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인권을 외치지만.

in kr-philosophy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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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를 위해 개인이 희생할 수 있다는 사상이 얼마나 위험한가? 대의에 눈이 멀어버리면, 대의를 따르는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자유와 평등을 무시할 자격이 있는 양 행세한다. 그래서 전체주의 국가에서는 인권을 철저히 무시했으며, 때로는 전체주의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같은 행태를 보이곤 한다. 자유와 평등을 부르짖으며 자유와 평등을 해치는 짓거리를 한다.

감출 자유, 드러낼 자유는 모두 소중하다. 국가가 '대의'를 위해 개인들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침해한다면 인권에 대한 거대한 탄압이고 개인들은 저항한다. 감추고 싶은 것을 감추기 위한 투쟁이다. 국가가 개인들의 사상을 짓누르려고 해도, 개인이 스스로 사상을 가지고 그를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서도 투쟁했다. 드러냄을 위한 투쟁이었다.

Don't ask, don't tell은 미군 내 성소수자가 스스로에 대해 밝힐 수 없도록 하는 제도였다. 만약 성소수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군에서 나가야 했다. 이는 드러냄에 대한 자유를 침해 했으며 지금은 폐지되었다. 과거에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군에서 쫓겨난 성소수자들도 다시 군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고 한다. 반대로 감춤의 자유를 침해 당하는 강제 아웃팅에 고통 받는 성소수자들도 있다. 성정체성, 성적지향이 가십거리로 다루어지는건 굳이 뒤따르는 차별이 없더라도 충분히 불쾌한 경험이다.

최근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치마는 여성성을 강요하는 의복이기에 주체적인 여성상에는 어울리지 않고 여성인권을 억압한다는 입장과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서 입는다는 입장이 충돌했다. 노출이 심한 복장들이 여성인권을 해친다고 한다. 반대로 무슬림 여성들은 자신들의 신체를 드러낼 수 있는 자유를 위해 투쟁한다. 본질은 드러냄도, 감춤도 아니다. 자유로운 선택이냐, 강오에 의한 선택이냐만이 중요하다. 스스로의 자유로운 선택처럼 보이는 것도 실은 사회에 의해 강요 당해서 세뇌된 것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같은 논리로 계속해서 들어가면 스스로의 선택이란 하나도 남지 않는다.

인권을 외치며 인권을 짓밟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대의에 눈이 멀어버려서 스스로에게 타인의 인권을 짓밟을 정당성을 부여하는 경우다. 피해자가 원치 않음에도 사건을 계속해서 언급하며 피해자와 주변 사람들의 고통을 끊임 없이 연장한다. 피해자는 사건을 잊고 상처가 치유되길 원하는데, 상처가 낫지 못 하게 계속해서 해집곤 한다. 대의에 눈이 멀어버리면, 대의를 따르는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자유와 평등을 무시할 자격이 있는 양 행세한다. 인권을 따른다는 대의가 인권을 해칠 정당성을 주지는 않는다. 소수가 대의를 위해 비자발적으로 희생하는 일은 전체주의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며 절대로 정당화 될 수 없다.

국가는 국민들의 안전을 최대한 보장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위해 국민들의 사생활을 침해한다. 개인의 스팩트럼에 따라서 이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양극단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안전과 사생활이 모두 중요하며 최대한 사생활을 적게 침해하면서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밖에 없다.

국가는 국민들의 목숨을 보호하기 위해서 숨길 자유를 침해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를 시작으로, IT 기업들은 개인에게 더 효과적인 광고를 노출하기 위해서 개인의 숨길 자유를 침해했다. 시간이 지나면 맞춤형 광고가 노출되는 정도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데이터가 쌓이면 사람의 결정을 예측할 수 있고, 자극이 결정을 어떻게 바꾸는가에 대한 데이터도 축적된다. 계속해서 쌓인 빅 데이터는 한 사람을 통제할 수 있게 만든다. 그리고 통제 당하는 사람은 스스로 그 사실을 알지 못 할 것이다.

그 때가 온다면 데이터를 더 많이 가진 사람이 유권자를 조종할텐데 과연 민주주의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침해 당한다는 사실도 알 수 없을 인권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 때가 올 필요도 없을지 모른다. 이미 아무런 의미가 없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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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감시시대인것 같아요! 가만 생각하면 섬뜩할 정도로 말이죠 ㅠㅠ 모든 활동과 정신이 데이타로 저장이 되고 있죠.

때로는 대의와 흐름으로부터 도망쳐버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시골로 떠나려고 합니다. 물론 물리적인 공간을 바꾼다고 해서 시대의 흐름에서 혹은 대의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공간을 바꾸면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얕은 수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떠나는 것만으로도 홀가분 합니다.

도망친다는 말은 어감이 안 좋은데 좋은 표현이 없을까요? 시골에서 평화롭게 살아가시길 바라겠습니다.

"인권을 외치며 인권을 짓밟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는 글을 보니
대의라는 명분으로 말하지만 정당성이 될수 없겠지요.

  ·  7 years ago (edited)

중심잡힌 명쾌한 정리입니다
옳은 일을 한다는 자의식을 가진 자들이 얼마나 독선적인지요....
저도 요즘 읽는 책에서 제 자신이 한쪽의 입장만 보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진보의 극단에서 세력을 얻은 이들은 다른이들의 욕구를 무시하는 경향이 강하죠 공산당 독재처럼 흐르기 십상입니다. 약자를 배려한다고 하면서 약자를 무시하기도 하고요
보수의 극단에서 우리 나라 우리집단을 위한다는 이들은 파시스트처럼 사람들을 선동하면서 그 뒤에 숨김 탐욕을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죠
그 중도에 자유주의 자들이 있다고 하네요^^
국가가 나서서 약자를 돕는건 좋지만 내 자유를 너무 침해하진말고
국가를 지키고 위하는 건 좋지만 약자를 이용하진 말라는 거 죠

분명한 진리는 나를 포함, 사람의 판단은 오류가 많다는 것인것 같습니다.

