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단편 - 사실은 나의 트라우마

in kr-pen •  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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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나의 트라우마




다이아나가 태어난 지 6개월쯤 되었을 때 목줄을 하지 않은 개의 공격을 받은 적이 있다. 그 개 역시 작은 치와와였는데 어린 다이아나에 비하면 덩치가 컸기때문에 무척 위협적으로 느꼈던 것 같다.

그 후로 다이아나는 큰 개만 보면 -사실 이 동네에 다이아나보다 작은 개는 없다- 등에 털을 세우고 이빨을 드러내거나, 인사를 하는 척하며 꼬리를 흔들며 냄새를 맡다가 갑자기 공격하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이아나가 잔짖음이 없어서 시끄럽지는 않다는 점이다.

다이아나는 산책을 좋아한다. 그러나 공원을 혼자 독점할 수도 없고, 다른 개가 없는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에 산책을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다이아나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항상 전방을 주시하며 다른 개가 보일 때마다 멀리 돌아가는 것을 택했다.



최근 마음의 변화가 있었다. 매번 산책할 때마다 찜찜한 기분이 들던 나는 마지막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매일 다이아나를 데리고 나가는 시간을 칼같이 지켰다. 그래서 그 시간에 정기적으로 나오는 개들이 있을테니 공략해 보기로 했다. 공원에서 눈에 익은 개가 보일 때마다 개 주인과 먼저 안부인사를 주고 받고 그 개의 이름을 기억하며 분위기를 완화시키려고 노력을 했다. 그러기를 몇 주 반복하니 다른 개가 보일 때마다 점점 내 긴장이 누그러드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다이아나를 긴장하게 만든 것은 내 태도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다이아나가 다른 개에게 물릴까봐, 혹은 다이아나가 다른 개를 물까봐 두려웠던 것이다.

추석 연휴에는 마지막 박차를 가했다. 매일 다이아나와 세 시간 정도를 산책했다. 다이아나는 어느새 모찌, 달콩이, 태양이, 별이와 인사를 하고 같이 간식을 얻어 먹게 되었다. 이 녀석들과 서로의 체취를 확인하며 꼬리를 흔들기도 한다. 사실 그동안 다이아나가 한 일은 전혀 없다. 내 태도만 살짝 바꿨을 뿐이다. 한 달만에 이런 변화를 보여주다니 다이아나가 대견스럽다. 이번 주말에는 닭가슴살 삶아줘야지.





생각의 단편들


비, 데미안, K
어떤 혹등고래 위에서
누군가의 기억 속에 저장되는 것
꽃이 기다린다
파란 우연
산책자
어젯밤 꿈이 나에게 말해준 것
도착을 더듬으며
춤추는 생각들
종이 눈꽃을 노리는 시간
출발하기 위해 도착한다
비 맞는 시간
비 내리는 마콘도
터널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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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가슴살 저도 먹고싶네요... ㅎ 개를 좋아하는데 외국에 있다보니 맘놓고 키울수 없어서 많이 아쉽습니다...

개통령이 그랬었나.. 강아지 이름 계속 부르는 것도 흥분하게 만드는 원인이라 하더라구요.

공감 합니다. 아이들은 주인이 어떻게 대해 주느냐에 따라 달라지는것 같아요^^

닭가슴살은 특식인가보네요. ㅎㅎ
뒤에 보이는 다리가 부산항대교가 맞나요? 그럼 영도..ㅎㅎ

멋져요 보얀님. 저도 청이 홍이가 사회성이 떨어져서 잔짖음이 많아서 타인에게 혹은 다른 강아지에게 피해가 될까봐 항상 피해다니는 편인데.
조금씩 시간을 투자해서 제가 변하려고 노력해봐야겠네요.

마지막 부분이 참 와닿습니다.

사실 무언가 변한것 같은데 알보고니 상대방이 변한것이 아니라 결국 내 마음상태나 태도가 변한것인 경우가 있더라규요..
(특히 부부사이 ㅡ.,ㅡㅋㅋㅋㅋㅋㅋ)
즐거운 주말 되세요 : D

예전에 저희 강아지는 겁쟁이여서 멀리 다른 강아지들 냄새만 났다 하면 머리 끝까지 올라올 기세로 안아달라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인적 드문 곳으로만 데리고 다녔었어요. 얘도 저 때문에 그랬을라나요. -.- 갑자기 보고 싶네요.ㅎㅎ

강아지나 고양이나 주인의 감정 상태를 빨리 알아차리고 동화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병원에 가서도 무서워하거나 슬퍼하는 모습을 보이진 말라고 들었어요. 이젠 신나는 산책할 수 있어서 다행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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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하루입니다

글을 읽으며 많은 공감이 가네요. 특히

사실 그동안 다이아나가 한 일은 전혀 없다. 내 태도만 살짝 바꿨을 뿐이다.

이부분이요.

반려견은 주인을 위해서 사납게 군다고 하더라구요.
함께 있는 주인이 경계하고 두려워하면 반려견은 그 주인을 지키기 위해서 공격성을 갖는답니다.
그리고 아무리 반려견이라도 주인보다 자신이 귀하다고 느끼면 사납고 버릇없이 군다고 하더라구요.

적당한 거리와 위치 선정이 중요하다고 알고 있습니다.ㅋ

주인의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군요. 주인은 반려견의 마음도 세심히 살필 필요가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