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먹기 나름인 일들

in kr-pet •  6 years ago  (edited)

26살 가을, 처음으로 살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때가 있다. 

재수도 안했고 휴학을 1년정도 했지만 언론고시반에서 공부했었으니까. 

이직하려고 쉬던 시기가 처음 무언가를 하지 않았던 때였다. 

그 때 왜였을까. 남들처럼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었다. 

여기저기 원서도 쓰고 시험도 치러다니고 했는데 탈락의 연속이었다. 

철학과를 졸업하고 크루즈여행사에서 인솔자를 하던 애매한 경력들은

대기업에서 원하던 인재상이 아니었을까? 이유는 알 수 없다.

지금은 다니라고 해도 못다닐 것 같은데 

그 때는 자꾸만 떨어져서 너무 속상했었다. 

어릴 때부터 굉장히 무난하게 하고싶은거 하면서 자라와서 

그게 첫 좌절이었다. 그 때 누군가가 나에게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너무 우울하게 생각하지말라며 위로해줬었다. 그때는 

자기는 이런 상황 아니니까 속 편한 소리하네 싶어 얄미웠다.  

산책가서 덩실덩실 신난 청이를 보면 예전에는 마냥 건강하게 밝게 

지내줘서 감사하고 고마웠는데 요즘은 넌 참 팔자 좋다. 

나도 걱정없이 너처럼 강아지였음 좋겠다. 하는 생각을 종종했다.

내 마음이 여유가 없었던 거겠지. 사실 상황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데

요 몇 달간 안타까워하고 아쉬워하고 외부의 탓만 하며 

무기력하게 지내던 내 모습이 26살의 그 때 내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지난 포스팅에서도 난 한탄만 하고 있었으니까. 

이제 마음을 좀 달리 먹기로 했다. 지금의 이 시간들이 다음을 

나아가는 과정이니까 지금 순간도 충실히 최선을 다하기로. 

목표도 세웠고 차근차근 꾸준히 열심히 하루하루를 채워나가야겠다. 

오늘도 미세먼지는 있지만 산책도 다녀왔다. 바람 속에 날아다니는 

꽃가루가 길에 눈처럼 소복하게 쌓여있었다. 며칠 전만해도 

비염이 심한 나는 꽃가루때문에 힘들다고 짜증냈었는데. 

오늘은 눈처럼 쌓인 이 꽃가루가 예뻐서 사진을 찍었다. 

정작 바라던 것들은 이루게 되면 그 소중함은 자꾸 잊고 

새로운 것들을 좇으며 갈증을 내는 게 간사한 나의 마음인가 보다. 

꽁꽁 추웠던 한겨울에는 이 녹음과 이 계절이 오기만을 손 꼽아 기다렸고 

홍이가 수술해서 회복만 하면 이 길을 함께 건강하게 걷기를 

그렇게 바랐는데 그 감사함과 벅참도 이제는 당연한 듯이 여겼다. 

날씨가 제법 더워져서 숨 차 하며 힘들어하는 아가들을 보면서 

날이 더워지면 밤에 산책을 하면 되고, 상황은 계속 바뀌고 

나 하나의 삶, 나와 신랑 그리고 청이 홍이라는 우리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처리해야할 문제들은 끝이 없지만 그 때 그 때 무슨 일이 닥쳐도 

그에 맞게 그 때 내가 할 수 있는 전력을 다해서 해나가면 되는 일이다. 

온 마음을 꽃이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괴로웠던 지난 몇 달을 

잠시 덮어두고 재미있게 지내야지. 앞으로도 나의 삶은 길고 내가 쌓아온 

경험들도 미래에 맞이하게 될 경험들도 사라지지 않으니까. 


늦었지만, 그 말이 정말 맞는 것 같아요. 마음 먹기 달렸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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