아무튼 돈버는 네이버같은 기업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좌우하려는 오만은 누군가 제지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권력이 정치권에서 빅데이터료 이동 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ㅠㅠ

안녕하세요 kmlee 님, 대의를 위한다는 말들은 많이 하지만,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대의인지 모르겠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소수의견에 대한 논란은 오래되었죠.
불가피한 대의를 위한 희생이라면 어쩔수 없지만, 대의를 조작하는 무리들로 인해 늘 문제가 생겨왔었던것 같습니다.
민주주의의 참 의미가 다수결이 아님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니까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자유가 있다고 믿게끔 만드는 통제는 정말 무섭습니다. 저항할 수조차 없이 그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겠지요....

그래서 초지능에 의한 디스토피아를 다룬 대부분의 창작물들은 현실성이 없다고 하죠. 신체적인 억압 없이도 충분히 통제할 수 있으니...

이미 중국은 공장 노동자에게 뇌파감시장치를 붙인다던데요 뭘...

디트로이트 게임에 몰입을 하시더니 철학이 더욱 업그레이드 되는 느낌입니다 ㅎㅎㅎ

업그레이드가 좀 됐으면 좋겠는데 결국은 다 예전에 썼던 내용인거 같습니다. 이제 장르를 좀 바꿔야 할 모양입니다.

대의적 명분과 사생활 침해의 경계선, 그리고 개인의 권리와 전체주의적 관점의 대립, 그 애매모호한 경계선 상에서의 충돌이 결코 앞으로도 쉽게 해결될 문제들은 아니겠군요.

빅데이터에 의한 여론유도가 수면위로 떠오른게 페이스북 사건이지않나 싶습니다.

캐릭터가 눈에 확 들어오네요.
글도 의미심장하고요.
앞으로도 좋은글 기대하겠습니다

모든 행동들이 그 의도한 그대로만 되면 좋겠지만
좋은 의도라고해도 결과는 참 안좋은 경우가 많은것 같아요.

좋은 의도로 시작한 일도 나쁘게 흘러가곤 하는데 의도부터가 악하다면...

소수들로부터 동의받지 못한 대의가 가진 위력이 분명 오래가지 못할거고 조금씩 그 힘이 빠질거라고 믿고 싶어요. 명분을 위한 명분임을 알아채는 사람들은 조금씩 늘어날거고요.

그렇게 믿고 싶은데 사람들은 워낙 이분법적 슬로건에 약합니다. 밴드웨건 효과도 무시하기 어렵구요. 그래서 오히려 심해지기만 하더라구요.

좋은 글에 보상을 눌러주고싶어서 스파업을 했는데 역시나 부족하군요 허허허

본질은 드러냄도, 감춤도 아니다. 자유로운 선택이냐, 강오에 의한 선택이냐만이 중요하다.

좋은 글에 이부분에 오타가 있더군요! 물론 전혀 이해하는데 지장이 없고요. 강오 -> 강요

이번 드루킹 사건만 봐도 데이터독점에 따른 유권자들의 마음 조종..이거는 근접한 미래같아요. 앞으로 우리 삶이 어떻게 변할지 다이나믹한 것 같아요 점점더..

  ·  7 years ago (edited)

일단 대의민주주의에서는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타 지적 감사합니다.

kmlee님
글을 읽는데
글과는 무관하게 엉뚱한 생각이 났어요

죽은 사람이지만 가슴에 기억되는 사람과
산 사람이지만 가슴에서 죽어버린 사람 중
어떤 사람이 더 희망적일까요

죽은 사람은 죽었으니 희망도 절망도 가질 수 없는 상태이며, 산 사람은 희망도 절망도 가질 수 있는 상태겠죠.

인권과 평등을 얘기하던 간디도 여성 인권에 대해선 남자와 평등하지
못했다는 얘기를 어디서 줏어 들은거 같습니다.
간디의 일화를 차지하더라도 저부터 미시 권위주의에 빠지지 않았나 둘러보게 하는군요
좋은 글 보고 갑니다~
자주 들릴께요~^^

'통제'라는 키워드가 이 글뿐만 아니라 몇몇 글을 관통하는 공통 테마인 것 같아요. kmlee님에게 있어서 이 테마가 꽤 중요하다는 느낌을 받네요. 맞나요? 아닌가요? ㅎ 데이터 누적될수록 정교하게 인간의 사고나 행동을 컨트롤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실상 인권 침해 당하고 있지만 그게 너무나 눈에 드러나지 않는 공기 같은 것이 돼 버려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그런 순간이 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조금 낙관적으로 보는 것이, 인간은 도대체가 종잡을 수 없고 예측하기 힘든 존재라 늘 통제 안에 있는 것 같으면서도 통제망을 벗어난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자살을 예측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변수에 대한 수많은 연구들이 축적되고 있지만 자살을 100프로 정확하게 예측하진 못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오늘 열심히 살아보자 생각하다가도 내일 죽어버리는 게 인간이니까요. 예시는 좀 비관적이지만 이런 예측불가능성이 인간이 데이터의 지배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맞습니다. 인간은 본성을 벗어난 무언가가 있다고 믿고 싶지만, 본성을 벗어난 무언가로 보이는 것조차도 본성 위에 쌓인 것이니까요. 인간은 기계와 같고 지금 예측이 빗나가는건 인간이 워낙 섬세한 기계라서 다양한 변수들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술적, 학문적으로 더욱 발달하기 전에 인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논의가 진행되길 바랍니다.