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디 흔한 뉴스 하나는 사실 우리의 삶에 아무련 관련이 없어보이고 또 대체로 그렇겠지만, 어떤 사건이 발생함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삶은 분명히 존재하기 마련이고, 대체로 뉴스는 즐거움보다는 괴로움을, 행복 보다는 절망에 가까운 이야기를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타인의 고통은 상당히 자주 볼거리로 전락하고, 입과 입 - 눈에서 눈으로 전해지며 소비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타인의 불행과 고통은 단지 머나먼 이야기일 뿐이다. 그리고 대체로 직접 관여하지는 않기 때문에 결국 제3자의 입장을 취한다.
제3자는 사건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알기가 어렵다. 단편적인 지식을 취합해서 사건을 재구성하여 받아들이며, 지식도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구성된 이야기가 과연 진실에 부합하는지 확신할 수 없다. 정보가 하나씩 늘어갈수록 재구성한 이야기의 믿음이 강화되거나 약화되는 방향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한번 형성된 믿음은 그리 쉽사리 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우리의 믿음을 강화하는 이야기들은 쉽게 덧붙여지고 우리의 믿음을 약화시키는 이야기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맥락으로 치부되거나 변두리로 버려진다. 제3자의 이야기 구성이란 이런 것이다. 직접적으로 관여된 자들만이 알 수 있는 맥락이 존재하기에, 이 맥락을 풀어헤치지 않는한, 진실에 다가가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이럴 때 제3자는 더 많은 정보를 얻고자 하는 유혹에 빠진다. 잘 구성된 진실이 더 큰 만족을 줄 것이라는 느낌과 함께. 그 것은 호기심일수도, 세계의 빈 칸을 못견뎌하는 강박일수도 있다. 자신이 진실에 다가가지못하는 것은 불완전한 정보 때문이므로, 불완전한 정보들만 어떻게든 채울 수 있다면 사건의 맥락을 더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행동한다. 그러니 이런 욕구가 채워지지 못해서 생기는 답답함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연스러움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나는 어떤 사건을 바라볼 때 "제3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제3자이기 때문에 쉽게 이야기하거나 요구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제3자이기 때문에, 맥락을 모른채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제3자이기 때문에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는 것이 하나 있다. 우리가 "제3자"이기 때문에 해서는 안되는 것도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제3자이기 때문에 사건과도 "적절한" 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일종의 완충지대를 놓아야할 때가 있다. 제3자이기 때문에 오히려 불행과 고통에 관여하지 않은 만큼, 사건을 목도하는데에 있어서 관여된 자들에 비해 여분의 힘을 가지고 있는 만큼, 벌어지고 있는 비맥락을 그냥 그대로 인정하고 가만히 놓아두어야할 때가 있다. (그 여백은 따뜻한 여백이다.) 우리는 종종 이런 준칙을 잊는다.
예를 들어 트라우마 생존자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것 중 하나는, 트라우마가 일어날 당시 사건의 기억을 반복해서 회상하는 것이다. 이는 2차 피해에 비할만 하다. (심리학에서 일컫는, 외상의 재현이다.) 제3자는 정확한 진술을 원하고 또 원하고 또 원한다. 그것이 제3자로 하여금 사건과 사건의 맥락을 "판단"하는 데에 도움이 되리라 확신하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어떤 영역에 있어서 "판단"은 생각보다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아니, "판단"을 해서는 안되거나 판단의 우선순위를 저 멀리 놓아두어야하는 경우가 있다. (각자 내리는 판단이 결국 누구를 위한 것인가 생각해보라.) 하지만 맥락을 채워야한다는 제3자의 욕구에 충실하다보면, 결국 정보를 취합하고 판단하게 된다. 그것은 제3자가 - 벗어날 수 없는 우리가 - 사건을 소비하는 방식이기에 그렇다.
