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최전방에서 운전병으로 군 생활을 했었다. 부사수에게 차를 넘긴 말년 병장에게 떨어진 배차는 '국군 유해 발굴 지원' 이었다. 말이 지원이지 현장에 선탑한 간부(탄약관)를 모셔다 놓는 일이 전부였다. 부대의 멀쩡한 레토나는 대대장이 타는 1호차, 작전과 8호차 뿐이었다. 나에게 주어진 레토나는 훈련 때만 이용하던 포대 차량이었다. 레토나 운전병이 아니었기에 험준한 산길을 잘 달릴 수 있을까 걱정했다.
레토나(군용짚차) 배차로 부대 내 모든 차량으로 운행을 한 대대 유일 운전병이 되었다...
차량 정비를 마치고, 탄약관을 태워 부대 밖을 나섰다. 우리 부대는 민통선 접경 지역이었다. 위병소를 나오며 바리케이트를 하나 지나고 다시 방향을 틀어 전방으로 가는 바리케이트를 지났다. 달린 지 10분도 되지 않아 비포장도로가 시작되었다. 달달 달달. 1,8호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소리들이 들려와 내심 불안했다.
오르락내리락, 고개를 지날수록 경사는 가팔라졌다. 마침내 고지가 보였다. 역시 병장을 데리고 오길 잘했다며 사슴 같은 눈망울로 웃음 지으며 나를 보던 탄약관님. 그런데 고지를 눈앞에 두고 차가 멈춰 섰다. 아뿔싸, 걸어서 가기엔 경사도 심하고 거리도 멀었다. 애먼 뒷바퀴만 헛돌았고 애먼 나는 엑셀레이터를 연신 밟아댔다. 탄약관의 웃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네가 병장이냐는 핀잔을 들었다.
그렇게 고지가 높았다. 경사도 어마어마했다. 그래서 평지에서 4륜 기어를 넣고 오르려고 했다. 기어 연결 장치가 고장 난 줄도 모른채 나는 달렸었다. 나중에 정비관과 셋이 우연히 조우한 자리에서 탄약관의 사과를 받았다. 탄약관에게 아무한테나 배차 맡겼겠냐 말하는 정비관이 고마웠다. 얘니까 거기까지 뒷바퀴 굴림만으로 간 거라는 말은 더 고마웠다 ㅠㅠ 근데 왜 그런 차를 나에게...ㅠㅠ
그렇게 고지가 높았다. 그런 고지를 탈환하기 위해 60여 년 전 선배님들께서는 오르고 또 오르셨겠구나 생각했었다. 고지를 향해보고 두발을 붙여 서있기도 버거운 경사였다. 잦은 공방으로 민둥산이 되었을 그 시절의 고지는 수풀로 무성해졌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영령들로 가득해 보였다.
고지가 그렇게도 높고 가파르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자랑만 길어졌다...
장훈 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는 전쟁영화가 아닌 전장영화다.
그 전장의 고지에는 세 가지 부류의 군인들이 각자의 레이어를 가지며 싸우고 있다. 연합군과 북측이 마주 앉은 판문점에서는 총 대신 연필로 어제는 너희 것이지만 오늘은 우리 것이라며 싸운다. 전장의 상황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 공만 가져가려는 계급장만 달고 있는 자들. 그리고 조국의 부름에 달려왔지만 점점 싸워야 할 이유를 잃어가고 잊어가는 군인들.
시체가 시체로 덮이고 쌓이며 진지가 된다는 대사를 실감할 수 없었다. 북의 남침으로 시작된 전쟁은 엎치락뒤치락 1년간 계속되었고, 정전협정이 시작되며 금방 끝이날 것 같던 전쟁이 그 후로 2년간 더 계속되었다. 그 치열한 공방전이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그 고지가 무엇이라고 뺏고 뺏기는 것을 반복하였을까.
영화 속 병사 중 하나가 나라면 어땠을까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군 생활 반복됐던 훈련은 그저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육군과학전투훈련단KCTC 에서 치러진 훈련에 파견 다녀온 후임은 말했었다. 피만 없었지 실제 전쟁과 같았다고. 고작 4박 5일이 지옥 같았다 했지만, 그 시절 2년에 비했을까.
오늘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이지 않으면 언제 다시 나에게 옆의 전우에게 총알이 날아올지 모른다. 그래서 죽고 죽이는 싸움이 이어졌다. 그들에게 민주주의니 공산주의니 하는 이념 따위가 그렇게 싸워야 했을 가장 큰 이유였을까. 전선에서 죽어간 수 많은 이들이 자신이 죽은 그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을까.
