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cid Dream - 2. 올로이드는 꿈의 안내자

in kr-pen •  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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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자각몽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몇 년전 내 심리상태부터 먼저 고백해야겠다. 그 때 나는 투기꾼이었다. 투기꾼들은 주기적으로 '돈'때문에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전설의 영웅 제시 리버모어도 말년에 비탄에 잠겨 자살했을 정도이니 나 같은 하수가 심리적 공황에 자주 빠지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생각해보면 실제로 돈뭉치가 내 주머니에 들어오고 빠져나가는 것도 아닌데 꼭 죽을것 같은 맛이다. 수익 확정, 손실 확정을 하지 않았다면 사실 아무 것도 변한 게 없다. 숫자의 색깔만 바뀌는 것이라는 것을 그 때는 몰랐다. 그 당시에는 악재가 연이어 나오는 바람에 장기와 단기계좌를 가리지 않고 잔고는 평균 -30%에서 -40%를 찍고 있었다.

 두려움에 잠식되었다. 과도한 레버리지를 이용한 데다가 부모님의 돈까지 투자를 하고 있었는데, 만약 이 돈을 다 잃게 된다면 더 이상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찾은 곳이 삼광사라는 절이었다. 나는 불교신자가 아니다. 그곳은 서면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교보문고에 앉아서 검색한 제일 가까운 절이었다.



 난생 처음으로 마음을 담아서 절을 했다. 대웅전 안에는 심청전에서나 들어보았던 '공양미'가 쌓여있었고, 현금을 불전함에 넣으면 해당 금액에 맞는 쌀을 부처님께 올릴 수 있었다. 옆에는 작은 노트가 있었는데 소원을 적는 용도인 것 같았다.

 볼펜을 집어들었다. 본능적으로 '돈을 많이 벌게 해 달라'고 적고 싶었다. 그러나 그 마음을 마주하고 보니 더 비참해지는 것이었다. 도대체 돈이 무엇이길래 내 심장을 송두리째 쥐락펴락 하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런 나 자신이 너무 불쌍해서 소원을 적는 빈 칸에다가 '깨달음'이라고 적었다. 이번 하락장에 부처님의 지혜 한 조각만이라도 얻으면 정말 다 잃어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 자신을 던졌다.
 절을 했다. 절을 하면서 내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잘 울었다. 그렇게 정직하게 울어본 건 처음인 것 같았다. 깜깜한 밤에 절에서 내려왔다.




 그날 밤 머리 위에서 시원한 바람이 느껴졌다. 잠들 때 천장에 떠 있는 은색의 빛을 보았다. 빛은 지름 1미터 정도의 원을 만들며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그걸 만지고 싶어서 허공에 손을 뻗었다. 빛은 손을 통과해서 돌았다. 그 때 고흐의 그림이 이해가 되었다. 고흐의 붓자국이 만들던 패턴은 그가 직접 본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도 고흐처럼 뇌가 이상해지고 있는 걸까.



 파도소리가 들렸다. 나는 바닷가에 서 있었다. 천장에 떠 있던 빛들이 이제 파도의 포말 위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 빛을 보면서 걸었다. 갑자기 군중의 함성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아무리 둘러봐도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소리는 점점 커졌다. 우뢰같은 소리가 사람들의 형상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어느새 해변은 수 십만명의 인파로 북적거리게 되었다. 그들의 차림새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데, 모던한 옷이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말을 걸고 싶었다. 그러나 그들은 너무나 기쁨에 취해 있어서 내 말에 귀를 기울일 여유가 없어보였다.

 군중의 시선은 수평선을 향하고 있었다. 분명 누군가를, 어떤 굉장한 것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이 나라의 왕일까? 아니면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일까. 나는 구경꾼들 틈에 끼어서 같이 기다렸다.
 수평선 끝에서 범선의 돛이 보일 줄 알았다. 그러나 그들은 푸른 하늘에서 백마 여섯 필이 끄는 마차를 타고 내려왔다. 마차가 내뿜는 광채가 강렬해서 눈을 똑바로 뜰 수 없었다.



 그들은 아름답고 성별이 모호한 4명의 거대한 신이었다. 피부는 투명할 정도로 희고 머리카락과 눈썹은 금빛으로 번쩍거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들과 닿고 싶어서 손을 최대한 뻗었다. 마차는 군중의 머리 위에 떠 있었다.

