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인 20세기의 여름의 마지막날, 점심을 먹다 마법사님은 광희작가님에게 출장을 나가는 김에, 석사에 박사까지 더 공부를 하면 어떻겠냐고 말했다. 택슨님은 5년 뒤에 있다는 관운이 교수가 되는 것이냐고 맞장구쳤다. 밥을 먹는데 택배가 하나 왔다. 스티로폼 박스를 테이프로 칭칭 감은 택배였는데 당연히 어제 시킨 감자튀김인지 알았다. 송장을 보니 조점례남문피순대/ 나루~ 맛있게 드세요 라고 적혀있었다. 작가님이 떠나기 전, 식구들의 따뜻한 밥 한상을 차려주겠다 손수 순댓국을 보낸 나루님의 마음이 찡했다. 나루쓰 ㅠㅜㅠㅜ 내일, 저녁으로 낙찰!
뒤늦게 나온 춘자와 내가 예전에 써둔 시놉시스를 같이 읽고 있는데 누가 쓰윽, 다가왔다. 우리의 친구이자 춘자와 생일이 앞뒤라 늘 같이 합동 생파를 하던 호섭이다. 제약회사에서 영업 일을 하는 그녀는 코로나로 제약이 많아 1단계가 되면 만나자며 우리와의 만남을 늘 피했던터다. 오전에 단톡방에서 생일 축하를 하며 주거니 받거니 몇마디를 하고, 깜짝 방문을 한 것이다. 그녀의 첫 20세기의 여름의 방문이자, 마지막 방문이다. 백신을 맞아 술을 못마신다는 호섭이 자신과 춘자의 생일 축하를 위해 사온 케익을 먹었다. 우리는 와인과, 그녀는 히비스커스티와. 약간의 시간을 보내고 그녀는 돌연 떠났다. 술을 마실 수 있는 20세기의 가을 어느 날 다시 오기로 기약하며.
바에는 봄이님이 앉아있었다. 광희 작가님이 클럽하우스로 만난 인연이다. 광희 작가님은 특유의 화술로 봄이님에게 외국에서 공부할 학비 후원을 약속받았다. 학비에 앞서 멤버쉽 가입도 그녀는 흥쾌히 응했다. 스팀시티와 내부인 빼고 최초의 외부인 가입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봄, 오늘은 20세기 여름의 마지막날, 봄이 20세기의 여름을 마무리 해주었다. 가을을 마무리할 여름, 겨울을 마무리할 가을이도 곧 생기겠지?
20세기의 여름 마지막날, 마감을 하는데 수완 좋은 말솜씨와 그에 비해 보잘 것 없는 간 해독 능력으로 홀짝홀짝 와인을 마시며 훌륭한 성과를 이뤄낸 광희 작가님은 어김없이 1층 자기 테이블에 널부러져 잠을 자고 있다. 남들은 바삐 마감을 하는데 홀로 크르렁 크르렁, 자는 모습이 조금 얄미운 시절도 있었는데 이제는 안쓰럽고 그저 귀엽기만 하다. 멜빵 사이로 봉긋한 그의 뱃살이, 고뇌하듯 잠든 그의 옆모습을 한동안 볼 수 없다 생각하니 마음에 휑, 하고 찬바람이 든다.
안녕, 20세기의 여름!
반갑다, 20세기의 가을!
으악, 저 뱃살 어쩔....ㅠㅠ 출장 가서 쏙 빼고 오겠습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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