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높은 정신을 당신께 배웁니다.

in kr-pen •  6 years ago  (edited)

사소한 일이든 큰 일이든 언제나 아빠에게 털어놓았습니다. 가장 좋은 친구이자 고민상담사였던 당신은 가끔은 엄한 말로, 가끔은 세상 가장 따뜻한 말로 내 마음을 만져주었습니다. 하지만 어느날 부터 인가 당신에게 터놓는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내가 겪는 것 그 이상의 아픔을 안고 저를 걱정할 당신 생각에 더이상의 것들은 나눌 수 없었습니다. 좋은 일이 생기면 가장먼저 당신께 전화하고,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이제는 그저 당신의 목소리를 듣기만 합니다. 이십대 초반, 당신과의 통화 가운데 듣게되는 약간의 꾸중이 그토록 싫던 제가 이제는 당신의 위로가 너무 아픕니다. 함께하는 시간이 적어 더 커진그리움을 안고 언젠가 당신과 함께할 미래를 꿈꾸며 이겨내 봅니다.

지난주,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마땅히 받아야할 권리를 요구했던 것이 누군가에겐 뒤통수가 되었던 무서운 일이었습니다. 난생 처음 겪는 일, 처음듣는 말, 부당하게 흘러가는 상황까지 모든 것이 난감했습니다. 마음으로 우려하던 일이 현실로 크게 닥치니 도무지 헤쳐나갈 방안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평소같으면 아버지께 바로 전화를 하고 털어놓았을테지만 제 행동에 대한 꾸지람과 홀로 지내는 이곳에서의 삶을 누구보다 걱정할 당신의 모습에 어떤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며칠을 끙끙 앓고 두려움에 악몽까지 꾸었습니다. 다행히 제 곁을 지켜준 선배들의 지혜로운 조언과 행동으로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홀로남겨진 시간동안의 마음 속 생각들은 또다시 방향을 알 수 없는 먼 곳으로 헤엄쳐갔습니다. 길을 찾고 싶으나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떤 것에 이끌려 이제는 하늘 위를 둥둥 떠다니는 듯 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아버지의 번호를 꾹 눌렀습니다. 자연스럽게 당신께 모든 것을 털어놨습니다. 최대한 담담하려 애썼으나 중간 중간 높아지는 언성과 떨리는 목소리에 한동안 듣기만하던 아빠. 머리로는 알지만 이해할 수 없는 일들, 당신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의 태도와 행동 그 모든 것을 이해하며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지금 이순간부터 모든 것을 잊으라 말하던 당신. 하지만 아버지의 당신의 마음은 보이지 않던 제 안의 두려움마저 포용한 드넓은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얽혀있던 이해관계의 힘겨움 안에서 저는 이제서야 모든 것을 내려놓았습니다. 그 사람을 위해 돕는 것이라 생각하고, 앞으로의 날을 위해 축복하라 말하던 참으로 야속했지만, 바로 그것이 저를 위한 것임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그 사람의 이해할 수 없는 부분조차도 보이지 않는 헤아림으로 살피는 당신의 마음이 결국 제가 품어야 할 마음이고 조금 더 넓은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중요한 것임을 깨닫습니다.

오늘따라 유난히 따뜻했던 아빠의 목소리에 저도모르게 주륵 눈물이 흘렀습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안기고픈 마음을 꾹 누르고 이 자리에 앉아 자판을 투닥 투닥 두드립니다. 결국 살아가는 동안 저는 아빠를 또 찾고, 평생 묻고 또 묻겠지요. 평생 아빠에겐 어린이일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하며 이제는 조금 더 편안하게 당신을 찾고 싶습니다. 그것이 당신을 걱정시키는 것이 아닌 당신의 기쁨이자 살아가는 동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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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aka, Ja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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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지혜/ 발타사르 그라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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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이시는 동안 안 좋은 일이 있으셨나보네요..에공..
이렇게 의지가 되는 분이 아버님이라니.. 저에게는 그것도 참 놀라운 일이네요.ㅎㅎ
아버님의 말씀처럼 어여 잊어버리시길.. 모든 것을 덮을 수 있는 좋은 일이 생기시길 바랍니다 ^^