나는 불행과 고통이, 소비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판단의 대상이 되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제3자의 욕구를 충족함으로써 흥미와 즐거움, 혹은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면, 이런 것은 접어두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조롱이나 비난은 더더욱.) 여백은 여백대로 놓아두면 된다. 자신의 만족을 위해 그것을 채울 당위는 없다. 그리고 제3자에게는, 제3자이기 때문에 제3자로서 지켜야할 룰이 있다. 언제나 그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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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해'는 처음 받아보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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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입장을 아무리 이해한다고 해도 결국엔 3자는 3자일 뿐 이겠지용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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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는 제3자로서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3자도 주체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고 사안에 대해서 각자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판단을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을 것인가, 어디까지 사건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는, 항상 고민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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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요즘 참 착잡하네요.
(첫 문장의 '모든 뉴스는'은 지우시려다가 놓치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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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수정했습니다. 조금 급하게 적다보니 미진한 점이 많았습니다. 이 글을 적고 나서 다시 읽어보니 여러 방향으로 해석이 가능한 글이 나온 것 같습니다.
저도 마음이 많이 쓰이고 안타깝습니다. 짐작과 추측이 가능한 영역이 있고 불가능한 영역이 있습니다. 그리고 짐작과 추측이 필요 없을 정도로 확실해보이는 영역도 있습니다. 저는 그 확실해보이는 영역이, 제3자로서 마주할 수 있는 가장 진실한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인의 불행과 고통, 그 자체는 마지막 영역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3자가 "당신이 겪고 있는 불행과 고통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한다든가, "당신이 파악한 맥락은 부족하다/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지나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제3자로서. 가질 수 있는 - 받아들여줄 수 있는 - 여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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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werq님 제가 할 말을 다크 제이미가 그대로 했습니다. 참 착잡하네요.
잘 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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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들여다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제3자를 포함하여) 모두들에게 시간이 조금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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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에게는, 제3자이기 때문에 제3자가 지켜야할 룰이 있다. 언제나 그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참 중요한 이야기이면서
쉽지 않는 문제같아요.
여기 스팀잇에서도 가끔 일어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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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3자가 하기 어려운 역할도 있지요. 사실 제3자가 어떤 이슈들에 대해서 아무 이야기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언제나 경계합니다. 제3자로서의 모든 기준을, 욕구를, 판단을 적용하고 투영하고 이루기 위해 사태를 파악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요.
제3자에도 스펙트럼이 존재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호의와 선의로써, 이슈에 얽힌 사람들을 도우려는 제3자의 역할을 긍정합니다. 관여함에는 언제나 타인의 고통과 불행을 다루는 조심스러운 작업이 같이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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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내막을 모르는 사람은 지켜볼 권리는 있어도 함부로 관여할 권리를 가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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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적으로 동의합니다. 여기서 제가 "대체적"으로 표현한 것은, 사실 어떤식의 관여인가에 따라 관여의 허용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3자의 경우라면, 아무래도 관여의 깊이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고 결국 룰을 벗어나게 될 위험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차라리 함부로 관여를 하지 않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제 짧은 생각으로는, 제3자들은 각자의 맥락에 따라 사건을 파악합니다. 그리고 파악된 이야기에 따라 마음의 방향이나 입장을 정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애초에 제3자로서 완벽한 판단이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누군가 무엇을 겪고 있구나 - 정도의 확실한 느낌은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그러니 제3자로서의 관여는 (해야 한다면) 어쩌면 확실한 부분부터 시작해야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3자로서 가지고 있는 힘은, 사태를 그냥 인정하는 것, 여백은 여백대로 놓아둘 수 있는 것, 불행과 고통을 겪고 있다고 알아주는 것 (이는 제3자가 사건과 사람을 다루는 태도에서도 드러납니다.) 이 정도부터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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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의 자리에 있다는 것을, 제 3자의 역할과 그 경계선을 잊을 때가 많지요. 특히 요즘 뉴스에는 타인의 불행과 고통을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듯한 소식들이 많은 것 같아요.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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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제3자이고 아닌 것인가에 대해 모호한 지점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제3자라면, 혹은 아니라면 어떻게 받아들이고 관여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스스로의 깜냥을 생각해보곤 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타인의 삶과 맥락을 다루는 작업은 어렵습니다. 거대한 삶 자체가 다가오는 무게를 사실 제3자는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가급적 소비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잘 안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판단하지 않고 인정하려 애써봅니다. 경험이 많지 않고 겹치지 않는 경우가 많기에, 상상하거나 짐작해볼 뿐입니다. 그래도 제3자로서, 받아들이기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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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가 가장 잘알고 가장 힘든데 제 3자가 이렇쿵 저러쿵 한다는것은 잘못된 생각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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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3자는 제3자들끼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3자와 당사자의 관계에 있어서, (일종의 대리인으로서 깊게 관여하고자 하지 않는 이상) 조금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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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서도 정말 잘 안되는 것 같습니다ㅜ 야비하고 비루한 제 천성 탓이겠지요.
