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37_ 자유라는 건

in kr-pen •  6 years ago  (edited)

평일 저녁 시간이 묶여 있던 나에게 찾아온 하루가 있었다. 남 얘기 같았던 근로자의 날이 이렇게 반가울 수 있기? 근로자의 날을 맞아 얻게 된 4시간. 그 4시간이 자유였음을 깨닫게 된 것은 자정이 넘어갈 무렵이었다.

아까운 4시간을 그냥 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에 약속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날씨도 마냥 좋았던 하루. 사실은 초미세먼지가 심하다고 했지만, 그 날만큼은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었다. 내가 저녁 시간에 학교가 아닌 밖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렇게 세상이 아름다워 보일 수 있기? 늦지 않으려 노심초사하며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오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양꼬치에 맥주 한 병을 마시고 카페에 갔다가 코인 노래방, 다시 맥주 한 잔. 물 쓰듯이 돈을 쓰면서도 아깝다는 생각보다 이 시간을 그냥 보낼 수 없다는 강박이 앞섰던 것 같다.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애를 쓰면서, 시간을 떠나보내는 것을 아쉬워 하면서. 하품을 참아가며 다음 날을 맞이 하고서야 나의 하루는 막을 내렸다.

막차는 이미 끊기고도 남은 시간이라 터벅 터벅 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는데 문득, 아 이게 자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의 매듭을 풀고 나와 만끽하는 고작 4시간에 나는 자유를 갈망하던 수많은 사람들의 심정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의 임무와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은 알게 모르게 나를 옥죄여왔던 것이다. 그 매듭 안에서 늦잠을 자고 게으름을 피워봤자, 그것은 자유가 아니었기에 난 편안함을 느낄 수 없었다. 늘 어딘가 부대끼고 불편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4시간이 내게 준 해방감. 나의 아쉬움이 그저 친구와의 헤어짐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혼자 그 어두운 밤 길을 걸으며 나는 자유라는 이름의 사탕을 마지막 단물까지 쪽쪽 빨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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