 주변에서도 놀았다. 채팅도 게임도 혼자하는 놀이는 아니었다. 확실히 그땐 심심할 틈은 없었고 뭐하고 놀면 좋을지 모른 적도 없고 태어나면서부터 재능이 주어지듯 모든 걸 갖고 놀 수 있었던 것 같다. 그게 대단한 거란 걸 그 나이 땐 모른다.
애석하게도 중학교 이후부터는 놀 궁리를 하지 않게 되었다. 그때도 놀지 않았던 건 아니었으나 상당히 한정적이었다. 특별히 '놀기 위해' 분리된 장소가 아니었다면, 예를 들면 노래방이나 책방 카페 같은. 일상적으로 자본 없이 노는 법을 자연스럽게 잊어갔다.
20대 초반에는 뭔가 실컷 놀지 못한 게 아쉬웠다... 시간이 주어져도 어떻게 놀아야 할지 몰랐으니까.
결국 취미란 게 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엔 취미가 필요 없었다. 다 같이 몰려다니며 이것저것 하면 놀기에도 시간이 잘 갔으니까. 재미없고 놀 줄 모르는 어른이 되었다면 공을 들여 노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한다. 취미라는 단어를 붙여서. 뭘 할 지 막막하고 심심할 땐 고민 없이 그걸 하면 되고, 그걸 하는 사람들과 만나면 되니까.
그렇게 보니 내게 글쓰기는 놀이였다. 내내 즐거운 게 취미라 생각해서 취미라 생각해 본 적도 놀이일리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목적 없이 해주는 거 없이도 혼자 좋고 뿌듯하고 계속 하고 싶고 그런 게 놀이지. 그러네 난 책을 읽고 글 쓰고 놀았던 거네. 글쓰기는 생산적인 활동이 필요해서 다시 시작했던 건데 원래 놀이란 게 창조적이지. 원래도 어떻게 놀 줄 모르는 사람이 그나마 글이란 놀이까지 하지 않으니 삶이 그리 무료하지.
스팀잇에서 글쓰며 노는 게 좋았다. 봐주는 사람 없고 무슨 목적 같은 건 없는데도 왜 그리 여기다가 마음을 쏟아냈을까, 여기다가 왜 이리 나를 남기려 애썼을까. 우울하고 막막한 글을 쓰는 날조차도 즐거웠던 것 같다. 그땐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하루치 놀이를 빼먹지 않고 한 셈이니.
스팀잇은 변한 게 없다. 여긴 항상 그대로였다. 그러나 인식이 바뀌니 모든 게 변해버렸다. 더이상 여기가 즐겁지 않다는 것도 남기고 싶은 글이 없다는 것도. 처음엔 조심스러웠고 무서워서 거리를 두려 했던 것 뿐인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곳에 대한 애정도 열정도 사라졌고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다. 글을 썼던 건 여길 사랑했기 때문이다. 이유 같은 건 딱히 없다. 심심하고 할 일 없어 글을 썼던 게 아니었나보다. 그렇게 거침없이 솔직하게 흔적과 생각을 남겨둔 건 여기에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거였다. 마음에도 없는 곳에서 놀 순 없다.
성의 없이 의무적인 포스팅을 하며 투자금을 회수하는 용도로 전락해버렸다.
변한 건 아무 것도 없고 이런 글 조차 쓰지 않으면 더더욱 아무 일도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또 남겨두는 건 사랑을 잃은 게 슬프고 애도를 나타내고 싶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여길 생각하던 애정이 컸는지 연쇄 작용을 일으켜 세상을 예전처럼 사랑하기 좀 힘들어졌다.
동심을 다 잃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지니고 있었다. 사람이 사람에게 진심일 수 있다는, 닿을 수 있다는 환상을 오래도록 놓지 못했다. 그걸 의심하는 요즘의 나는 모든 걸 잃었다.
-2021년 10월 21일, by Stella
아이쿠,,,
어떻게 노시는지 늘 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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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쿠 곤님 감사합니다
다른 거 보다도 제가 이제 보지 않는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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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노셨네요. 노는 것도 잘 놀면 후에 밑천이 되어서 다른 무언가를 하는 것에 긍정적인 결과의 원인이 되어 줄 수 있으니까요.
오랜만에 돌아온 스팀잇에서 느끼는 바가 꼭 그렇습니다. 업뷰라는 보상 시스템이 생긴 것과 어떻게 동작하는지를 보자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자신이 가진 스팀 파워가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되는 형태였습니다만, 지금은 업뷰에 위임한 후 자기 글에 대한 보상의 극대화가 이루어졌으니까요.
자기 보상의 극대화 때문에 다른 이의 글에 업봇을 하더라도 이익 공유 차원에서는 한 없이 줄어들었습니다. 과거 고래들은 스팀잇 활성화를 위해서 큐레이터를 선정하고 좋은 글을 쓰는 작가들에게 보팅을 함으로써 동기 부여가 되고 또 다른 이들에게 선순환이 될 수 있는 구조였죠.
단순히 그날 있었던 일을 메모하듯 써둔 일기라고 보기도 그렇고 수필이라고는 더더욱 볼 수 없는 자기 글에 자동으로 업봇되는 현상.. 글쎄요. 다시 이곳에 돌아오는 것이 영 편하지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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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놀았던 건지 몰랐는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어릴 땐 다들 잘 놀줄 알죠.
오랜만에 돌아온 우유님도 다들 느끼는 낯섬과 당혹스러움을 느끼고 계시는군요. 시스템을 탓한다거나 뭐가 맞고 아니고를 얘기하는 글은 아니었어요. 이미 변한 건 변한거죠.
다만 그저 여길 대하는 저의 태도가 달라진 게 조금 슬펐지요. 달라진 시스템 속에 우유님만의 방법을 찾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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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이곳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원금회수도 좋고 하소연도 좋고 노는 것도 좋고 뭐든 한줄을 쓰던 한글자를 쓰던 그 순간만큼은 진심인것 같아요^^
그래서 전 이런곳이 있다는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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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애정을 가진 분들이 있지요. 무엇보다도 호돌님이 그분중 한 분이라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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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봐주는 사람이 없다뇨 눈팅팬이 여기 떡하니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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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주안점은 아니었지만 크읍 그러게요 오이님께는 늘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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