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in kr-pen •  7 years ago  (edited)

책을 보다 피곤할 때면 책상 위에서 엎드려 잔다. 양팔에 머리를 파묻고 고개를 약간 오른쪽으로 기운 자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자세이다.

요즘 들어 부쩍 밤새는 일이 많아졌고 더불어 다음날 책상에 엎드려 자는 일도 많아졌다. 오늘도 어제 밤새고 책상 위에서 어림잡아 6시간은 잔 거 같다.

7

1 )

책상 안으로 얼굴을 파묻을 때면
일그러진 얼굴 아래로
무용(無用)의 꿈들이
무더기로 쏟아지고
미완(未完)의 지체(肢體)들이
이리저리 나뒹군다.

사랑 하였으나
잊어야 했던 것들.
고백 하였으나
도망쳐야 했던 것들.
열망 하였으나
돌아서야 했던 것들.

반쯤 감긴 눈으로
빛 바랜 기억들을
하나-씩 굴려본다.

2 )

밀려오는 추억들을
견디지 못하고 눈꺼풀이
어둠에 떠내려갈 때면
고여있던 무위(無爲)의 체액들은
입술 틈새 사이로 새어 나와,
종이 위를 굽이치며
어제의 꿈들을 멀리 실어 나르고
오지 않을 내일은
낮은 음자리에서
조용히 노를 젓는다.

언젠가 흘려 보낸 꿈의 노래는
돌아오는 법이 없고
수면(睡眠)에 파묻은
얼굴 위로 안개만
자욱- 피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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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이네요ㅎㅎ
잘 읽고 갑니다ㅋㅋㅋ

나름 고민하고 썼습니다 ㅎ
알아봐주시니 감사합니다 ㅋ

전 이자세 저자세 바꾸기 때문에 요동을 칩니다.
멋진 시 한편 잘 보고 갑니다.

저두 나중에 팔저리고 고개 아퍼서 '요동' 칩니다. ㅎ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졸리면 책피던 시절이 있었지요...ㅎ.ㅎ

저는 지금도 그래요 ㅎ ㅎ 어쩔때는 침대보다 책상 위가 더 편할 때도 있어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