 나도 손을 뻗고 싶었다. 그러나 '저렇게 아름답고 위대한 신이 나같은 사람에게 손을 내밀 리가 없지.'라고 생각하며 뒤로 물러나려는데, 그들 중 한 명이 나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 눈을 똑바로 보고 손짓을 하는게 아닌가.

 '서... 설마 나요?'

 마음속으로 물었는데 그 혹은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닿고 싶어요.'

 그제서야 솔직한 심정을 내비쳤더니 손이 다가왔다. 희고 긴 손이 날 마차에 태웠다.




Rucid Dream


Rucid Dream - 1. 빛나면서 감추고 있는 것
Rucid Dream - 2. 올로이드는 꿈의 안내자
Rucid Dream - 3. 신들의 고향
Rucid Dream - 4. 베일은 벗겨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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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이어지는 이야기인거죠? ㅎㅎ 기대됩니다.

네 이어집니다. 자각몽 내용을 꿈일기장에 적어놓았는데 여기에 올려보려구요^^

보얀님 이건 넘 신비로운 얘기인걸요?ㅎ 저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잠' 이라는 소설을 읽고서 자각몽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경아님도 '잠' 읽어보셨군요.^^
꿈 얘기를 올리자니 좀 부끄러웠는데 응원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보얀님의 글은 저도모르게 훅 빠져드네요 ㅎㅎ 잘 읽었어요! 다음편도 기대되요 ㅎㅎ

메이썬님 감사합니다!

그날 밤 머리 위에서 시원한 바람이 느껴졌다. 잠들 때 천장에 떠 있는 은색의 빛을 보았다. 빛은 지름 1미터 정도의 원을 만들며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그걸 만지고 싶어서 허공에 손을 뻗었다. 빛은 손을 통과해서 돌았다. 그 때 고흐의 그림이 이해가 되었다. 고흐의 붓자국이 만들던 패턴은 그가 직접 본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도 고흐처럼 뇌가 이상해지고 있는 걸까.

문득 이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뇌를 다쳐 사물이 '프랙탈'로 보이는 한 남자의 이야기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ssung0908&logNo=50133483100)

hajiman님, 흥미로운 기사내용 감사합니다^^
전 평소에는 빛을 못보구요, 명상을 한 후에 회전하는 빛입자들이 보입니다. 진한 명상 후에는 빛 입자의 색깔이 파란색으로 바뀌기도 해요. 뇌의 어떤 부분에 스위치가 켜진 것 같이요.

꿈이 시작되는 순간인지, 잠에 빠져드는 순간인지, 그 순간이 묘사된 부분을 읽는데 숨을 잠깐 멈췄어요! 아름다워요!

잠이 시작되는 순간, 그리고 잠에서 깨는 순간의 환각은 정상적으로도 나타난다고 합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때 나타나는 환각이 모두 비정상이라는 것은 아니지요.

그러고 보면 그 순간에 느끼는 아름다움이나 행복감이 그렇게 비현실적인 것만은 아닌 듯 합니다. 깨어있는 순간, 그러니까 헌실적이라 판단하는 순간들이 꼭 현실이 아닐 수도 있겠네요. 사실은 꿈이 실제고 실제라고 알고있는 것이 꿈일지도...

그 순간을 비몽사몽이라고 하죠^^
전 하루에 가장 행복한 시간이 뽀송한 시트 위에 누워 따뜻한 이불을 덮고 잘 때예요.

누미노제(신성한 힘)가 느껴집니다. 기회가 되면 잘 살펴보고픈 욕심이 생깁니다.

'그날 밤 머리 위에서 시원한 바람이 느껴졌다. 잠들 때 천장에 떠 있는 은색의 빛을 보았다. 빛은 지름 1미터 정도의 원을 만들며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그걸 만지고 싶어서 허공에 손을 뻗었다. 빛은 손을 통과해서 돌았다. 그 때 고흐의 그림이 이해가 되었다. 고흐의 붓자국이 만들던 패턴은 그가 직접 본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적어 주신 첫 번째 에피소드에만도 '시원한 바람, 천장, 은색 빛, 원, 회전, 허공, 통과' 등 누미노제를 느낄 수 있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사실 꿈은 모든 포유동물이 꾼다고 하지만 대개는 꿈을 꿨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깹니다. 깨기 직전의 꿈을 어렴풋이 기억하지만 깨고나면 금방 기억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생생한 꿈을 꾸셨다는 것은 최소한 그날 밤만큼은 그만큼 절실하게 뭔가를 구하셨다는 증거이고 그 간절함은 어쩌면 돈이 아니고 전존재로서의 삶에 대한 간절함이었을 겁니다.