그래. 조국 중요하다. 그 조국이 가질 영토 또한 중요하다. 그래서 그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죽여야 했을까. 도대체 그 이유는 누가 만든 것이란 말인가. 그들이 지켜낸 땅 위에 살고 있는 우리는 그 이유를 알면서 살고 있을까.
지난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지고 그 이유의 끝이 쉽게 찾아올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65년간 끌고 온 그 이유의 끝을 보는 것이 두 번의 만남으로 끝이 날 수 있을까. 그렇게 쉽게 끝날 거였다면 수많은 영령들의 넋은 누가 위로해주나.
그 이유를 무기로 국가를 통치해온 세월이 있었다. 그 이유를 무기 삼아 온갖 방산 비리로 자기 뱃속을 채운 자들이 지금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를 들러리 삼아 국가 안보를 운운하는 자들이 있다. 과연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국가인가, 지들 밥그릇인가.
누구든 그 이유를 더럽혀서는 안 된다. 이념을 떠나 싸워야 하는지 이유도 잃어버린 채 서로에게 총구를 겨눴던 영령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후손이 되어야 한다. 그 이유를 찾아주는 것이 그들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위안이 될 것이다.
자신들의 부름에 달려와 싸워준 이들에게 국가는 대답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때 국가의 생각은 지금 자신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면 안 될 것이다. 그 이유를 무기로 서로 대립하지 않을 평화가 한반도에 찾아왔으면 좋겠다. 그 이유의 무게추를 강한 이웃나라에게 넘겨주지 않을 강한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국가의 이념, 국가가 가져야 할 영토보다 중요했던 것은 그 안에서 살아갈 사람들이지 않았을까. 65년 전, 각기 몸담은 국가의 부름에 달려와 서로에게 총구를 겨눴던 애 때고 젊었을 병사들의 넋을 위로한다.
보팅하고 갑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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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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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종전협정 65주년이네요!!
다시는 전쟁으로 젊은이들이 사라지지 일이 없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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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그렇게 되었더라구요.
이 땅위에 다시는 그런 참혹한 전쟁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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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봤을 때 참...슬프다 이런 말로는 표현이 안 되더라고요...
잘 만든 영화였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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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쥐어짜는 것이 아닌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봐서 그런 거 같아요.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 중 제일 인상깊게 본 영화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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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협정 65주년을 맞아 생각하게 하는 글 잘 읽었습니다. 진영 논리에 따라 서로 치고박고 싸우지만, 그 속에는 인간들이 있고 그들이 관여한 삶이 있고 그들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최근에 우리도 뼈저리게 느껴버렸지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리스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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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본을 쓴 작가의 말이 생각나요. 언제 시작한지는 누구나 기억하는데 언제 어떻게 끝이났다는 것은 모르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이요. 그런 의미에서 아주 잘 그려낸 작품인 것 같습니다.
리스팀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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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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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일어나진 않겠지만 정말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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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어서 종결지어야하는데 정상회담만 하고 뒷얘기는 지지부진하네요. 급변하기는 힘들다해도 어떤 액션이라도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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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나 말입니다. 외교가 그렇게 어려운가 보네요. 65년 동안 이어져 오던 것을 1년 안에 끝내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올해 안에는 정전 선언이라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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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괜찮았던 영화로 기억합니다. 모든걸 둔감하게 만드는 비정상적인 (전장) 상황이 사실은 모든걸 매우 예민하게 만들고 있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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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본, 연출, 연기 삼박자가 잘 어우러진 영화인 것 같습니다.
표현을 듣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네요. 세번을 보았지만 볼 때마다 둔감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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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님은 콜럼버스보다 위대한 스팀잇의 개척자 같음.
그렇다고 부담은 갖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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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ㅠㅠ 이 터널 끝의 빛을 만납시다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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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angjjangman 태그 사용시 댓글을 남깁니다.)
[제 0회 짱짱맨배 42일장]5주차 보상글추천, 1,2,3,4주차 보상지급을 발표합니다.(계속 리스팅 할 예정)
https://steemit.com/kr/@virus707/0-42-5-1-2-3-4
5주차에 도전하세요
그리고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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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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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인줄 알았는데...
우리가 어디서 온지 잘 생각해 봐야죠
편해질수록 쉽지 않지만..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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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평화가 찾아오지는 않겠지만 쉽게 잊혀져가서도 안 될 희생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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