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여름에 쓴 글

in kr-pen •  3 years ago  (edited)

생후 7개월에 접어들며 아기가 빈번히 아프기 시작했다. 장염, 감기, 중이염, 다시 감기. 마침 그즈음 어린이집 순번이 되어 입소시키게 되어 하루에 4-5시간씩 떨어져 지내게 되었다. 말도 못하는 아기가 내가 없는 시간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유추해낼 방법이라고는 하원할 때 담임선생님이 잠깐 지나가며 해주는 한두마디 말과 아기의 알쏭달쏭한 표정뿐이다. 얼굴이 부은것 같은 날은 많이 울었구나, 피곤해보이고 멍한 표정의 날은 낮잠을 잘 못잤나, 파닥대며 익살맞은 표정을 짓는 날은 재밌게 잘 지냈나 정도로 추측할 뿐.

그리고 밤엔 자다가 갑자기 깨서 서럽게 우는 일이 늘어났다. 배가고픈가 물을 먹여보고 이가 아픈가 이앓이 연고를 잇몸이 발라보고 더운가 에어컨을 켜보아도 잠깐 진정되다가 다시 울기를 반복했다. 겨우 잠들었어도 자는 내내 끙끙거리기도 했다. 아침에 깨어서 병원에 가서 보면 귀에 염증이 있거나, 목이 많이 부어 있거나 했다. 병원에 가서 요리조리 살펴봐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는 날도 꽤 있었다. 그런날에는 아기가 어디가 불편한지도 바로바로 알아채지 못하는 엄마주제에 너무 일찍 우린이집에 보낸것은 아닌가 마음이 불편했다.

그리고 어느새 밤엔 차가운 바람이 불어 에어컨을 끄고 잘수 있게된 어느날, 이제 곧잘 혼자 서서 뿌듯한듯 신나게 깔깔대는 아기의 입속에 하얀 바둑돌처럼 윗니가 4개나 솟아나 있는것을 보았다.
나는 다시 여름동안 이가 나느라 그렇게 많이 울었으려니 추측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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