이미 님의 무의식이 그것을 요구하고 있었다는 것이 맞을 겁니다. 그래서 절을 찾도록 했고 마음을 담아 절을 하게 했고 정직하게 울도록 했을 겁니다.

그리고 그 무의식은 어떤 식으로든 자아에게, 혹은 의식에게 의식의 일방(적어놓으신 대로 현실적인 문제에만 경도된 )을 보상하려는 노력(절을 찾고 절을 하고 울도록 하는)과 그 성과를 알려야했을 겁니다. 그 메시지는 바로 그런 누미노제 가득한 싸인으로 꿈을 통해 보내졌고 그 덕에 님께선 고흐의 패턴이 괜한 것이 아니란 것도, 조금 비약하면 내 삶의 편린들도 괜한 것이 아니란 것도 이해하도록 만든 것은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꿈에 끌려서 적어 봤습니다.

네, 맞아요. 삶에 대한 간절함이었어요. 동시에 해탈에 대한 간절함도 있었답니다. 누미노제라는 개념은 처음인데 심리학적으로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습니다. 님의 포스팅에서 우주인샘(@spaceguy)의 심리분석도 읽을수 있어서요. 윤회설에 바탕을 둔 불교에서는 보얀님의 체험을 업연(業緣)이라고 하지요. 전생의 업종자가 조건(투자의 실패와 괴로움)을 만나서 현행(現行)되었다고 하지요. 아뢰야식의 업종자의 종자생현행(種子生現行)이라고 하지요. 제 경우는 16년전 사랑했던 여인과의 헤어짐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그녀가 재림예수를 믿는 불신 지옥 공포심으로 족쇄채우는 종교 신자였거든요. 제가 카톨릭신자이긴 하지만 그녀의 교회에서 여러번 교육을 받았지만 납득이 안 가더군요. 그래서 결국은 결혼도 못하고 헤어졌지요. 그녀와의 업연은 거기까지 였나 봅니다. 한편으로는 그녀에게 고마음을 느낄때가 있지요. 그 인연으로 제가 죽음과 운명에 대해 생각하면서 동양사상에 빠져들게 되었지요. 결국은 회사도 그만두고 11년째 되어버렸네요. 저에게 회사생활은 지옥같았거든요. 도망가고 싶었지요. 남들은 편안하고 좋은 직장을 왜 그만두는지 이해를 못했지요. 아마도 전생의 업종자가 있구나라고 생각은 하지만 명상이나 수행으로는 상태체험이 잘 되지는 않습니다. 뭐, 그렇다고 상태체험이나 자각몽을 간절히 원하는 것은 아니지요. 그래도 간혹 궁금은 하지요. 앞으로 보얀님글의 빠가 되어 우주인샘과 다른 스팀잇 분들의 댓글도 살펴보아야 겠네요. 즐거운 사유수(思惟修)의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제경우는 힌두문화 계통의 만달라와 중국 토굴에서 역학도상을 얼핏 잠깐 선명하게 꿈꾼적은 있지요. 그렇지만 자각몽은 아니었어요. 그보다 꿈에서 마귀들이 저를 괴롭힐때가 많습니다. 몸이 허약해서 그런가 봅니다. 그럴때마다 주의기도문을 외우면 깨더군요.

헤어진 그 분때문에 동양사상을 공부하게 되셨다니 정말 기이한 인연입니다. 어떤 인연이든 감사한 마음으로 보내주면 업이 끝날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종교가 없고 신심이란 1도 없는 인간이었는데 첫 번째 자각몽 이후로 제 전생의 한 조각을 꿈에서 보았습니다. 생이 단 한번이 아니라고 가정한다면 전생도 셀 수 없이 많을 것 같아요.

어머나 !!! 숨이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엄청 몰입하면서 봤어요!!
어서 다음 포스팅을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