요즘 가이드독 포인트 모으고 있습니다. 미력한 스파로는 제 마음을 다 표현하지 못하고 있는것 같아서요.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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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렇습니다. 제3자로서의 입장을 견지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제3자로서 할 수 있는 "심정적 공감"을 넘어선 무언가를 하기 쉽지 않습니다. 저는 제가 파악하고 있는 맥락에 따라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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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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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이런 글을 쓸 때는 언제나 조심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적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마음에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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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의 역할을 빼앗지 않아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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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은 제3자만이 가질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백을 어떻게 채울지는 각자의 몫이겠으나, 정채워지지 않는다면 가만히 놓아두어도 괜찮다고 봅니다. 사실은, 확실한 부분에 대해서만 바라보아도 벅찬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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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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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제3자라고 하더라도, 완벽한 제3자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니까요.
어려운 문제입니다만, 당사자들만큼 어렵지는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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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의 룰을 지킨다 해도, 잘 모르는 미지의 영역이 있다고 해도 당사자의 고통이 전해지지 않는 건 아닌거 같아요. 어느 시기에 한번쯤은 손을 내 주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구요. 그게 언제일지는 전혀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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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 만큼은 명징하게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제3자는 제3자 나름의 이해와 인정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제3자가 단지 멀찍이 떨어진 제3자가 아니게되는 순간 - 일종의 티핑포인트 같은 것이 발생한다면, 가능하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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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사자와의 거리에 따라 그 걱정과 안타까움은 비례하겠지만,,,,
나서야 하는 거리 밖에 있다면 오히려 상처를 후벼파는 것보다 또한 많은 말 속에서 왜곡되거나 시키거나 하는 것보다는,,,,,그저 변함없는 거리와 관계로 대하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 까 생각이 됩니다. 그렇다고 마음까지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켜야 할 3자의 선이 있다는 것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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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변함없는 거리와 관계가 조금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관계와 사건을 바꾸어 놓을 가까운 거리를 추구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이런 점에서, 제3자에서 제3자가 아니게 되는 사람들의 의도와 태도도 신중하게 이루어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제3자가 단순히 무관심한 제3자가 아니라, "적절한 여백을 둘 줄 아는" 제3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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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세번 곱씹으며 읽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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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찬히 살펴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 무거운 글이라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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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날의 언론에게 뉴스란 누군가의 사적인 이야기를 돈벌이를 위해 파는 것으로 전락한 것 같습니다.
진정한 언론인을 찾기가 참 힘든 세상이네요.
하긴 그것 또한 소비자인 우리가 만든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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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어떤 (소비될 수 있는) 정보는 소비되면서 돈이나 엿보고자 하는 욕구를 채운다고 생각합니다. 정보는 단순한 지식 이외의 것들을 포함하곤 (그렇게 해석되곤)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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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는 말씀이십니다. 정말로 중립적인 것이란 단순한 데이터의 나열일 뿐 , 거기에 어떤 해석이나 판단이 들어가는 순간 주관적인 것이 되겠죠.
결국 우리 소비자가 할 일은 그 소비의 방향성이 올바르게 가도록 하는 것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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