미동님 감사합니다:-) 말만 독립했지 부모님께 늘상 전화하는게 일이랍니다 ㅋㅋㅋ

글을 쓰다보니 늘 우울한 글만 쓰는 것이 아닌가 돌아보게 되네요ㅠ.ㅠ 최근에 겪은 일이 조금 큰 이슈였지만, 사실 좋은 일들이 더 많이 있답니다. 응원에 늘 감사해요. ㅎㅎㅎ 다음엔 조금 활기찬 기운을 주는 글을 들고오고 싶네요.

저도 놀라워요 아버지라니ㅠㅠ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축복인지... 그렇게 여긴다면 의지가 되어 주는 쪽에서도 힘이 나죠.

김작가님 감사합니다. 작가님께 혹시 그런 분은 할머니셨나요?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감사감사해요!!

아버지와 사이가 너무 부럽네요~
코코님의 아버지같은 존재가 저에겐 어머니예요!
성인이되고 어른이되면 정말 많은일들이 벌어지죠..
부모님께서 걱정할까봐 속으로 삭힐때가많고, 세부적으로 이야기안할때가 많은데 저는 정말 힘들고 회사를 그만둬야겠다 결심할때 저도 어머니한테 있었던일과 사건들을 말하면서 저도모르게 눈물을 흘린적이있어요.. 뭔가 그때 생각이 나면서 울컥하네요ㅜㅜ

코코님 힘내세요!! 코코님곁에는 코코님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많은 소중한 사람들이있잖아요๑′ᴗ‵๑

유양님 감사합니다. 저는 어머니와 관계가 두터운 유양님이 부러운걸요 흐흐. 유양님이 그런 일들을 겪으셨을 때, 그 말을 듣던 어머니께서도 마음으로 너무 속상하셨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부모님,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서 이겨낼 수 있고,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들이 이 과정에 함께하기에 훗날 뿌듯해 하며 함께 웃을 수 있지 않을까요.

슈퍼유양님도 힘내세요. 크고 작은 일들을 겪는 와중에도 삶의 기쁨을 놓치지 않기를 바라고 응원합니당 ^^

정말 부러운 부녀사이군요. 언제나 울며 달려갈수 있는 따뜻하고 큰 가슴이 있어서 좋으시겠어요! 말을 안하는 것보다는 해주는게 아빠한테도 도움이 많이 될거라 믿어요. 부모맘은 그렇거든요. 이야기해주면 고맙고 그래요 ㅎㅎㅎㅎㅎ 착한 딸이예요. 화이팅!

에빵님의 이 댓글을 보기만 하고 이제서야 답글을 달아요. 이야기해주면 고맙고 그렇다는 말을 본 뒤 마음에 여운이 오래 오래 남더라구요. 부모님 마음은 절대 알 수 없다고, 부모가 되어봐야 먼 훗날이 돼서야 그제서야 어렴풋이 아는 것이라 하잖아요. 그런데도 저는 다 아는 듯 자꾸만 그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고 그래요. 흐흐. 아직은 멀었지만 ㅋㅋ 더 착한딸이 돼보려 노력합니닷. 살다보면 부모님 생각나는 날이 참 많네요. 큰일이에요 얼른 더 단련해야지용. 흐흐.

아빠에게 털어놓고 위로받는 당신이 부럽습니다...

괜히 이 글이 북키퍼님 마음을 저릿하게 한 것은 아닌가 싶네요. 어릴 땐 어머니나 다른 형제 자매와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이 많이 부럽고 스스로 괜히 자책하곤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게 누구든 그런 존재가 곁에 있기만 하다면 그것은 축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북키퍼님의 글에는 당신만의 감성과 철학이 묻어있고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존재하기에 저는 그런 북키퍼님이 정말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