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습작] 씽크홀

in kr-pen •  7 years ago 


씽크홀

모든 것들은 아래로 흐른다
한순간 사라지는 폭포에 더러움을 씻겨내린다
곧고 티끌 없고 매끈하다

새까만 굴 한가운데
목이 걸려 내려가질 않는다
남은 것은 죄악이라 했다 남기지 말라 했다

사체가 켜켜이 쌓인다 화석처럼
애욕의 찌꺼기들이 반시계 방향으로 소용돌이친다

아귀소굴을 뚫고 오른 돈벌레
바싹 약이 올랐다
그가 거니는 평면에서
중력은 끈덕지게 달라붙지 못한다

탁 치지 못하겠다
갱지에 쓸어담아 띄운다
포물선을 그리며
안착할 것이다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
Sort Order: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  7 years ago (edited)

아래로 흐르는 것이 자연스럽고 '곧고 티끌없고 매끈한' 것이고 아래로 흐르지 않는 것이 죄악이라 말하기에 죄악의 것만 솟아 오르는게 아닌가 하네요. 우리의 인생에서 꿈을 쫒는 것은 어찌보면 반중력적인 죄악이 되는 것인가요? 죄악이 아니라해도 형벌인 것처럼 가혹한 것이라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사람이 아래로 흘러 어딘가 구멍으로, 지저의 빛 한줌없는 곳으로 힘없이 의지도 없이
노력도 없이 실추되는 것을 용납하지 못 하겠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원죄를 가지나 봅니다. 시를 읽으며 결국 @qrwerq님의 글이 아닌 내 글로 해석해 버립니다. 오해일 수도 확대, 축소 해석일 수도 있습니다. 많이 걱정하다가 내가 안고가면 되는 것이지 하고 용기 냈습니다. 시를 읽는 것은 누군가의 그림을 읽어내는 것만큼이나 어렵네요. 물론 그래서 재미진 것일테지요. 시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적은 것보다 더 다채롭고 풍부한 해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를 읽는 것은 결국 누군가의 그림을 내 그림과 합치시키는 작업이 아닌가 합니다. 누군가 스케치를 주었다면, 색깔을 칠하고 다듬는 것은 독자의 몫일수도 있겠네요.

중력을 견디어내고 튀어올라야 함은, 결국 사회에서 누구든 가져야하는 슬픈 숙명이 아닌가 합니다. 구멍에 빠지고 더이상 희망의 끝이 보이지 않게 되는 것에 대한 근원적인 두려움 때문에 말이지요. 댓글 감사합니다.

편지지 인가요? 그라데이션이 참 예쁘게 들어가있네요

네- 그러한 종류입니다. 다만 제가 사진 종류가 아닌 포스팅을 할 때에는 항상 제가 찍은 것을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이 글에서 부터 시작되었고, 약간의 가공이 들어가 있습니다.

세상이치가 그렇다지요
위에서 아래로
가끔씩 연어와 같은 승자들도 있다지만요
잘 읽었습니다 좋은 시

거스르는 게 이다지도 힘든줄 알았더라면 시도를 시작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들러주셔서.

어렵습니다... 하아... 저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저도 아직 갈길이 멉니다. 일일신 우일신(日日新 又日新) 이 아니라 일일시 우일시(日日詩 又日詩) 해도 모자란 시간 입니다

불금이 기다립니다!
짱짱한 불금!

불끈불끈 불금입니다.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

하아.. 좋네요. 팔로워 하고 갑니다.

  ·  7 years ago (edited)

좋은 평 감사드립니다. 마음에 닿아 다행입니다. 저도 종종 들르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음.... 지금도 괜찮지만 10년 뒤에 퇴고하면 정말 괜찮은 시가 될 거 같네요, 잘 읽었습니다

아직도 끄적거림과 끼적거름 사이에서 방황 중입니다. 인생의 결이 어서 좀 쌓여야 자연스럽게 토해낼 텐데 말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